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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보나벤투라 주교 학자 기념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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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umbrella] 쪽지 캡슐

2020-07-14 ㅣ No.139497

미국에서 생활하면서 익숙하지 않은 것이 몇 가지 있습니다. 날씨가 더워지면서 자주 보게 되는 일기예보의 단위입니다. 한국은 섭씨를 사용하는데 미국은 화씨를 사용합니다. 70도에서 80도면 좋다고 하는데 들어도 체감이 잘 안됩니다. 90도에서 100도면 엄청 더운 거라고 합니다. 온도는 섭씨보다 훨씬 높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화씨에 익숙해지면 미국생활도 익숙해질 거라고 합니다. 운전하면서 속도를 나타내는 단위입니다. 한국에서는 킬로에 익숙했는데 마일을 사용하니 속도를 체감하기 어렵습니다. 70마일에서 80 마일이면 꽤 빠른 속도라고 합니다. 고속도로에서도 70마일이 넘는 경우는 과속이라고 합니다. 속도는 킬로보다 낮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마일에 익숙해지면 운전도 편해질 거라고 합니다. 무게를 나타내는 단위입니다. 한국에서는 킬로를 사용했는데 파운드를 사용합니다. 몸무게를 거의 재지 않기에 파운드를 이용할 일은 별로 없지만 마트에서 고기를 살 때는 필요합니다. 미국에 왔으면 미국의 관습을 따라야 합니다.

 

북미주 사제회의를 (Zoom)'으로 하였습니다. 화상회의는 기업에서 하는 걸로 알았는데 줌으로 회의를 하였습니다. 서부는 오후 2시였고, 제가 있는 동부는 오후 5시였습니다. 익숙하지 않았지만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코로나19로 만날 수 없었는데 인터넷으로 서로 얼굴을 보면서 대화할 수 있었습니다. 이동 시간도 줄일 수 있었고, 장소를 빌리지 않아도 되었고, 화면으로 얼굴을 보면서 하니 집중이 잘 되었습니다. 코로나19를 지혜롭게 헤쳐 나가는 신부님들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매일 교우분들에게 전화를 하시는 신부님도 있었습니다. 레지오 회합을 줌으로 하고, 강복을 주신다는 신부님도 있었습니다. 미사가 재개 되는 본당도 있었습니다. 본당 재정을 걱정하는 교우분들이 자발적으로 헌금을 보낸다는 이야기도 나누었습니다. 방송미사에 익숙해지면서 공동체가 함께 드리는 미사가 낯설어지지 않을까 걱정도 하였습니다. 2000년 공동체 미사를 함께 하였으니, 공동체 미사가 재개되면 곧 익숙해지리라 생각합니다. 익숙함은 분명 삶에 도움을 줍니다. 그러나 경건함과 엄숙함도 삶에는 필요합니다. 역사는 익숙함으로 발전하기 보다는 새로움으로 발전하였습니다.

 

첫 부임지로 갔을 때가 생각납니다. 벌써 29년 전입니다. 모든 것이 서툴렀지만 열정과 패기만큼은 있었습니다. 성당의 제단 앞에서 무릎을 꿇고 기도하면서 첫 본당에서의 일을 시작하였습니다. 떨리는 마음이었고, 설레는 마음이었습니다. ‘신부님!’이라고 부르면 다른 사람을 부르는 줄 알았습니다. 지금은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매번 새로운 임지로 가면서 일의 방법은 더 알게 되었지만 첫 본당에서 가졌던 열정과 패기는 조금씩 줄어들었습니다. 연륜과 경험은 어느덧 익숙함이 되어버려 변화와 새로움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처음으로 하늘을 만나는 어린 새처럼, 처음으로 땅을 밟고 일어서는 새싹처럼, 천진난만한 아이처럼 하느님의 선하신 뜻이 저를 통해서도 드러날 수 있도록 기도합니다.

 

예수님께서는 허위와 욕심, 교만과 미움으로는 결코 하느님께 대한 믿음을 가질 수 없고, 신뢰를 얻을 수 없다고 이야기 하십니다. 어린이와 같은 순수한 마음을 가질 때 우리는 숨겨진 하느님의 뜻을, 참된 가치를 만날 수 있다고 이야기 하십니다. 한두 번은 속일 수 있고, 세상의 잣대로는 이익을 얻는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손으로는 하늘을 가릴 수 없듯이, 거짓과 가식으로는 하느님의 뜻을 알 수 없습니다. 사랑과 진실, 정의와 평화가 어우러질 때 우리는 하느님의 뜻을 볼 수 있습니다.

 

하늘과 땅의 주님, 지혜롭다는 자들과 슬기롭다는 자들에게는 이것을 감추시고 철부지들에게는 드러내 보이시니, 아버지께 감사드립니다. 그렇습니다, 아버지! 아버지의 선하신 뜻이 이렇게 이루어졌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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