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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영화(5) 어부의 신발 : 교황소재의 감동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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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웅 [cine212722] 쪽지 캡슐

2015-02-01 ㅣ No.1893

(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어부의 신발

원제 : The Shoes of Fisherman

1968년 미국영화

감독 : 마이클 앤더슨

출연 : 안소니 퀸, 오스카 워너, 데이비드 잔센

비토리오 데 시카, 로렌스 올리비에, 존 길거드

바바라 제포드, 레오 맥컨

 


'어부의 신발'은 전형적인 가톨릭 영화입니다.  호주의 작가 모리스 웨스트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영화화한 것인데 1963년에 발표된 이 소설은 전미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고 영화는
5년뒤엔 1968년에 만들어졌습니다. 

 

러시아에서 정치범으로 20년간 감옥살이를 하다가 풀려난 키릴 라코타 신부가 출옥후
바티칸의 부름을 받고 추기경이 된 이후 교황에 오르는 과정을 감동있게 그려낸 영화입니다.
명배우 안소니 퀸이 주인공 키릴 추기경을 연기합니다.

 

러시아 출신의 사제로 감옥에서 20년을 복역한 키릴(안소니 퀸)은 고위층인 카메네브
(로렌스 올리비에)에 의하여 석방됩니다. 카메네브는 키릴을 오래 구속한 인물이지만
마음속으로는 그의 올바름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공산당의 협박에도 굴하지 않고 종교적
신념을 버리지 않았던 키릴은 석방되자마자 교황(존 길거드)의 부름을 받고 바티칸에
불려간 뒤 추기경으로 전격 임명됩니다.  키릴을 바티칸에 데려온 텔레몬드 신부(오스카
워너)는 신념이 강하고 진보적인 신부로 교단에서 이단으로 취급받고 있습니다.  키릴은
텔레몬드에게 호감을 느끼고 그를 곁에 두려고 하지만 교단에서 탐탁치 않게 생각합니다.
어느날 갑작스럽게 교황이 세상을 떠나게 되고, 새로운 교황선출 투표가 진행되지만
적법한 득표자가 나오지 않은 채 며칠이 지나게 됩니다.  교황 후보였던 리날디 주교는
키릴의 신념을 느끼게 되어 전격적으로 그를 지지하게 되고 이로 인하여 예상을 뒤엎고
이탈리아 출신이 아닌 러시아의 키릴이 교황으로 선출됩니다.  이제 '러시아 감옥'에서의
구속에서 풀려난지 얼마 되지 않아서 다시 '바티칸'이라는 곳에서 자유로움이 없는
순명을 받아들어야 하는 키릴은 무거운 마음으로 교황직을 받아들이게 되지만 기아에
허덕이는 중국와 자본주의의 갈등, 러시아와의 관계 등으로 세계는 냉전과 전쟁의 위기를
맞게 되고 키릴은 이런 상황속에서 어려운 결정을 해야 하는 운명입니다.


 

 

    
 

 

 

'천국의 열쇠' '성처녀' 등 여러편의 가톨릭 수작 고전영화들이 있지만 교황과 바티칸의
세계를 심도있게 다룬 영화는 많지 않았기에 더더욱 흥미로운 영화입니다.  도대체
로마 교황청은 어떻게 돌아가고 그곳에서 교황선출은 어떻게 할까 궁금증에 대해서
많이 풀어주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물론 이 영화는 픽션소설을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실제 교황청의 현실과 많이 차이가 날 수도 있지만 교황의 선출과 추기경들만의
세상에서의 여러가지 갈등과 고민 등이 묘사되고 있는 영화입니다. 더구나 최근에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보기 드물게 생존중에 교황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발표뉴스가 전해진
상황이므로 더더욱 공감이 갔던 영화입니다.

 

안소니 퀸이 연기한 키릴 주교 같은 교황이 실제 존재할까 하는 생각도 들면서 천국의
열쇠와 마찬가지로 작가가 '이런 교황이 한 번쯤 존재했으면'하는 바램을 담은 이야기
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천국의 열쇠를 읽었을 때 주인공 신부가 정말 진정한 존경
스럽게 위대한 신부라고 느껴진 것처럼 말이죠.

 

의미있는 대사와 내용이 간간이 많이 나옵니다.  교황이라는 무거운 자리를 받아들이는
고뇌와 걱정, 무거움 들이 묘사되고 있고, 특히 추기경이 교황에게 들려주는 이야기
'당신은 이제 고독한 순례의 여정을 떠나는 것입니다.  죽을때까지 평생 그래야 하며
그걸 피할 길이 없습니다.  당신이 하는 고민과 어려움을 다른 분들도 했었고 그것에
대한 특별한 해결책은 없습니다'라는 말이 절실히 와닿습니다.  교황이란 종신직이기
때문에 하기 싫다고 중간에 안하기도 어렵고 정말 고독하고 긴 순례의 여정이며,
죽을때까지 감내해야 할 부분이기도 합니다.  키릴이 교황으로 선출된 후 평상복을
입고 '몰래 순시'를 하는데 얼굴을 아는 사람에게 신고되어 그를 데리러 나온
사제와 호송차량을 타는 장면에서는 '사생활과 자유'가 없는 또 하나의 굴레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20년간 복역한 러시아 감옥보다 더 무겁고 막중한 또 하나의
창살없는 감옥으로 들어가는 느낌이 드는 장면이었습니다.





 

TV 리포터로 출연한 데이비드 잔센


 

  

 

 

 

 

키릴이 자신의 연적이었던 카메네브의 주선으로 중국의 협상대표를 만나는 장면에서
중국대표가 하던 말도 굉장히 인상적입니다.  '나는 목을 내놓고 여기에 왔소,  협상이
잘 안되면 잘릴 수도 있어요.  당신은 뭘 잃습니까? 교황으로서 거룩하게 호소할 수
있고, 자본주의 지도자들은 당신의 말을 아주 정중하게 거절할 수 있겠죠. 그럴경우
당신은 도대체 잃는 것이 무엇입니까?'  중국대표의 이 뼈저린 말은 교황을 할말없게
만드는 일종의 촌철살인 같았습니다.

 

가톨릭을 특별히 미화하지도 않았고, 특별히 비판하지도 않았고, 교황이 되게 된 한
신부를 통해서 그의 무거운 고민과 인간으로서의 모습을 나름 진솔하게 그려낸 작품
입니다.  몰래순시를 나온 그와 만난 여의사가 남편과의 갈등을 털어놓으며 '나는 이렇게
사랑을 잃었어요'라고 말하자 키릴은 '사랑을 했던 순간이 기억나나요? 기억나지 않으면
어쩌면 처음부터 원래 사랑은 없었던 것일수도 있지요' 라고 말하는 대사도 인상적인
부분입니다.

 

어부의 신발은 '한방'이 없는 영화입니다.  지나친 과장도 없고 지나친 숭배도 없고
지나친 비판도 없었습니다.  2시간 30분이 넘는 긴 영화지만 늘 뭔가 일어나려고 하면서
극단을 피하고 적당한 선에서 합의되는 영화입니다.  그래서 극단적 자극에 익숙한
현대의 우리나라 관객들에게는 좀 시시한 영화일 수도 있습니다.  특히 갑작스레 끝나는
느낌이 드는 마지막 장면도 그렇고.  하지만 저는 오히려 너무 극단으로 흐르는 영화에
질린 부분이 있어서 이렇게 평탄한 영화가 더 선호되기도 합니다.  그냥 물흐르듯 흐르다
가끔 인상적인 대사나 장면이 등장하는 영화입니다.


 

 

  

 

 

 

 
교황대관식에 몰린 인파들.

대단한 엑스트라를 동원한 영화였다.

 

 

배역은 꽤 호화캐스트입니다.  안소니 퀸이 주인공 키릴 주교로 출연하고 있고, '도망자'의
데이비드 잔센이 교황청을 소식을 알리는 캐스터이며 아내와 갈등을 겪는 남편으로
출연합니다.  교단에서 이단아 취급을 받는 텔레몬드 신부역으로 '화씨 451' '바보들의 배'
에서 낯익은 오스카 워너가 출연하고 교황역으로 존 길거드가 등장합니다.  특히 배우로도
많이 활동했던 이탈리아 네오 리얼리즘의 명감독 비토리오 데 시카가 리날디 추기경역으로
비중있게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 영화에서 다루는 추기경들이 모습은 비교적 긍정적입니다.  공사현장을 걸으면서
두 추기경이 대화를 하는데 수녀가 몸이 부딫쳐서 물건을 떨어뜨리자 인자하게 주워주며
'내가 미안하오'라고 하는 장면,  사다리를 타고 공사중이던 인부가 추기경인줄 모르고
물건 집어달라고 명령하자 순순히 따라주는 장면 등 권위보다는 자상한 모습이 그려지고
있습니다.  실제 교회의 높은 사제들이 그런 모습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우리나라
교회의 경우 너무 성직자를 떠받드는 신자들의 풍조가 있어서 다소 낯선 모습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일반 사제가 교황이나 추기경과 격의없이 대화하는 모습도 보기
좋은 장면이었습니다.

 

영화가 좀 밋밋하기는 하지만 나름 교황이나 추기경들이 세계를 흥미롭게 묘사한

영화로 평단에서는 극과 극의 평가를 받았습니다.  레너드 말틴의 무비가이드

에서는 낮은 점수를 받았지만  헐리웃 외신기자들이 선정하는 골든 글러브 시상식에서는

드라마부문 작품상 후보에 올랐고, 음악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아카데미 상도 2개부문

후보에 올랐습니다.

 

안소니 퀸은 30년대 부터 활동한 오랜 경력의 배우지만 60년대에 들어서서 출연한
작품들이 인상적인 주연작이 많습니다.  '바렌' '바라바' '희랍인 조르바' '25시'
'헤비급 복서를 위한 진혼곡' '라스폐기' '산타비토리아의 비밀' 등.  어부의 신발도
안소니 퀸이 굉장히 거룩한 역할을 맡은 60년대 영화입니다.  그의 연기이력에서는
좋은 이미지와 호연을 남긴 작품입니다.  60년대 중후반은 확실히 그의 연기생활이
정점에 오른 시기였습니다.

 

ps1 : 교황선출결과를 기다리며 바티칸 광장을 꽉 채운 수만의 인파,  그리고 대관식에
         모인 수많은 인파,  우리나라 광화문 광장에 월드컵과 싸이 콘서트에 몰린
         인파가 연상됩니다.  실제 바티칸 광장에 이 많은 엑스트라를 모으느라 애쓴
         영화 같습니다. 

 

ps2 : 교황선출 투표가 실제로 이 영화에서처럼 이루어지는지 모르겠네요.  성공적인
         투표결과가 나오면 종이만 태워서 흰 연기가 굴뚝으로 나오고 그렇지 못하면
         짚을 같이 태워 검은 연기가 나오게 하고... 그 연기를 초조하게 바라보는 광장의
         인파들... 자주 있지 않는 교황선출과 관련된 흥미로운 장면입니다.

 

ps3 : 어부의 신발이라는 제목은 '교황의 자리'를 의미하는 것으로 초대 교황으로
         기록되는 베드로의 직업이 '어부'였다는 것에서 유래된 말입니다.  어부의 신발을
         신게 되는 의미가 길고 고독한 여정에 대한 순명을 받는것을 의미하는 것이죠.
        
ps4 : DVD의 우리말 번역이 너무 엉망이었던 영화입니다.  하지만 출시된 자체가

        고마운 영화이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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