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1일 (토)
(백) 부활 제6주간 토요일 아버지께서는 너희를 사랑하신다. 너희가 나를 사랑하고 또 믿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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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아! 어쩌나] 204. (신부님들의) 사랑 타령이 지겨워요. <하>-----홍성남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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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공개 [174.52.193.*]

2017-02-08 ㅣ No.11398

 

 

[아! 어쩌나] 204. 사랑 타령이 지겨워요 <하>

 

 



Q. 신부님들이 강론할 때마다 사랑 타령을 하는데, 과연 사랑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을까요? 사랑을 외치는 사람치고 사랑을 실천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고, 또 사랑을 실천하는 사람들을 보면 왠지 무기력해 보입니다. 힘이 없어 사랑이란 도피처를 찾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요.
 
 A. 사람은 밥을 먹어야 사는 존재입니다. 그런데 밥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사랑입니다. 사람은 육체와 영혼을 가진 존재여서 몸의 음식 이상으로 마음의 음식이 중요합니다. 마음을 건강하게 해주는 심리적 음식을 우리는 사랑이라고 부릅니다. 사람은 사랑을 먹고 살고, 사랑을 먹으면서 성장합니다. 이처럼 사랑은 종교적 계명 차원이 아닌 인간 생존에 필수적인 심리적 영양소입니다.

 

   돌아가신 마더 데레사 수녀님이 레바논을 방문했을 때 어린이 보호시설에 들렀다고 합니다. 레바논은 이스라엘과 적대국 사이에서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듯 늘 외침을 당하고, 사람들이 죽임을 당하는 아주 슬픈 나라입니다. 그래서 그곳에는 전쟁고아가 많습니다. 이곳의 어린이 시설을 방문한 수녀님은 무척 마음이 아팠다고 합니다. 커야 할 아이들이 성장이 멈춘 상태로 있는 것을 목격한 것입니다. 아이들이 성장을 멈춘 가장 큰 이유는 아이와 어머니 사이에 주고받아야 할 사랑이 없어 그저 시간표대로 애정없이 주어지는 음식을 먹고 자란 것이 주요 원인이었습니다. 즉, 사랑받지 못한 아이들은 뇌하수체 분비선에서 성장호르몬을 생산해내지 못하기 때문에 성장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사랑은 사람 육체가 정상적으로 성장하는 데 아주 중요한 것입니다. 그리고 사랑은 정신적 성장에도 아주 중요한 기능을 합니다. 발달심리학에서는 어린 시절 애착 관계에 대해 매우 큰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인간의 심리적 성숙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입니다. 발달심리학은 아이는 부모와 애착 관계를 통해 심리적으로 성숙하고, 긍정적이고 일관된 정체성을 가질 수 있고, 현실 안에서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한다고 합니다. 사랑이 아이를 어른으로 만든다는 말입니다.

 

   교회는 이웃 사랑을 강조합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아본 사람이 할 수 있는 행위입니다. 사랑을 받아봐야 사랑을 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어린 시절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란 아이들은 어른이 돼서 다른 사람에게 사랑을 주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사랑도 일종의 학습을 통해 얻는 것인데, 그런 사랑의 학습 과정이 없는 아이들은 사랑을 주고받을 줄 모르기에 어른이 돼도 다른 사람들을 사랑하기 어렵게 됩니다.

 드라마에서 가끔 '나를 왜 사랑해주지 않느냐'고 항의하는 대사들이 있습니다. 대개 이런 대사들은 사랑을 주고받을 줄 모르는 사랑 결핍증 환자들이 주로 말하는 것들입니다. 소위 '사랑에 걸신들린 상태'에서 하는 말이지요. 배가 고프니 밥 달라는 말과 같은 것인데, 내가 배고파서 상대방에 대한 배려 없이 외치는 것이 사랑타령입니다. 이런 사랑은 건강하고 진정성 있는 것이 아니기에 이러한 감정으로 맺어진 커플은 오래가지 못하고, 서로 질리고 싫증나서 헤어지기 일쑤입니다.

 

   이런 저런 이유로 어린 시절 부모나 주위 사람들로부터 사랑받고, 사랑을 주는 학습 행위는 인생 전반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중요하기에 우리 교회를 비롯한 모든 종교가 사랑타령을 하는 것입니다.

 토끼는 관상동맥 체계가 사람과 비슷하다고 합니다. 그 토끼를 안아주고 쓰다듬어주면 동맥경화에 걸리지 않는다고 합니다. 많은 심리학자들은 사람 역시 많은 사람으로부터 사랑 받고 관심 받으면, 마음과 몸이 건강해진다는 것을 실험으로 입증했습니다.

 현대인들은 수많은 약을 먹고 또 육체적 병에 걸리지 않으려고 온갖 식단을 짜서 몸의 건강을 지키는 데 온 힘을 다합니다. 그런데도 예전보다 더 많은 질병이 생기고 더 많은 사람이 병으로 죽어가는 것은 약이 모자란 것도, 음식 때문도 아닙니다. 마음의 외로움이 깊어 가면서 병들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홀로 죽어가는 사람이 자신의 외로움을 덜기 위해 돈을 주고 외로움을 더는 방법들을 찾는데, 문제는 비용을 내고 주고받는 관계가 사랑을 주고받는 인간적 관계가 될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현대인들은 상생하기 위해 그리고 자기 건강을 챙기기 위해서라도 주님 가르침을 따라 서로 자기 몸처럼은 아닐지라도 챙겨주고 챙김을 받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신앙생활은 단순히 성당에 가는 사람들만의 삶이 아니라 나의 건강한 생활을 위한 필수적 요소입니다.

 성경에는 "'네 마음을 다하고 네 목숨을 다하고 네 힘을 다하고 네 생각을 다하여 주님이신 네 하느님을 사랑하여라. 그리고 네 이웃을 네 몸같이 사랑하여라' 하였습니다"(루카 10,27)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아주 중요한 생존방법입니다.


홍성남 신부 (서울대교구 영성생활상담소장)
상담전화: 02-776-8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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