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8일 (수)
(백) 부활 제6주간 수요일 진리의 영께서 너희를 모든 진리 안으로 이끌어 주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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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홉째 재앙-어둠[30] / 이집트 체류[1] / 탈출기[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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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윤식 [big-llight] 쪽지 캡슐

2020-08-15 ㅣ No.140128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30. 아홉째 재앙-어둠

 

주님께서 모세에게 말씀하셨다. “하늘로 손을 뻗어라. 그리하여 어둠이, 손으로 만져질 듯한 어둠이 이집트 땅을 덮게 하여라.” 우박과 메뚜기 재앙으로 가축과 농작물에 엄청난 피해를 끼쳤지만, 파라오는 여전히 위기만 벗어나면 완고하게 되어 모세의 말을 듣지 않았다. 이렇게 지금까지 하느님께서는 모세를 시켜 파라오에게 이스라엘의 자손들을 내보내도록 경고하였지만, 파라오에게는 그 경고는 아무 효력이 없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하느님께서도 마지막 재앙을 앞둔 것을 고려하시어 아무런 사전 경고도 없이 암흑의 상태로 들어가도록 이르셨다.

 

모세가 하늘로 손을 뻗자, 사흘 동안 짙은 어둠이 이집트 온 땅을 덮었다. 이 사흘 동안 사람들은 서로 볼 수도 없었고 자리를 뜰 수도 없었다. 그러나 이스라엘 자손들이 사는 곳은 어디에서나 빛이 있었다. 어둠과 빛은 대조적이다. 빛이 사라지면 자연 어둠만 남는다. 빛은 위대하신 하느님의 것이고 어둠은 그 하느님의 부재이다. 그러기에 하느님이 없는 어둠에서는 모든 생명체가 활동을 중지할 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그 어둠은 모든 생명체를 없앨 수 있는 가장 큰 재앙이다.

 

사실 빛이 없으면 식물은 광합성 작용을 못 해 성장을 멈추며, 식물이 죽으면 동물이 먹을 게 없어 생존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빛의 원천인 태양이 빛을 잃으면, 지구는 곧 종말을 고하게 될 게다. 완전한 파멸로 종말의 길로 치닫는다. 게다가 파라오는 태양신의 후계자로 자처했기에, 그 태양이 사라진다는 것은 그의 왕권도 끝난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러므로 어둠은 이제까지 나타난 그 어떤 재앙보다도, 파라오에게는 훨씬 더 위협적이고 불길한 징조를 주었다.

 

이렇게 이집트 땅이 짙은 어둠에 싸여 사흘이나 사람들은 서로 알아볼 수도 없었고 더러는 제자리에서조차 움직일 수가 아예 없었다. 갑자기 들이닥친 재앙으로 말미암아 섬뜩한 처지의 사흘간이었다. 두려움만이 모두를 엄습했다. 그러나 이스라엘 백성이 사는 곳만은 빛이 환하게 있어, 어둠의 이집트 지역과는 확연하게 구분되었다. 빛과 어둠은 삶과 죽음의 차이다. 이 어둠에 빛이 들어오지 않는 한, 어둠은 어둠 그 자체인 죽음으로 남는다. 이 사흘의 암흑기를 지내면서, 그 완고하다는 파라오마저 끝내 위기를 느꼈다.

 

이 위협적인 재앙이 있자 파라오가 모세를 불러 말하였다. “너희는 가서 주님께 예배드려라. 다만 너희 양 떼와 소 떼만은 남겨 두어라. 어린것들은 너희와 함께 가도 좋다.” 그는 모세에게 장소나 기간, 남녀노소의 참석 규모 등에 대해서는 그 어떤 제한을 두지 않고, 얼른 가서 예배를 드리란다. 다만, 양과 소 떼만은 남겨두라나. 이처럼 가축들을 끌고 가지 말라는 것은, 예배에서는 그나마 필수인 봉헌물을 볼모로 잡아 두겠다는 속셈이기에 모세로서는 감히 받아줄 수 없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래서 모세는 거부의 뜻으로 단호하게 대답하였다. “임금님께서도 주 저희 하느님께 저희가 바칠 희생 제물과 번제물을 내주셔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저희의 집짐승들도 저희와 함께 가야 합니다. 한 마리도 남아서는 안 됩니다. 그 가운데에서 주 저희 하느님께 바칠 것을 골라야 하는데, 저희가 그곳에 다다를 때까지는 주님께 무엇을 바쳐야 할지 알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는 야훼 하느님께 정녕 어느 번제물을 바쳐야 할지 모르기에, 가축도 다 끌고 가야 한다고 힘주어 주장한다.

 

이렇게 해서 파라오와 모세 사이의 의견 차이가 하나같이 드러났다. 모세는 하느님의 소명인 이스라엘 백성과 그에 딸린 모두를 완전하게 해방하려 하고, 파라오는 이스라엘의 탈출을 철저하게 봉쇄하려 한다. 지금까지 파라오가 조금씩 양보한 것은 재앙의 두려움에 의한 것이었지, 실제로 내보내 주려는 본심은 아니었다. 그는 여전히 겁도 없이 하느님께 조건을 내 거는 꼴이다. 그래서 둘의 협상은 다시 원점으로 되돌려졌다.

 

이제 파라오와 모세 간에는 인간적인 만남으로서는, 그 어떤 설득과 타협은 없는 것처럼 보인다. 완고한 파라오의 마음을 돌릴 길이 없게 되었다. 모세가 자기 형 아론과 지금까지 이스라엘 백성의 해방을 위해 한 일은 파라오와는 이제 할 일이 끝난 것 같다. 그래서 모세는 더 이상 파라오와 협상을 할 구실이 없다고 생각했다. 이제 남은 것은 무엇인가? 그렇지만 야훼 하느님께서는 당신이 어떤 분이신지를 이제 본격적으로 드러낼 준비를 하고 계셨다. 그리하여 지금부터는 파라오는 파로오대로 모세는 모세의 길을 이제 갈 채비를 해야만 한다. 그야말로 하느님의 비장한 한 수가 이제 그 막판으로 막 치닫는 분위기다.

 

그래도 파라오는 그 나름대로 화만 잔뜩 냈다. 그는 모세에게 말하였다. “나에게서 썩 물러가라. 다시는 내 얼굴을 보지 않도록 조심하여라. 네가 내 얼굴을 보는 날 너는 죽을 것이다.” 파라오의 마지막 협박에 살기가 솟구친다. 모세도 형 아론과 함께 다시는 파라오의 얼굴을 볼 마음이 없기에 굳이 더는 군말이 필요 없는 것 같았다. 마지막으로 모세는 파라오의 그 겁박에 화답하였다. “말씀하신 대로, 저도 임금님의 얼굴을 다시는 보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도 하느님께서는 파라오의 마음을 완고하게 하셨다. 그리하여 그는 이스라엘 백성을 내보내려 하지 않았다. [계속]

 

[참조] : 이어서 '열째 재앙의 예고가 소개될 예정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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