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5일 (수)
(백) 부활 제7주간 수요일 이들도 우리처럼 하나가 되게 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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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종신부 죽음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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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창익 [hrights] 쪽지 캡슐

2000-02-07 ㅣ No.8546

오늘 오전 강남성모병원에서 박은종신부 영결미사가 봉헌되었습니다.

뒷 자리에 앉아 미사를 지켜보았습니다.주로 서품동기들과 입학동기들,그리고 가까운 선후배가 함께 집전한 미사였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박은종신부님에게 참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그는 저렇게 제대 앞에 그것도 낯선 강남성모병원의 강당에 누워 있고 저는 그분을 지켜 드리지도 못하고,말 벗도 되어 드리지 못하고,그저 멍하니 그분을 보내 드리는 영결미사를 지켜보았을 뿐입니다.

미사 끝나고 여러 사람들과 그저 눈인사 정도 나누었습니다.몇몇분은 다가와 이건 교회가 쇄신되어야 한다는 가장 강력한 메세지가 아니냐고 하기도 하였고,제게 위로를 건네는 분도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가장 많은이야기는 도대체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무엇이 한 젊은 사제를 죽음으로 내몰았는지 저도 정말이지 모르겠습니다.

누구도 그 죽음의 진정한 의미를 이야기해주지 않았습니다.

영결미사 강론 때,강론을 맡은 동기신부는 평소 고인의 강직한 성품을 전해 주면서,그 강직한 성품이 힘에 겨운 짐을 스스로 지게 하였고,이렇게 싸늘한 시신으로 우리들에게 돌아오게 만들었다고 하였습니다.

저는 박은종신부님의 죽음을 통해 교회 장상들은 물론이고,우리 모두가 회개의 징표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모든 것이 잘되는 것처럼 보이고,모든 것이 발전되는 것처럼 보이고,모든 것이 성장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 우리 교회는 이렇게 한 사제의 죽음을 가져올 만큼 커다란 아픔을 갖고 있습니다.

박은종신부님을 다른 사제들처럼 명동성당에 모시지 못한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주교인 교구장이 영결미사에 참석했느냐의 여부가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제가 아는 한 가장 순결한 영혼을 지닌 사제중의 한분인 그가 왜 저 먼 지리산에서 싸늘한 시신으로 굳어져 우리에게 돌아왔는가 하는 점입니다.

무엇이 그를 죽음에 이르게 했는가 하는 것입니다.

기도 중에 박은종 신부님을 기억해 주십시오.

그리고 너나 할 것없이 우리 모두 그분의 순결한 영혼을 통해 우리 자신을 성찰하고,또 우리 자신을 쇄신할 기회를 갖도록 합시다.그게 한많은 생을 마감한 박은종신부님의 뜻에 가깝게 가는 길이고,또 그분께 진정한 위로를 드리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상도 참으로 무서운 것이지만,저는 오늘 영결미사를 통해 신앙도 참으로 무서운 것이라는 생각을 새삼 하게 되었습니다.박은종신부님에게 있어서 신앙은 또 사제의 길은 그의모모든 것이었습니다.

그의 영혼이 이제라도 안식을 누리기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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