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5일 (수)
(백) 부활 제7주간 수요일 이들도 우리처럼 하나가 되게 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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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노조들을 바라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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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경 [kreuz] 쪽지 캡슐

2002-10-19 ㅣ No.41040

 

1.

예수님이 태어나셔서 부활하시기까지 계셨던 이스라엘은

당시에 로마의 지배를 받고 있었습니다.

즉, 이스라엘은 약자, 로마는 강자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결코 이스라엘을 편들고 감싸지 않으셨습니다.

왜냐하면 이스라엘은 스스로 로마의 지배를 받음을 고통스러워하면서

그 안에서 또다시 누군가를 억압하고 지배하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타국으로부터의 지배를 고통스러워하던 유대 율법학자나 바리사이파 사람들,

혹은 에세네파의 경우에도

정작 사회적 최약자인 가난하고 병든 자들, 여자들, 노예들에 대해서는

그들에 대한 자신들의 억압을 결코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예수님은 그들에게 심한 독설에 가까운 비난까지 퍼부으셨죠.

 

2.

한겨레21에 비정규직의 슬픔에 관한 기사가 실렸었습니다.

그들이 정작 더 서러운 것은

회사측으로부터의 대우가 아니라

같은 노동자이면서도 노조에 자신들을 끼워주지 않고,

자신들의 노동운동에 협조해주지 않는 정규직들이라고 했습니다.

재밌지 않습니까?

은행의 경우, 업무가 늘어날 것을 염려한 정규직에서

일정 비율의 비정규직을 유지할 것을 협의했다가

그 협의를 교묘히 이용한 사측의 농간 때문에

이젠 정규직 숫자가 줄어들어 노조가 약해지고 있음을

걱정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3.

민주노총에서 저희처럼 노조조차 없는 조그마한 회사의 노동자들에 대해

얼마나 어떤 힘을 보태주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니, 같은 일터를 가진 정규직 노동자들이 그 거대한 노조의 힘을

비정규직에게는 전혀 내밀어주지 않는다는 기사를 읽으면서

저는 이스라엘을 떠올렸습니다.

자신들이 억압받고 있고 괴롭다고 떠들면서도

정작 같은 민족 안에서 더한 약자들에 대해서는

로마보다 더 가혹하게 억압하고 차별하던 사람들에 대해서 말입니다.

 

4.

자본주의 사회 안에서 노동자는 약자일 수 밖에 없음을 인정합니다.

하지만 그 약자가 진정한 약자라고 말하기 위해서는

누군가를 차별하고 억압할 수 있는 힘을 포기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진정한 약자는

자신들을 지켜주고 보호해줄 수 있는 최후의 보루를

결코 파괴하거나 함부로 대하지 않을 겁니다.

왜냐하면 갈 곳이 그곳밖에 없는 사람에겐 그 장소가 더할나위 없이 소중할테니까요.

하지만, 중소회사의 노동자들은 감히 쳐다볼 수도 없는 노총과,

비정규직의 혜택은 자신들의 손해라고 생각하고 억누르는 정규직 노조와,

도피처라고 말하면서도 함부로 더럽히고 함부로 신자들을 대하는 파업노조원들을 보면서

그런 힘을 가져볼 수도 없는 노동자들이

과연 초봉이 자신들보다 훨씬 많은 병원의 노조원들의 파업에 대해

기꺼이 동조하고 박수쳐주기를 바라는 것이 오히려 무리가 아닐까 합니다.

내가 적게 받으니 너희도 적게 받아라 하는 말이 아닙니다.

너희가 싸울 때 박수를 쳐준다면 너희도 우리가 싸울 때 박수를 쳐줄까...

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 결코 그렇지 않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입니다.

 

5.

이스라엘이,

자신의 내부에 단 한 명의 억울하고 고통받는 사람도 없는 나라였다면,

가난하고 헐벗은 이들을 형제로 이웃으로 돌보는 사람들만 있고,

억압받는 고통을 잘 아니 억압하려 하지 않는 사람들로만 가득한 나라였다면

결코 통곡의 벽은 생겨나지 않았을 겁니다.

만약 거대 노조들이

자신들의 손해가 예상된다 하더라도 힘없는 노동자들을 위해 뭉쳐주고,

자신들이 도피해 있는 곳을 최후의 보루인 냥 소중하게 여겨주고,

불편하지만 그곳을 내어준 사람들에게 예의를 지키고,

비정규직이건 정규직이건 노동자라는 이름 하나로 뭉칠 수 있었다면

지금처럼 사람들에게 외면당하고 손가락질을 받지는 않았을 겁니다.

하지만 우리가 계속 보아온 것은

비정규직을 외면하는 정규직 노조,

명동성당에 산더미같은 쓰레기를 버려두고도 막대한 금액의 돈으로 해결하는 노조,

인신공격과 감정적인 글에만 호소할 뿐 정작 자신들이 받는 부당한 처우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올려주지 않는 글들만 접할 뿐입니다.

 

6.

전에 어느 분이

이곳 게시판에서 욕하는 사람들만 그렇고

다른 대부분의 시민들은 가톨릭병원노조를 지지하고 있다고

어느 글에서 쓰신 것을 읽고....

듣고 싶은 소리만 들을 수 있는 것도 은총이구나 싶었습니다.

 

사측이 아닌, 노조들이 제시한 처우 근거 자료와,

노조원들을 그토록 잔인하게 괴롭혔다고 본인들이 지속적으로 비난한

수녀님과 신부님이 과연 실제하는 인물인지를 밝혀주기를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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