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0일 (월)
(백) 교회의 어머니 복되신 동정 마리아 기념일(교육 주간) 이 사람이 어머니의 아들입니다. 이분이 네 어머니시다.

유머게시판

[퍼온글]다리가 짧아 슬픈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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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호 [ch78lee] 쪽지 캡슐

1998-09-27 ㅣ No.140

                  - [단편] 다리가 짧아 슬픈 인간 -

"난 다시 태어나면 타조로 태어나고 싶어."

라는 비정상적인 다음생의 꿈을 가지고 있는 친구가 한명 있었다.

그의 이름은 계원준이었으며 다리길이가 40cm 를 채 넘지 못하는

불쌍한 체형을 가진 친구였다.

그의 키는 165cm 였지만 앉은키는 반에서 항상 top 을 달렸다.

"와..원준이 앉은키 세자리야. 세자리"

하고 아이들이 놀려대도 원준이는 속으로 눈물을 삼키며 참았지만

선생님이 던진 이 한마디는 원준이로 하여금 깊은 상처를 남기기에

충분했다.

"이녀석아 어서 앉아!"

원준이는 이미 앉아 있는 상태였다.

원준이는 앉은키가 컸던지라 자리는 항상 맨 뒷자리였다.

가끔 원준이를 잘 모르는 선생님이 들어와 원준이의 번호를 부르면서

실수를 하시곤 한다. 그때마다 원준이는 속으로 통곡을 해야만 했다.

"3번"

"3번"

"이반에 3번 없어? 왜 안일어나!"

"선생님...저...제가...3번..."

"근데 왜 안일어나 이녀석아"

"흑-_-;" (오래전부터 벌떡 일어서 있었던 원준)

그리고, 원준이는 건널목을 건널때마다 신호를 적어도 다섯번은 받아야 했다.

파란불이 들어오면 원준이는 최선을 다해 뛰지만 빨간불로 바뀌었을때

원준이는 고작해야 1차선도로 하나를 건너 있었으니 다 건널려면 신호

5~6번은 기본이었던것이다.

너무 바쁠땐 이런적도 있었다고 한다.

"아저씨 횡단보도 좀 건너가주세요."

저 말을 들은 아저씨는 기본요금 1000원을 받고 횡단보도를 건너준 국내

유일한 불법택시드라이버로 기록된다.

다들 운전면허증 딴다고 난리였던 지난해 겨울. 원준이만은 포기해야만 했었다.

다리가 악셀과 브레이크에 닿지도 않았거니와, 아예 차안에 들어가 앉지를

못했다.

천정이 너무 낮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오픈카로 시험을 칠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버스운전을 배워볼려고도 마음 먹었지만 악셀과 브레이크가 너무 멀어

보이지도 않았기에 눈물을 머금고 운전을 포기해야만 했다.

사다리가 놓여져 있는 침대에 겨우 기어올라가 원준이는 고뇌에 빠졌다.

'나도...뛰어다니고 싶어...타조처럼...'

원준의 눈에선 한줄기 서글픈 눈물이 좌르륵 흘러내렸다.

그때였다. 밖에서 TV 의 CF소리가 들려왔다.

"다리가 길어보이는 학생복~ 아이비클럽!"

원준 : 엄마! 저도 저 교복 사줘요!

어머니 : 니 나이 몇인데 교복을 사 입는단 말이냐

원준 : 하지만...하지만...훌쩍

원준이의 어머니는 가슴이 아팠다. 누구보다도 다리 짧은 자식의 고충을

이해하는 어머니였기에 다음날 원준이를 데리고 아이디 클럽 교복이 있는

곳으로 갔다.

"반바지는 없는데요-_-;"

주인아저씨의 책임감 없는 한마디에 원준의 가슴에는 또한번의 쓰디쓴

못이 박혔다.

하지만 원준이 어머니는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짤라주세요"

"음...예-_-;"

그렇게 핫팬츠만한 교복을 완성한 아저씨는 식은땀을 뻘뻘흘리며 교복을

팔았다.

꼭 맞는 바지를 입은 원준이는 수줍은 미소를 띄우며 어머니에게 물었다.

"엄마 길어보여요?"

"그럼~"

어머니는 예전과 다를것이 별로 없는 원준이에게 아픈가슴을 숨기며 선의의

구라를 쳤다.

이에 자신감이 조금이나마 생긴 원준이는 친구들에게 자랑 하러 캠퍼스로

향했다.

승빈 : 여어~ 이게 누구야. 그 보기 힘든 원준이 아냐!

파준 : 엇. 원준이네!

원준 : 어 나야. (아이비클럽바지에 일부로 심한 시선을 주며)

승빈 : 그래. 힘들게 여기까지 웬 거동이냐.

원준 : 별로 안힘들었어 후.

원준이는 어서 친구들이 길어져보이게 된 자신의 다리를 알아보고 칭찬해주기를

간절히 원하고 있었다.

"원준아 안녕 다음에 보자"

하지만 이렇듯 원준의 마음을 모른체 갈려고 했다.-_-;

원준 : 야.야 잠깐만....나 뭐 달라진거 없어?

그제사 뒤를 돌아다본 승빈과 파준은 원준이를 자세히 살펴봤다.

하지만 언제나 그랬듯이 삼각형을 거꾸로 세워놓은듯한 불안한 자세인

원준이 그대로였다.

승빈 : 왜 넘어질거 같아? 잡아 줄까?

원준 : 뭐..?...그게 아니구..

파준 : 오...가만 보니...

원준 : 그래. 나 가만 보니 좀 달라졌지?

파준 : 허리가 좀 더 길어진거 같아. 와하하하

원준 : 뭐...? 정말?...흑

승빈 : 야 임마 너 왜그래...아냐 원준아. 너 예전 그대로야.

       오. 그러고 보니 너 바지...

원준 : 응. 바지!

승빈 : 나 여름에 바닷가 갈때 좀 빌려줘. 수영복이 없어서...와하하하

원준 : 흑

원준이는 쓰라린 가슴을 안고 눈물을 뿌리며 뛰쳐갔다.

그 앞으로 승빈과 파준이 천천히 걸어서 앞질러 갔다.

교문까지 가는데 겨우 2시간밖에 안걸렸다.

택시를 잡아 타고 집에 온 원준이는 바지를 벗어 내팽겨 치고선

사다리로 침대에 올라 흐느껴 울었다.

" 다 필요 없어 다! 죽고 싶어! "

원준이는 예전에 없던 통곡까지 하며 심한 좌절을 하고 있었다.

그때 아버지가 들어오셨다.

"어...누가 팬티 여기다 벗어놨어. 쯧"

원준이의 발목까지 오는 아이비클럽 바지였다.

원준이는 실신했다.

 

"엄마 제 다리좀 당겨주세요. 제다리좀 어서요. 어서...흑"

원준이가 누워서 눈물을 쏟으며 바둥바둥 거렸다.

 

그걸 바라보는 원준이의 어머니는 가슴이 찢어지도록 괴로웠다.

아직 '왜 절 이렇게 낳으셨어요'라는 불평한번 안했던 원준이라

어머니의 가슴은 더할나위없이 아파왔다.

국민학교때 장래희망을 '타조' 로 써서 부모님 호출이 있어 불려갔었던때랑

TV 에서 동물왕국프로그램에 타조만 나오면 울면서 TV 에 매달리던 원준이

가 안스럽기도 했던 때가 있었다.

그렇게원준이는 머리가 굵어져 어느덧 30대가 되었다.

하지만 짧은 다리때문에 여지껏 여자친구한번 못사겨보던 원준인지라

결혼도 쉬원찮은게 당연했다.

여기저기 이런 사정을 알고 맞선이 들어왔지만 선보는 자리에서 의자에 앉아

바닥위로 붕 떠 있는 다리를 보자마자 도망가는 여자에서부터 원준이가

화장실 갔다가 2시간만에 자리에 복귀하는 모습을 보고 도망가는 여자에

이르기까지 원준이는 수없이 차이고 또 차였다.

"어머니 죄송해요...저 더이상 맞선 같은거 보지 않을꺼예요"

"이녀석아 그래두..."

자식이 혼자 사는 꼴을 눈앞에서 보여주는것만큼 불효가 또 어디있겠는가

 

싶었던 원준은 유학을 결심한다.

그날은 먹구름이 껴 대낮인데도 어둑어둑한 날이었다.

길거리를 걷다가 꽃집앞에 우연히 서게 됐다.

예쁜 꽃들이 어둑한 날씨와 대조되어 또 다른 아름다운 장관을 연출하고

있었다.

"참 이쁘죠?"

라는 소리에 옆을 쳐다보니 왠 여자하나가 휠체어를 타고 꽃에 물을

주고있었다.

"예...정말 이쁘네요.."

라고 말한건 꽃도 꽃이거니와 휠체어에 앉아 꽃에 물을 주고 있는 그 여자의

아름다운 미소에대한 대답이기도 했다.

그녀는 남들이 흔히 잣대로 삼는 외모와 몸매의 수준을 따져 부르는 미인이

아니었다.

원준이만의 미인이었다.

그렇게 처음 그녀와 눈을 마주친 날 원준이는 장미를 한송이 샀다.

그날 원준이는 잠을 이루지 못했다. 다리에 모기한테 물린 곳을 긁지 못한

 

괴로움때문이기도 했다.-_-;

다음날부터 원준은 새벽부터 나가 오후에야 꽃집에 도착해 매일매일 꽃에

물을 주는 휠체어를 탄 그녀를 바라보는 낙을 가지게 되었다.

언젠가부터 원준은 그녀의 휠체어를 밀어주기도 했으며...

휠체어에 앉아 있는 그녀는 휠체어가 움직이는걸 거의 느끼지 못했지만

행복해 했다.

둘은 그렇게 정을 쌓아 갔으며 원준은 100일째가 되는날 이제껏 하루하루

한송이씩 사왔던 장미를 한데 모아 그녀에게 주며 청혼을 했다.

원준은 몸이 불편한 그녀의 옆에서 항상 있어주며 휠체어를 밀어주었으며

그녀는 몸이 불쌍한 원준이의 다리를 긁어주며...그렇게 그렇게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랑을 하며 한몸이 되었다.

 

승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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