2024년 5월 10일 (금)
(백) 부활 제6주간 금요일 그 기쁨을 아무도 너희에게서 빼앗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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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삶의 궁극적 의미에 대한 물음에 침묵하시는 하느님을 떠나 무신론자가 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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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림노스 클라라 [115.94.171.*]

2017-02-03 ㅣ No.11390

침묵하시는 하느님

 

하느님, 너무 가까이 계시기에 존재 못 느낄 수도…


 

하느님을 믿는 우리들이지만 가끔씩 실망스러운(?) 하느님을  체험할 때가 있습 
니다. 우리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우리가 인생 길에서 넘어지고  피흘리며 아파할 
때, 내 무거운 짐을 거들어줄 사람하나 없어 스스로 삶을 포기하고 싶을  때, 제발 
하느님의 어떤 기적을 기대하지만 그러나 무서우리 만큼 침묵을 지키는  하느님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이때 우리는 \"하느님  어찌하여 저를 버리십니까?\"  \"도대체 
이렇게 힘든 저를 모른 척 하시는 이유가 뭡니까?\" 라는 탄식을 하게 됩니다. 

   드 멜로 신부님이 쓴 \'종교  박람회\'에 나오는 예화 한가지.  바다에 살고 있는 
꼬마 물고기에게는 답답한 게 한가지 있었습니다. 남들은 전부 바다,  바다… 하는 
데 대체 바다란 게 어떻게 생겼을까 궁금해서 어느 날 바다에서 가장 오래 산  할 
아버지 물고기를 찾아가 물었습니다. \"모두들 바다, 바다 하는데  어디가면 바다를 
볼 수 있을까요?\"  \"네가 지금 헤엄치고 다니는 이곳이 바다  아니냐?\"  \"에이 
거 짓말, 이건 그냥 물이잖아요?\"  \"이게 무슨 바다에요?  저는 바다를 찾아 떠날 
거 예요.\" 

   바다 속에 있을 때는 정작 바다를 느끼지 못하는  법입니다. 즉 하느님은 언제 
나 어디에나 우리와 가까이 있는 존재이기 때문에 우리는 그 하느님을 느끼지  못 
하는 것이고, 어떤 때는 마치 그 하느님이 \'없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입니다. 

   물고기가 물 속에서는 물의 존재를 느끼지 못하고, 우리가 공기 속에서 숨쉬고 
있을 때는 공기의 존재를 의식하지 못하다가 물  밖으로 던져지고, 심각한 공기의 
결핍을 느낄 때 비로소 물의 존재와 공기의 존재를  느낄 수 있는 것처럼, 하느님 
도 너무 흔한 모습으로 우리 가까이 존재하기 때문에 마치 없는 것처럼 느끼는 것 
입니다. 

   하느님은 이 세상에서 \'여기, 저기  동시에\', \'전체적\'으로 활동하십니다.
거기에비하면 인간은 세상에서 둘 중의 하나, \'여기서만\' 부분적으로  활동합니다.
부분적으로 활동하는 인간이기에 전체적으로  활동하는 하느님이 침묵하는  것처럼(없는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주 하느님은 전부(全部)와 전무(全無)의 양면을 지니고 
있기에, 하느님의 존재를 동양 종교에서는  공(空), 무(無), 허(虛)라는 비가시적인표현을
쓰고 있는  것이고, 여기에 또  \'―이면서 많다[多]\', 혹은  \'공(空)은 곧 색(色)\'이
라는 뜻모를 표현을 쓰기도 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위기에 빠져있을 때 철저하게 침묵으로 일관하시는 하느님을 체험한다. 
그러나 침묵하시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오히려 더 가까이에서 그런 고통을  통해서 
당신의 존재를 알려주시고 더 많은 말씀을 나에게 던져주고 계시다는 것… 묵상해 
보았으면 합니다. 

  <서울대교구 의정부 호원동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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