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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낙태 극복 예화] 슬프고 가슴 아픈, 한 엄마의 이야기(옮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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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공개 [174.52.193.*]

2017-04-27 ㅣ No.11477

 

 

 슬프고 가슴 아픈, 한 엄마의 이야기
 
 
  만약 뱃속의 아기가 세상에 태어나 단지 몇 개월, 길어야 몇 년밖에 살지 못한다고 한다면 당신은 그 아이를 낳으시겠습니까? 태아에게 그런 '중증 장애'가 있다는 말을 듣고도 '낙태'라는 '쉬운 선택'을 하지 않을 자신이 있을까요? 어느 누가 그런 상황을 놓고, 10개월간 자궁에 품어서 출산의 고통을 감수하라고 감히 말할 수 있나요? 여기, 하느님이 주신 생명을 잠시나마 가슴에 품어 보내기 위해 그 아픔을 받아들인 '엄마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나이 40의 '손경옥'씨에게 둘째 아이 임신은 그야말로 '축복'이었습니다. 그녀는 3년 전 시험관 아기 시술로 간신히 '첫째'를 얻었습니다. 실로 결혼 9년 만이었습니다. 자연 임신은 이번이 처음이었으니, 부부는 뛸 듯이 기뻤습니다. 뱃속 아기가 엄마의 자궁을 발로 차는 기운이 하도 세서, 부부는 '축구 선수가 태어나려 하나 보다' 했습니다.

  손씨는 출산에 집중하기 위해 부업 삼아 하던 조그만 가게 일도 접었습니다. 그러다 임신 5개월이 되면서 기형아 검사를 받았는데, 병원은 확진을 위해 양수 검사를 하자고 했습니다. 배에 바늘을 찔러 자궁의 양수를 채취한 결과, 청천벽력 같은 진단이 나왔습니다. 태아가 '에드워드(Edwards)증후군'이라는 겁니다. 23쌍의 염색체 중 18번 염색체가 정상적으로 2 개가 있어야 하는데, 아기는 3 개였습니다. '선천성 유전체 이상'이었습니다. 심장과 폐에 기형이 생기고, 손가락과 발가락을 곧게 펴지 못하고 꼬이고 접히게 된다고 했습니다. 살아 태어나도 기껏해야 수년밖에 살지 못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녀는 정말 믿기지 않았습니다. 며칠 동안 머리가 멍했다고 합니다. 병원에서는 '낙태' 받으러 나오라는 전화가 왔습니다. 이런 진단이 나오면 다들 그렇게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주변에서도 장애아를, 그것도 몇 년밖에 못 살 아이를 낳아 키울 자신이 있느냐며 애를 떼어 내라고 다그쳤습니다. 그녀는 고민했습니다. 이것도 하느님께서 나에게 주신 생명인데 내가 어떻게….?

  하루에도 몇 번씩 생각이 오락가락했습니다. 한 번은 아는 언니의 강압에 못 이겨 낙태하러 병원에 이끌려 갔지만, 그녀는 끝내 수술대에 눕지 않고 병원을 빠져나왔습니다.

 




  손씨는 아기를 지키기로 마음먹자, 마음이 편해(평화로워)졌다고 합니다. "아기 낳고 보면 후회하지 않을 거예요"라고 말한 '한 산부인과 의사의 격려'도 큰 힘이 됐습니다. 손씨는 뱃속의 아기에게 클래식 음악을 들려주며 대화를 나눴습니다. 아기 이름도 직접 지었습니다. '정원'이. '세상에서 으뜸으로 아름다운 아기'라는 뜻입니다.

  '공주 정원이'는 2008년 아지랑이 피는 봄날 세상 밖으로 나왔습니다. 아기는 엄마 품에 안겨보지도 못하고, 곧바로 신생아 중환자실로 옮겨졌습니다. 숨을 잘 내쉬지도 못하고, 물도 삼키지 못했습니다. 인공호흡기 튜브와 영양분을 공급하는 콧줄, 수액 주사줄 등이 애처롭게도 몸무게 1㎏도 채 안 되는 '정원'이 몸에 줄줄이 달렸습니다.

  손씨는 매일 중환자실을 찾았습니다. 모유를 짜서 담아온 것을 콧줄을 통해 '정원'이에게 먹였습니다. 인큐베이터는 초여름 '정원'이의 '백일잔치' 사진 배경이 됐습니다. 아기 얼굴에 살이 제법 오른 가을, 손씨는 의료진에 간청하여 산소탱크와 주사줄을 매단 아기를 집에 데려왔습니다. '정원'이에게는 집으로의 첫 '외출'이었습니다. 하지만 며칠 안 가서 폐렴이 왔고, 그게 '정원'이가 어머니와 함께 보낸 유일한 시간이 됐습니다.

  겨울바람이 야멸쳤던 그해 12월 말 새벽, 결국 '정원'이의 심장은 멈췄습니다. 손씨는 그때야 처음으로 아기를 온전히 안아봤습니다. 모든 튜브와 주사줄을 떼고 아직 온기가 남아 있는 맨몸의 '정원'이를 손씨는 꼬옥 안았습니다. 그러고는 가슴에 품어 넣었습니다. 손씨는 '정원'이가 웃는 모습을 딱 한 번 봤습니다. 엄마를 아는 듯 모르는 듯 묘한 표정을 지으면서 아기가 싱긋 웃었다고 합니다.

  손씨는 지금도 '정원'이가 태어났던 그 봄날이 오면 어김없이 생일상을 차립니다. "아기 낳은 걸 후회하지 않느냐?"는 말에 그녀는 "아기를 본 것만 해도 행복한 시간이었고, 감당할 만한 시련이었다"고 말합니다. 손씨는 오히려 '낙태'하러 병원에 갔던 게 미안한 생각이 든다고 합니다. 아빠도 '정원'이 치료에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래도 "더 잘해 줄걸"하며 아쉬워한답니다.

  그런데 "주변에 똑같은 케이스가 있으면 아기를 낳으라고 권하겠느냐?"는 물음에, 그녀는 "그렇게는 못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왜 그렇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어느 누가 비인간적이고, 이기적인 우리 사회에서 장애아를 낳아서 키우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겠느냐?"고 되물었습니다.

  한국의 경우, 국내에서 '낙태'는 한해 30여만건이 이뤄집니다. '인공중절'하는 여성 10명 중 6명이 기혼(旣婚) 여성입니다. 단지 아기 낳을 형편이 안 되거나, 터울이 안 맞는다는 이유입니다. 한 번만 수술하면 깔끔하게 낫는 '언청이 태아'도 사라지고, 손가락 6개 '육손 태아'도 지워집니다. '선천성 심장병' 태아는 검사 기술 발달로 출산 전에 발견되어 상당수는 세상 빛을 못 봅니다.

  그런데도 누구를 탓하겠습니까? 누군들 낙태가 쉬운 결정이겠습니까? 부도덕한 우리 사회의 공동 책임인 것을….

   45살이 되던 해, 손씨는 다시 아이를 가졌습니다. 그들 부부에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아기'가 나올 채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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