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0일 (월)
(백) 교회의 어머니 복되신 동정 마리아 기념일(교육 주간) 이 사람이 어머니의 아들입니다. 이분이 네 어머니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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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Q: 술 담배가 죄가 되지 않습니까?-----A: 장재봉 신부(부산교구,부산 가대 윤리신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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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공개 [67.182.215.*]

2015-01-13 ㅣ No.10821

(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신교 신자들에게 가장 흔히 듣는 질문 가운데 하나가 아닌가 싶습니다. 사제가 되면서 개인적으로 다짐한 일 가운데에는 타종교를 속속들이 알지 못한 상태에서 결코 비방하거나 판단하지 않겠다는 것이 있었습니다. 흔히 타종교인들에게 지적(?) 당하는 가톨릭의 면면을 살펴보면서 상대가 오인하고 있는 경우가 다반사인 것을 알았던 것입니다. 가톨릭에 대한 오해가 거듭되는 것은 우리들이 가톨릭의 참 모습을 알려주지 못했던 탓이 큽니다. “여러분이 지닌 희망에 관하여 누가 물어도 대답할 수 있도록 언제나 준비해두십시오”(1베드 3,15)라는 주님의 가르침에 소홀했던 우리들의 소치라는 말입니다. 가톨릭은 성부와 성자와 성령께서 임재하시는 하느님의 교회입니다. 개신교 형제들과 한 하느님을 섬기는 ‘하나의 교회'임을 잊지 않습니다. 때문에 가톨릭은 갈라져 나간 개신교 형제를 위해서 기도하고 한 자리에 모여서 하느님을 찬미할 그날을 고대하며 기다립니다.

 

우리 신자분들은 전교를 하면서 으레 가톨릭은 “ 마셔도 괜찮아요”, “제사 지내도 돼요”, “담배는 자유예요”라는 말들을 하고 있지 않습니까? 정말 잘못된 방법입니다. 죄인을 구원하시려는 아버지 하느님의 뜻을 따라 자신을 산 제물로 바치신 예수님께 죄스러운 행위입니다. 아들을 내주시면서까지 우리를 사랑하시는 하느님의 마음을 전하는 ‘기쁜 소식'이 그렇게 폄훼되는 일은 전혀 옳지 않기 때문입니다. 가톨릭이 유교적인 제사를 계승하는 것처럼 오인하도록 하는 일도 마찬가지입니다. 잘못된 전달 방식은 가톨릭을 그저 편하고 우유부단한 종교쯤으로 인식시키고, 참된 하느님 사랑과 예수님의 뜻을 가릴 수 있습니다.

 

어느 신자분이 개신교 신자일 때 담배와 을 끊지 못하는 자신의 ‘죄' 때문에 예배 때마다 눈물을 흘리고 회개하면서도 그것을 끊지 못하는 자신에게 실망스러워서 더 이상 믿음의 성장이 어려웠는데, 이제 자신을 단죄했던 부수적인 행위에서 스스로 자유로워지니까 하느님을 향한 참 감사와 기쁨을 살게 되었다는 말을 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먹고 마시는 일에 온전히 자유로우셨던 분이십니다.

음식, 더욱이 이나 담배는 부차적인 삶의 취향에 불과합니다. 더욱이 가톨릭 신자들 중에도 금주 금연하는 분은 많이 계십니다.

가톨릭 수도자의 경우에는 스스로 자신의 모든 원의를 버리는 결단을 실천하며 살아가지 않습니까?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세상에서

을 마셨는지 금연했는지를 따지시는 분이 아니라 얼마나 사랑하며 살았는지를 물으실 것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물론 개신교에서 금주와 금연을 강력하게 강조하는 것은 신자들의 건강을 위해서 유익할 수 있겠지만, 인간의 구원이 마치 먹을거리로 결정되는 것처럼 주장하는 일은 그르다 하지 않을 수 없네요. 그리고 예수님께서 “더 이상 포도나무 열매로 빚은 어떤 것도 먹지 않겠다”(마르 14,25 참조)고 하신 구절은 금주의 선포나 선언이 아니지 않습니까? 에덴동산의 아담은 선악과를 제외한 “땅위에서 씨를 맺는 모든 풀과 씨 있는 모든 과일나무”(창세 1,29)를 양식으로 받았습니다. 그러나 세상으로 쫓겨난 이후에는 들의 풀과 땀을 흘려 얻은 양식이 먹을거리였지요. 육식과 은 노아의 시대에 이르러서 인간에게 허락된 음식입니다(창세 9,3 참조). 성경은 폭주로 인한 향락주의를 경고합니다. 하지만 예수님께서는 세상에서 제일 먼저 베푸신 기적으로 잔칫집의 포도주 항아리를 채워주셨습니다. 하느님 보시기에 좋은 세상에서 인간이 누리는 즐거움을 외면하시지 않으신 것이지요.

 

우리는 너무 오랜 세월을 따로 지냈습니다. 볕 좋은 자리에서 향기로운 한 잔 을 서로 나누며 하느님 사랑을 찬미할 날을 기대해봅니다. 하느님께서는 그리스도인이 아닌 사람들에게까지 관대하신 온 인류의 아버지이시니까요.



장재봉│ 부산교구 사제이며 로마 그레고리안 대학교에서 윤리신학 박사학위를 받고 부산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교수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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