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6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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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요즘 기도를 욕으로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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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선 [peterpan65] 쪽지 캡슐

2002-11-27 ㅣ No.44308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혹은, 세상을 창조하신 전지전능하신 주 천주여...

 

또는, 사랑이신 주 하느님...

 

기도를 시작하기전 그분을 찬미하기 위해 대개들 이런식으로 기도 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역시 별반 다르진 않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제 기도문이 삐딱선을 타고 있습니다.

 

하루 일과가 끝나고 잠자리에 들기전 아내와 저는 결혼후 하루도 걸르지 않고 기도를 올리고 있습니다.

 

그냥 하루를 무사히 보내게 해주심을 감사해하고 내일도 부탁하는 기도 말입니다.

 

물론 선심성(?)멘트로 이 세상 병자들의 고통을 위해서 가증스런 기도도 첨가해봅니다.

 

아마도 결혼후 달라진 나의 여러 모습중 가장 큰 변화가 잠자리에 들기전 빼먹지 않고 기도를 한다는 점일것입니다.

 

어떤때는 술을 마셨거나 몹시 피곤한 날엔 마냥 땡땡이를 치고 싶어 휙 하고 침대로 몸을 던져서 나탈리아에게 내 대신 곱으로 기도하라고 명(?)하고 이불을 뒤집어 씁니다.

 

그러나 속된말로 얄짤 없더군요.

 

기어코 저를 꺼집어 댕겨서 합장을 하게 만듭니다.

 

졸려 죽겠다고 짜증도 내보지만...맞지 않고 살기 위해선 하는수 없이 기도를 올려야만 합니다.

 

그러면 시늉만 하고 눈감고 흠냐흠냐~도 해봅니다.

 

저는 아마도 전형적인 나일론 신자인가 봅니다.

 

그러나 어찌됐건 저녁마다 그분께 그런식으로라도 눈도장을 찍고 꿈나라로 갑니다.

 

그런데 요즘은 솔직히 마음이 무겁습니다.

 

아니, 저만 그렇겠습니까?

 

적어도 대한민국 국적의 주민등록증을 소지하고 계신분들 모두가 그러리라 봅니다.

 

나는 안그런대?...하시는 분들은 자신이 지금 뭔가 잘못 나가고 있다는것을 되돌아 봐야 합니다.

 

여러 형제, 자매님들께서 많은 분노가 담긴 글과 걱정하는 여러 글들이 있어 저는 새삼 무거이 이 문제를 다루진 않겠습니다.

 

제가 무슨 남들보다 유별난 애국심이 있어서 티 낼려고 그러는것 절대 아닙니다.

 

솔직히 너무 억울하고 분해서 요즘은 말수도 퍽이나 줄었습니다.

 

무죄판결이란 뉴스를 접했을땐 손도 부들부들 떨리고 솔직히 눈물도 핑그르르 했습니다.

 

지난 토요일...제가 무슨 어떤어떤 단체에 가입해서 그런것도 아니고 누구의 초청장을 받아서 간것은 더욱더 아닙니다.

 

이 분한 마음 조금이라도 덜어보고자 어디까지 저 개인자격으로 항의 집회 하는곳까지 생계(?)를 하루접고 가서 집회에도 참여 해봤습니다.

 

전날 아내에게 피켓을 만들어 달라고 해서 아내가 종이 박스에 색지를 정성스레 붙여서 매직으로 [너희들은 하늘이 보이지도 않느냐?]란 문구를 써서 주었습니다만 막상 집회 현장에 가보니 여러 깃발과 단체에서 들고나온 수많은 분노의 피켓들이 있어서 개인 자격으로 온 저는 슬그머니 그 피켓 한번 들어보지도 못하고 왔습니다.

 

어쨌든 그래도 속이 풀리지 않았습니다.

 

TV뉴스를 보다가도 그 얘기만 나오면 저도 모르는 사이에 쌍욕이 막 튀어 나오며 발광하는데 놀란 아내가 요즘은 저를 아예 뉴스 시간대는 TV를 못보게까지 합니다.

 

여기까지는 누구나 다하는 분노의 표출이라 봅니다.

 

이제부턴 신앙에 관련한 저의 분노를 적어 보고자 합니다.

 

요즘은 저녁기도에 주님께 대한 첫인사말이 바뀌었습니다.

 

졸고 계신 주님! 지금 일어나셨는지요?...

 

혹은, 정의와는 담쌓으신 주님께...

 

또는, 맥도날드 햄버거 맛에 홀딱 반하신 주님께...

 

이런식으로 아주 불손하게 인사를 올립니다.

 

그러면 아내가 놀래서 저를 꾸짖지만 전 가만히 눈을 감은채 한마디 툭 던집니다.

 

"그냥 넘어가..."

 

저의 이런 태도를 보면서 많은 형제자매님들의 꾸중이 있으시리라 봅니다.

 

이왕 꾸중 듣는거 한가지만 더 거론하지요.

 

어저께는 아내가 늦게 오는 틈을 타서 그 몹쓸 뉴스를 보았지 뭡니까?

 

무죄 판결을 받은 운전병과 관제병이 곧 출국 할것이란 뉴스와 무죄판결을 받은 운전병이 소감을 밝히는데 이 나라(한국)는 정말 우리가(미군) 살기 좋은 나라인것 같다. 라며 기뻐했다는 소식을 들었을땐 저...거의 실신 할뻔했습니다.

 

저의 방엔 십자고상과 마리아상이 있습니다.

 

저는 조용히 일어나 목욕탕으로 가서 타올을 갖고 왔습니다.

 

그리곤 그 타올로 십자고상과 마리아상을 덮었습니다.

 

이왕 주무시는거 푹 주무시라고...

 

늦게 온 아내가 그것을 보고 거의 기절초풍했습니다.

 

물론, 아내에게 혼났을게 뻔했겠지요?

 

녜! 혼났습니다.

 

지금까지 저의 솔직한 고백입니다.

 

여기까지 저의 행동에 대해 놀라신분도 또 곱지않은 시선을 보내는 분들도 계시리라 봅니다.

 

하지만 이 분함과 억울함을 어디에다 하소연을 해야겠습니까?

 

아닌말로 빈 라덴이라도 만나서 손이라도 붙잡고 울면서 하소연 하겠습니까?

 

아니면 당장이라도 미국으로 달려가 부시의 멱살이라도 움켜잡고 너죽고 나죽자!며 싸움을 하겠습니까?

 

다 황당한 일 아니겠습니까?

 

제게는 그동안 저를 사랑해주시고 지켜주신 주님이 계십니다.

 

앞으로도 그러실 분이란것을 잘 압니다.

 

하소연이라곤 그분말고는 더 없었습니다.

 

그래서 불손한 짓이지는 잘 알지만 전 그렇게 버릇없이 주님께 투정을 할수 밖에 없었습니다.

 

전 오늘밤도 그분의 바지 가랭이를 꽉 붙잡고 놓지 않으며 아이가 투정 부리듯이 죽어라 주님의 등쌀을 긁어댈 것입니다.

 

제발 정의가 반드시 승리하는 참세상을 만들어 달라고 말입니다.

 

저는 오늘 이글을 마치 고백성사를 보는 심정으로 써 나가고 있습니다.

 

지난 주일 미사때는 내내 이 기도 하나로 한시간여를 때웠습니다.(그러고보니 무슨 주일이었는지도 모릅니다...위령성월이었나요?)

 

신부님의 강론말씀도 복음도 독서도 제 귀엔 하나도 들어오지 않았으며 그저 넋나간 놈마냥 내내 억울한 마음뿐으로 주님을 성가시게만 했습니다.

 

앉으라면 앉고 일어서라면 일어서고, 성가 부르라면 부르고 마침기도하고 가라면 갔을뿐입니다.

 

왜이리 이 무거운 마음이 가시지 않는지...

 

그러던 제가 오늘 퇴근을 하고 텅빈집 홀로 불켜고 방안에 여전히 놓여있는 십자고상을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순간 떠오르는 생각 한가지가 있었습니다.

 

아니, 그럴싸하게 그분의 응답을 들었다고나 할까요?

 

저보다, 아니...우리보다 더 더 마음 아파하셨을 당신이었을텐데...

 

제가 위로는 못해드릴망정 오히려 떼쓰기만 해댔으니...

 

그렇게하고 이번엔 마리아상을 바라보니 정말로 어머니께서 울고 계시는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어머니는 나보다 몇백배 이번 사태를 가슴 아파하셨구나!

 

오늘밤은 어머니 품에 안겨 저도 울어야할것 같습니다.

 

그간 아내에게도 미안했고 모두에게도 죄송했습니다.

 

오늘밤도 아내와 나란히 그분앞에 무릎을 꿇게 될것입니다.

 

주님! 당신은 정말로 정의로우신 분이십니다!!!

 

당신이 밉기보단 사랑하기에 그랬습니다.

 

이죄인을 용서하십쇼! 이렇게 기도를 바꿔볼까 합니다.

 

지금 아내는 아직도 학원에서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이 글을 올리는대로 저먼저 살짝 주님앞에 무릎을 꿇어 볼까 합니다.

 

그리고 정의가 반드시 승리하게 해달라는 기도는 그분과 함께 나누겠습니다.

 

못난 저의 긴 글을 끝까지 읽어주신 분들 모두에게 주님의 사랑이 가득하기를...오늘은 그냥 이렇게 마무리를 지어보고 싶습니다.

 

평안한 밤 되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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