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0일 (금)
(백) 부활 제6주간 금요일 그 기쁨을 아무도 너희에게서 빼앗지 못할 것이다.

신앙상담 신앙상담 게시판은 비공개 게시판으로 닉네임을 사용실 수 있습니다. 댓글의 경우는 실명이 표기됩니다.

q (강 론) 흔들리는 신앙-----문제인가?(도반 홍성남 마태오 신부님)

인쇄

비공개 [174.52.193.*]

2017-01-10 ㅣ No.11353

 

 흔들리는 신앙 - 문제인가?(도반 홍성남 마태오 신부님)



 가끔 흔들림없는 믿음을 가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하는 질문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혹시 여러분 중 지금까지 신앙생활해오시면서 흔들리지 않는 믿음으로 살아오신 분 계십니까?

 늘 기도만 하면 하느님을 체험하고, 성체가 늘 주님의 몸임을 확신하고

24시간 성령이 충만하여 사시는 분... 그런 분이 계시다면 '저'와 자리를 바꾸셨으면 합니다.

 

 신앙생활을 하면서 믿음이 흔들리는 것은 아주 정상적인 현상입니다.

왜냐하면 믿음의 흔들림이란 내가 하느님께 깊은 관심을 가질 때 나타나는 현상이기 때문입니다.

 

 처녀가 좋아하는 총각이 생겼습니다.

그럼 초지일관 믿는 마음을 가질 수가 있나요? 그렇지 않지요.

 믿음이 가다가도 저 사람이 혹 나를 싫어하는 것은 아닐까 믿음이 흔들리기도 하고,

때로는 자신의 믿음이 약해짐에 스스로 갈등에 빠지기도 하면서 돈독한 관계를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하느님과의 관계에서도 유사한 현상이 나타납니다.

하느님께 대한 깊은 감사의 마음을 느끼다가도 기도에 대한 응답이 없거나, 세파에 시달릴 때는

이분이 정말 계신가, 내가 없는 하느님을 만들어서 믿는 것은 아닐까 하는 회의와 갈등에

심하게 흔들리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이런 흔들림의 과정이 모두

내 마음이 하느님께 향해 있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란 것입니다.

즉 서로 좋아하는 사이가 아니면 마음의 흔들림이 없듯이

내가 하느님께 관심이 없다면 믿음의 흔들림도 없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믿음이 흔들린다고 자책하거나 고해성사를 볼 필요가 없습니다.

 

 그래도 신앙인으로서 자신의 믿음이 흔들리는 것이 참으로 불편하다는 분들께

부연설명을 드리자면,(조금 어려울지 모르지만)

믿음의 기복이 심하다는 것은 흔들리는 감정이 내게 할말이 있음을 의미한다는 것을 아셔야 합니다.

 따라서 억지로 평상심을 가지려고 애쓰지 마시고, 자신의 그러한 마음과 내적인 대화,

왜 그렇게 마음이 흔들리는 것인가 하고 묻는 대화의 시간을 갖는 것이 좋습니다.

 

 감정의 기복이란 마음에 갈등이 생겼다는 신호이므로

그 원인을 알게 되면 문제를 해결할 힘을 얻어 마음의 평온을 얻을 수 있습니다.

 어떤 영성가가 말하길 신앙생활에서 마음의 흔들림이란 음악과도 같은 것이다 라고 하였습니다.

내적세계와 외적세계가 만나서 내는 일종의 합창이란 것입니다.

 따라서 믿음의 흔들림을 두려워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즐길 필요도 있다는 것입니다.

 

그 래도 정말 흔들림이 없는 굳센 믿음을 가진 분들을 보았다고 이의를 제기하는 분들도 계십니다.

그건 왜 그런가? 초보자라서 그런 것입니다.

 신앙생활 초보때는 굳세게 보일지 몰라도,

신앙이 성숙해질수록 흔들림이 많아지고 또 그것이 정상입니다.

 그것은 마치 고층건물의 아래층은 흔들림이 없지만

고층으로 올라갈수록 흔들림이 심한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어떤 교우분이 평생을 흔들거리는 믿음을 가지고 살았습니다.

기도를 하면서도 이 기도가 들어질까? 하느님은 정말 계신가? 성체가 정말 그리스도의 몸일까? 등등.

그런 의심을 하고 나면 나는 왜 이 모양일까 하면서 심하게 자책했습니다.

그리고 술을 매우 심하게 마셔서 간이 망가질대로 망가져 임종을 하게 되었는데

종부성사를 주는 노인신부님에게까지 사람이 죽으면 정말 영혼이 있나요?

정말 천당이 있나요? 이렇게 종부성사를 받으면 정말 천당에 가나요? 하고 집요하게 물었습니다.

그러나 노인신부님이 ‘아 조금만 있으면 다 보고 다 알게 될텐데 뭐가 그렇게 궁금해’하고

‘아 짜증나’ 소리치시고는 가버리셨습니다.

죽고난 후 이 교우는 자기 영혼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러자마자 이번에는 내가 늘 흔들리는 믿음으로 살았는데 나같은 건 아마도 천당 근처도

못 가지나 않을까 걱정되고, 평소에 주님을 믿습니다 아버지, 아버지하느님 하고 목놓아 외치며

기도하던 사람들은 다 지금쯤 천당에서 한자리들 하겠구나 생각하는데

자기도 모르게 천당으로 들어갔습니다.

이번에는 이리 기웃, 저리 기웃하면서 생전에 굳센 믿음을 가졌던 사람들을 찾아보는데

 웬일인지 한 사람도 보이질 않는 것입니다.

그리고 하느님께서도 보이지 않으셨습니다.

더 궁금한 것은 천당사람들이 모두 입에 반창고를 붙이고 흔들흔들거리면서 다니는 것입니다.

그래서 베드로사도에게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베드로사도가 말하기를 “야 이사람아, 말도 마라. 사람들이 하도 걔네들이 믿음이 깊다고

칭찬을 해대서 하느님 측근으로 삼고, 하느님방 옆방까지 주었는데

뭐가 부족한지 밤새도록 하느님아버지 믿습니다를 불러쌌고 울고불고 난리를 치는데,

이건 하루이틀도 아니고 결국 일년만에 하느님께서 신경쇠약증에 걸리셔서 정신병원에 입원하셨고,

입원하시면서 다시는 저놈들 쌍판대기 보기 싫으니 어디로 좀 보내라 하시는데

이미 천당국민인지라 연옥이나 지옥에 보낼 수는 없어서

소리질러도 들리지 않는 천당보일러실 관리인으로 보냈다고 합니다.

그럼 천당사람들이 왜 저렇게 반창고를 붙이고 흔들고 다니는 것입니까?

하느님께서 믿음이 굳세다고 소리치고 다니는 놈들은 다 꼴도 보기 싫다고 하셨더니

저렇게 하느님께 이쁘게 보이려고 입에 반창고 붙이고 절대로 굳세지 않다는 것을 보이려고

흔들고 다닌단다 하는 믿거나-말거나.

 

 우리는 평생 초지일관 하느님께 신앙을 고백한 사람들 중 하느님께 대한 의심을

한번도 가진 적이 없는 사람을 믿음이 굳세다고 생각합니다만

교회의 수많은 성인들이야말로 극심한 흔들림을 경험한 사람들이었다는 사실을

아는 분은 그리 많지 않으십니다.

 이냐시오성인은 기도 중 일년이상을 무감각체험 속에서 괴로워하였고,

깔멜수녀원의 데레사성녀는 이런 흔들림의 시간을 어둔밤이라고 칭하셨을 정도로 힘들어하셨습니다.

성인들은 보통 신앙인들보다 더 힘겹고 흔들리는 시간을 사신 분들입니다.

즉 믿음의 흔들림은 믿음이 굳건해지기 위해 누구나 거쳐야 하는 과정이란 것입니다.

 

 기도가 잘 되지 않을 때,

하느님께 대한 의심이 끊임없이 떠오를 때,

이런 현상들은 내가 믿음이 없어서가 아니라

하느님께 더 가까이 가기 위해 거쳐야 하는 과정이야 라고 스스로를 다독이시고

흔들림의 시간을 잘 견디는 신앙인이 되시길 바랍니다.

 

 

 

 

 




642 0댓글쓰기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