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0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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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편지] 우리 남편은 사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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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황묵 [khm] 쪽지 캡슐

1998-11-13 ㅣ No.216

 

 우리 남편은 사오정

 

우리 남편은 사오정 이종환, 최유라 님 안녕하세요!

그리고 웃음이 묻어나는 편지 애청자 여러분 모두 안녕하신지요. 제가 늘 여러분들 이야기에 헤벌레 웃기만 하다가 이렇게 펜을 들어 신고식을 하게 되니 정말 감개무량에 꿈인지 생시인지 모를 정도입니다. 제 신고식 소재는 제 남편 이야기 입니다.

 

요즘 세상을 떠들썩하게 웃기는 얘기가 아마 사오정 시리즈 이지요? 그 얘기는 가상 이야기지만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어떻겠습니까? 저는 결혼한지 6개월 되는 새댁입니다. 맞벌이 부부이기도 하구요.

 

저희는 사내연애를 해서 결혼 후에도 같은 직장에 다니는 정말 흔치 않은 커플입니다. 제 남편과 제가 연애를 한지 1년쯤 되었을 때 저희는 결혼을 약속하고 각자의 집에 인사를 했습니다. 사실 연애 때부터 알았지만 제 남편의 청력은 제 생각에 보통사람들이 A급이라면 한 B급 인것 같습니다. 허스키한 목소리나 작은 기계음은 잘못 알아듣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사실은 누가 말해줘서 안 것이 아니라 자연스레 알게된 것인데 한 예로 사무실에 전화가 와서 벨이 울리면 누구 책상의 벨소리인지 구분을 못합니다. 특히 무엇인가에 집중을 하고 있으면 더욱 그렇지요. 한번은 전화가 왔길래 제가 받았습니다. 그리고 교환번호 눌러주고 "차장님 전화받으세요" 했더니 "네, 전화바꿨습니다" 하면서 제 남편이 받는 겁니다. 제 남편은 과장이거든요… "너 내 자리가 그렇게 탐나냐?"는 차장님 농담에 웃고 넘어갔지만 이건 약과입니다.

 

결혼 전 처가 집에 잘 보이려고 저희 집에 자주 들렀는데 하루는 차 안에서 운전하고 있는 남편에게

어머니 "자네 요즘 바쁜가?"

남편 (씩 웃으며) "예, 밥 먹었습니다"??????

 

집에 도착해서 제가 가게에 뭣 좀 사러 간 사이 아버지와 대화를 나누다가 잘못 알아들어서 대답을 못했는데 남편이 가고 난 후 아버지께서 어머니께 그러시더래요.

"저놈이 내가 아주 우스운가봐, 대답도 안해!"

 

그리고 또 한번은 점심시간에 있었던 일인데요. 저희 회사가 논에, 밭에, 산에 둘러 쌓여 있거든요. 그래서 점심시간에 식당 문 다 열어놓고 산보고 논보면서 직원들 모두 둘러 앉아 밥을 먹습니다. 봄에 산에 산딸기가 많이 있었나 봅니다. 직원들 몇 명이 점심때 짬을 내어 산딸기 잔뜩 따다가 먹었나 본데 저만 못 먹은 거예요. 그걸 모르시는 사장님

"미스 전 딸기 먹었나? 산딸기?" 하시길래 "아뇨? 구경도 못했는걸요" 했지요.

 

그때 조용히 밥 먹던 제 남편 "자네는 구경도 못했는가? 나는 다 봤는디. 원하고 투까정 나왔구만" 하더군요. 저는 왠 원하구 투? 하면서 쳐다보는데 순간 미묘하게 감도는 정적. 그 뒤에 터지는 웃음소리들….

 

입에서 씹히기를 기다리던 밥알들이 따발총처럼 튀어나오고, 국 먹다가 사래 들려 캑캑거리는 소리, 순진하게 생긴 놈이 별걸 다 봤다고 놀리고 난리가 났습니다. 지금도 가끔 직원들이 "미스 전, 원하고 투까지 나왔디야" 하면서 웃습니다. 그 후 일부러 웃기려고 한 말이었다고 하지만 아무도 안 믿지요.

 

그리고 요즘에CF가 재미있는 것이 많지 않습니까? 제 남편이 웃음이 많은 편인데 재미난 것을 보면 매번 웃으면서 흉내를 냅니다. 하루는 퇴근해서 저녁 먹고 TV를 보는데 '핸드폰CF'가 나오더라구요. 김국진 씨하고 이창명씨 나와서 울릉도에서 자장면 배달간 이야기요. 남편이 재미있다고 보면서 마지막에 따라 하는 멘트 "삼룡아!!" ??(원래는 창명아!)

 

같이 보던 제 동생과 저는 뒤로 넘어갔습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PCS폰CF에 원시적인 복장하고 나와서 016모르면 원시인! 하잖아요. 그것도 재미있다고 그러면서 흉내를 내는데 016모르면 원숭이! 하는 거예요.

 

제 동생 왈 "누나? 원시인 아니었어?"

하도 당당하고 자연스럽게 하니까 제 동생이 혼동을 하더라구요.

 

며칠 전에 제가 저녁을 준비하고 있는데 남편이 이발하러 간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냉장고 문 열면서 물었죠. "얼마나 걸려요?"

씩씩하게 들리는 대답 "응, 이만원 있어!"

 

이렇게 엉뚱한 남편이지만 얼마나 진국인지 몰라요.

 

서울시 금천구 가산동 전은희 올림

 

 

정이 넘쳐 흐르는 굿뉴스를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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