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7일 (토)
(백) 부활 제4주간 토요일 나를 본 사람은 곧 아버지를 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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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희 [yesyes] 쪽지 캡슐

2019-12-10 ㅣ No.134469

 


백부장이 본시오 빌라도에게 인사하고 보고를 한다.

" 또 이리로? 어이구! 저주받은 족속들! 천민들을 앞으로 나오라고 하고 피고를 이리 데려오시오. 어이! 귀찮아!"

 

그는 여전히 현관 가운데 머물러 있는채 군중을 향하여 간다.
"히브리 사람들. 들으시오. 당신들은 이 사람을 폭동을 선동하는 자라고 내게 데려왔소. 그래서 당신들 앞에서 이 사람을 우리에게 돌려 보냈소. 이 사람은 죽어 마땅한 사람이 아니오. 로마가 언명하였소.
그러나 당신들의 재미를 빼앗아서 당신들의 기분을 상하지 않게 당신들에게 바라빠를 내 주겠소. 그리고 이 사람은 매질 40번만 시키겠소. 이것으로 충분하오."


" 아니오, 아니오! 바라빠는 안돼요! 바라빠는 말고! 예수를 죽이시오! 소름끼치게 죽이시오바라빠를 살려주고 나자렛 사람에게 사형선고를 내리시오."


"내 말을 들으시오. 매질을 시키겠다고 했는데, 그것으로는 부족하단 말이오? 그럼 채찍질을 시키겠소! 이것은 잔인한 것이오. 알겠소? 그로 인해서 죽을 수도 있소. 이 사람이 무슨 잘못을 저질렀단 말이오? 나는 이사람에게서 아무 잘못도 찾아내지 못하겠으니 이 사람은 석방하겠소."

 

"십자가에 못박으시오!  십자가에 못박아요!  죽이시오!  당신은 죄인들을 두둔하는구려!  이교도!  당신도 사탄이오!"


군중이 아래쪽으로 전진하니 병사들의 첫째줄이 충돌로 인하여 변형된다. 
그것은 그들이 창을 쓸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둘째 줄은 단을 하나 내려와서 창을 휘둘러 동료 병사들을 구해낸다.


"이 사람에게 채잭질을 시키시오" 하고 빌라도가 한 백부장에게 명한다. 


"몇대요?" 


"당신 생각대로...요는 끝장을 내는 것이오. 나는 귀찮단 말이오. 자, 어서."


예수께서는 병사 네 사람에게 안마당 너머에 있는 마당으로 끌려가신다. 빛깔 있는 대리석이 죽 깔려 있는 그 마당 한가운데에는 큰 대문의 기둥과 비슷한 높은 기둥이 하나 있다. 땅에서 3 미터 가량 되는 곳에는 적어도 기둥에서 1미터 정도 튀어나온 쇠로 만든 팔 모양의 대가 있고 그 끝은 고리로 되어 있다. 예수의 옷을 벗긴 다음 두 손을 머리위에 한데 묶어서 그 고리에다 예수를 달아맨다. 예수께는 아마로 지은 짧은 팬츠와 샌들만이 그대로 있다. 

손목이 묶인 두 손을 고리까지 치켜져서 키가 큰데도 불구하고 예수께서는 겨우 발끝이 바닥에 닿을 뿐이다.... 그런데 이 자세도 고문임에 틀림없다. 나는 어디서인지 기둥이 낮아서 예수께서 몸을 구부리셨다는 말을 읽었다. 그럴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내가 본대로 말하는 것이다.

 

예수 뒤에는 히브리 사람의 옆 얼굴이 분명한 형 집행인이 서고, 예수 앞에는 같은 얼굴 하나가 또 선다. 그들은 손잡이에 맨 가죽끈 일곱 가닥으로 된 채찍을 들고 있는데, 가죽끈 끝에는 납으로 된 작은 망치가 달려 있다. 그들은 무슨 연습이라도 하는 것처럼 리듬에 맞추어서 때리기 시작한다. 하나는 앞에서, 하나는 뒤에서, 그래서 예수의 몸통은 채직질의 회오리에 휘말리게 된다. 예수에게 맡겨진 병사 네 명은 무관심하게, 그들과 합류한 다른 병사 세 명과 주사위 노름을 시작한다.


그리고 노름꾼들의 목소리는 뱀처럼 휙휙 소리를 내다가는 팽팽하게 당긴 북의 가죽에 돌이 던져질 때처럼 울리는 채찍의 박자를 따른다. 그들은 몹시도 가냘프고 오래된 상아빛과 같은 흰빛을 띤 가엾은 몸을 치는데, 그 몸이 처음에는 점점 더 선명한 장미빛 얼룩말 무늬가 생기다가 자주빛이 되고, 그 다음에는 피가 부어오른 쪽빛깔 흔적이 뒤덮히고 그것이 터져 사방에서 피가 흘러내린다. 그들은 특히 가슴과 배를 친다. 그러나 피부 한조각도 고통을 당하지 않게 내버려 둠이 없이 다리와 팔도 때리고 머리까지도 친다그런데 신음소리 한 마디도 없다.....밧줄로 지탱되지 않으시면 예수께서 쓰러지실 것이다. 그러나 쓰러지지 않으시고 신음도 안하신다. 다만 쏟아지는 매를 맞으신 다음 마치 기절하신 것처럼 머리가 가슴 위로 숙여져 있다.


"이봐! 멈춰! 이 사람은 살아서 죽임을 당해야 한단 말이야" 하고 병사 하나가 외치며 투덜거린다. 두 형집행자는 손을 멈추고 땀을 닦는다.


"우린 지쳤습니다" 하고 그들은 말한다.

 

" 술을 마셔 해갈을 할 수 있게 품삯을 주시오..."


"너희들한테는 교수대나 주겠다. 하지만 받아라..!"

 

그러면서 10인대장이 커다란 주화 한 푼씩을 두 형집행자 각자에게 준다.
"너희들은 일을 제대로 했다. 저 사람이 모자이크 같아. 띠또, 너는 저 사람이 정말 알렉산더의 사람이라고 말했지. 

그러면 그 사람에게 이것을 알려서 단념하게 하자. 저자를 좀 풀어주자."


그들이 예수의 결박을 푸니 예수께서는 돌아가신 것처럼 땅바닥에 쓰러지신다. 그들은 예수를 거기 그대로 놓아두고 신음을 하시는지 보려고 군화를 신은 발로 가끔 건드린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말씀이 없다.


"죽었을까? 그럴 수가 있을까? 저 사람은 젊고 또 장인이라고 하던데...그런데 허약한 부인 같은데."


"이젠 내가 이 자를 보살피겠다" 하고 한 병사가 말한다.

 

그러면서 예수를 기둥에 기대게 하여 앉힌다. 예수께서 계시던 곳에는 핏덩이들이 있다. 그런 다음 병사는 회랑 및으로 흐르는 샘으로 가서 대야에 물을 떠서 예수의 머리와 몸에 붓는다.

 

"됐어! 꽃에는 물이 이로운 거야." 


예수께서는 깊은 한숨을 쉬시고 일어나려고 하신다. 그러나 아직 눈을 감은 채로 계시다.


"오! 좋아! 자, 착하지! 네 애인이 기다리고 있어!..."
그러나 예수께서는 일어나 보시려고 땅바닥을 짚으시지만 소용이 없다.


"자! 빨리! 기운이 없어? 자 이렇게 하면 기운이 다시 생길거다" 하고 다른 병사 하나가 조롱을 한다. 

그러면서 마늘창 자루로 예수의 얼굴을 연거푸 치니 예수의 오른쪽 광대뼈와 코 사이에 맞아 피가 나기 시작한다.

예수께서 눈을 뜨시고 움직이신다. 흐리멍덩한 눈길이다...예수께서는 당신을 때린 병사를 뚫어지게 바라보시고 손으로 피를 닦으신다. 그런다음 노력을 많이 하신 덕택으로 일어나신다.


"옷입어. 그렇게 하고 있는 건 단정치 않아. 추잡한 놈!"  

그러면서 모두 예수를 빙 둘러싸고 웃는다.


예수께서는 말없이 복종하신다. 몸을 굽히신다. 그러나 온몸이 타박상투성이이고 피부가 땅길때 한층 더 크게 터지는 물집이 터져서 생기는 다른 상처 때문에 땅으로 몸을 굽히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는 예수님 혼자만이 아신다. 


병사 하나가 옷을 차서 흐트리고 예수께서 비틀거리며 옷이 떨어진 곳에 이를 때마다 병사 하나가 옷을 밀어내거나 다른 방향으로 던진다. 그러면 심한 고통을 느끼시는 예수께서는 병사들이 외설한 말들을 하며 당신을 조롱하는 동안 말없이 옷들을 쫓아다니신다. 예수께서는 마침내 옷을 다시 입으실 수 있다. 


예수께서는 어제만 해도 그렇게 아름다웠는데 지금은 더럽고 게쎄마니에서 흘리신 피로 얼룩이 진 당신의 초라한 붉은 옷을 감추려고 하시는 것 같다. 그리고 또 피부 위에 당신 속옷을 입으시기 전에 그것으로 당신의 축축한 얼굴을 훔치시고 이렇게 하여 먼지와 침을 닦기까지 하신다. 그러자 가엾은 그 얼굴 , 거룩한 그 얼굴이 깨끗하게 나타나고, 다만 멍과 작은 상처 흔적들만 있다. 그리고 당신의 몸을 단정히 하시려는 타고난 욕구로 인하여 흐트러진 머리를 가다듬으시고 수염을 매만지신다.


그런 다음 땅바닥에 쭈그리고 앉으신다. 왜냐하면 내 예수님의 몸이 떨리기 때문이다...몸이 떨림과 더불어 열이 예수의 몸에 미끄러지듯이 스며들기 시작하고, 또 피를 흘리신 것과 공복과 먼 길을 걸은 데서 오는 허약도 느껴진다. 병사들이 다시 예수의 손을 묶으니 벌써 피부가 벗겨져 붉은 팔찌 처럼 된 그 곳에 밧줄이 다시 톱질을 하기 시작한다.


"이제는 ? 이 자를 어떻게 한담? 난 심심한데"


"기다려. 유다인들이 왕을 갖고 싶어하니 우리가 그들에게 왕을 주자. 이자를 말이야..."

하고 한 병사가 말한다. 그러면서 밖으로 뛰어나가는데 틀림없이 뒤에 있는 마당으로 나가는 모양이다. 거기서 야생 아가위 나무 가지 한 단을 가지고 돌아온다. 아가위 나무 가지들은 봄에는 비교적으로 유연성이 있기 때문에 휘기가 쉽다. 그러나 길고 뾰족한 가시는 매우 단단하다. 병사들은 단검으로 잎과 작은 꽃들을 잘라내고 가지들을 동그란 모양으로 휘어서 가엾은 머리에 박는다. 그러나 야만스러운 왕관은 예수의 목으로 떨어진다.


"붙어 있지 않은데. 더 좁게 해. 벗겨."


그들은 그것을 벗기는데 예수의 눈을 찌를 뻔하고 뺨을 할퀴고 , 그렇게 하느라고 머리칼들을 뽑는다. 그 관을 좁힌다. 이제는 너무 좁아서 가시를 머리에 박히게 하면서 박아도 떨어지려고 한다. 그들은 그것을 다시 벗기는데 예수의 다른 머리칼들을 뽑는다. 병사들은 그것을 다시 고친다. 이제는 잘 맞는다. 앞쪽으로는 가시 돋친 세 줄기이고, 뒤쪽 가지 끝들이 합쳐진 곳은 진짜 가시 매듭 같아서 목덜미로 들어간다.


"네가 얼마나 근사한지 보여? 자연 청동이고 진짜 홍옥들이다. 오 왕이여, 그대의 모습을 내 갑옷에 비쳐 보소서" 하고 고문을 생각해낸 자가 투덜 거린다.


"왕관만으로는 왕이 될 수 없어. 홍포와 황홀이 필요해. 마구간에 갈대가 있고 쓰레기통에 붉은 짧은 망또가 있으니, 그걸 가져와. 고르넬리오."


그리고 그것들이 오자 더러운 붉은 넝마를 예수의 어깨에 걸친다. 갈대를 예수의 손에 들리기 전에 그것으로 예수의 머리를 때리면서 몸을 숙여 인사를 한다. "유다인들의 왕이여, 절 받으십시오" 그러면서 자지러지게 웃는다. 

예수께서는 그들이 하는대로 놓아두신다. " 옥좌" 에 앉히는 대로 앉으신다. 그것은 대야를 엎어 놓은 것인데, 말들에 물 먹일 때 쓰이는 것이 틀림없다. 예수께서는 결코 말씀을 안하시고 때리고 조롱하게 내버려 두신다. 그들을 바라보기만 하신다. ..그리고 그것은 온화하고 또 얼마나 혹심한 고통을 나타내는 눈길인지 나는 가슴에 상처를 입는 느낌이 없이는 그 눈길을 감당할 수가 없을 지경이다. 병사들은 죄인을 빌라도 앞으로 데려오기를 요구하는 상관의 거칠은 목소리를 듣고서야 비로소 그들의 조롱을 멈춘다. 죄인이라고! 무엇을 잘못했기에! 예수께서는 이제는 해 때문에 값진 차일이 쳐진 안마당으로 다시 끌려 오신다. 아직도 가시관을 쓰시고 갈대를 드시고 짧은 망또를 걸치신 채로.


"백성들에게 보이게 앞으로 오시오."


예수께서는 비록 쇠약해지셨지만 위엄있게 몸을 다시 일으켜 세우신다.


"히브리 사람들. 들으시오. 여기 이 사람이 있소. 내가 그를 벌했소. 그러나 이제는 이 사람은 내버려 두시오."


'아니오, 아니오! 우리는 그 자를 보기를 원하오! 밖으로 데려 오시오! 하느님을 모독하는 자를 보게 하시오. "


"그 사람을 밖으로 데려오라. 그리고 사람들이 빼앗아가지 못하도록 조심하라."

 

그리고 예수께서 현관에 나오셔서 네모꼴을 이루고 있는 병사들 가운데 나타나시자 본시오 빌라도는 예수를 손으로 가리키며  "자, 이 사람을 보시오. 당신들의 왕을. 그래도 아직 부족하오."


지금은 아홉시로 오전 중간이기 때문에 거의 수직으로 내리쬐는 답답한 날의 태양이 눈길과 얼굴에 불을 붙이고 두드러지게 한다. 그들이 사람들인가? 
아니다. 미친 하이에나들이다. 그들은 고함을 지르고 주먹을 휘두르며 죽이기를 요구한다...


예수께서는 서 계시다. 그런데 참말이지 예수께서 지금과 같이 고상하게 보이신 적은 일찌기 없었다. 가장 큰 기적을 행하실 때조차도 그렇지 않으셨다. 고통의 고귀함. 예수께서는 어떻게나 숭고하신지 그것으로 충분히 하느님이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을 지경이다. 


그러나 이 이름을 말하려면 적어도 사람이어야 한다. 그런데 예루살렘에 오늘은 사람이 없고 마귀들이 있을 뿐이다. 

예수께서는 눈길을 군중 쪽으로 돌리시어 증오를 품은 숱한 얼굴들 가운데에서 정다운 얼굴들을 찾으시고 발견하신다. 

몇이나? 원수 수천 명 가운데 스무 명도 안되는 친구들...그래서 예수께서는 이렇게 버림으로 인하여 충격을 받으셔서 고개를 떨어드리신다. 눈물이 한 방울 덜어진다...또 한 방울...또 한 방울...그분의 눈물을 보고 연민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한 층 더 강한 증오가 생긴다. 예수를 다시 안마당으로 데리고 간다.

 

"자 , 어떻소? 이 사람을 가게 내버려두시오. 이것이 당연한 일이오."


"아니오. 죽이시오! 십자가에 못박으시오!"


"당신들에게 바라빠를 내 주겠소."


"아니오. 그리스도를 주시오!"


"그러면 맡아서 처리하시오. 나는 그에게서 아무런 잘못도 찾아내지 못해서 십자가에 못박게 할 수 없으니 당신들의 책임하에 십자가에 못박으시오."


"저자는 자기가 하느님의 아들이라고 말했소. 우리 율법에서는 이렇게 하느님을 모독하는 죄를 짓는 자는 죽이라고 명령하오."


빌라도는 깊은 생각에 잠긴 얼굴이 된다. 그는 돌아가서 그의 작은 옥좌에 앉아서 손으로 이마를 짚고 팔꿈치를 무릎에 올려놓고 예수를 유심히 살핀다.


"가까이 오시오" 하고 말한다.


예수께서는 단 아래로 가신다.
"참말이오? 대답하시오." 예수께서는 말씀을 안하신다.


"당신은 어디서 왔소? 하느님은 무엇이오?"


"모든 것 이시오"


"또 그리고? 모든 것이란 무슨 뜻이오? 죽는 사람에게 모든 것이 무엇이오? 

당신은 미쳤소...하느님은 없소. 있는 것은 나요"


예수께서는 말씀을 안하신다. 예수께서는 중요한 말을 하셨고 그런 다음에는 다시 침묵에 둘러싸이신다.


"본시오님, 글라우디아 뿌로꿀라의 해방된 노예 여자가 들어오기를 청합니다.그 여자는 각하께 드릴 편지를 가지고 왔습니다."


"아이구! 이젠 여자들까지! 들어오라구 해."


로마 여자 하나가 들어와 밀랍판을 드리려고 무릎을 꿇는다. 그것은 총독 부인이 남편에게 예수께 사형선고를 내리지 말라고 청하는 편지임에 틀림없다. 여자는 빌라도가 읽고 있는 동안 뒷걸음질로 물러간다.


"당신을 죽이는 살인을 피하라고 권하오. 당신이 점을 치는 승려보다 낫다는 것이 참말이오? 당신이 무섭소."


예수께서는 말씀을 안하신다.
"아니 당신은 내가 당신을 풀어 주거나 십자가에 못박거나 할 권한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모르시오?"


"만일 하늘에서 당신에게 주어지지 않았으면 당신은 아무 권한도 없을 것이오. 그러므로 나를 당신 손에 넘겨준 사람이 당신보다 더 죄가 많소."


"그게 누구요? 당신의 하느님이오? 나는 두렵소..."


예수께서는 말씀을 안하신다.
빌라도는 마음을 졸인다. 하고 싶기도 하고 하고 싶지 않기도 하고, 그는 하느님의 벌을 두려워하고 로마의 벌도 두려워하고, 유다인들의 복수도 두려워한다. 잠시 하느님께 대한 공포가 우세하다. 그는 안마당 앞쪽으로 가서 우뢰같은 목소리로 말한다.

 

"저 사람은 죄가 없소."


"당신이 그런 말을 하면 당신은 카이사르의 원수요. 자기를 왕이라고 하는 자는 카이사르의 원수요. 당신이 나자렛 사람을 석방하고자 하니, 우리는 그것을 카이사르에게 알리겠소."


빌라도는 사람에 대한 공포에 사로 잡힌다.
" 결국 당신들은 저 사람의 죽음을 요구하는 것이지요. 좋소! 하지만 저 의인의 피가 내 손에 묻는 것은 원치 않고" 

이렇게 말하면서 대야를 가져오게 하여 민중이 보는 앞에서 손을 씻는다. 

민중은 광란에 빠져 고함을 지른다.

 

"우리가. 우리가 그의 피를 뒤집어 쓰겠소. 그의 피가 우리와 우리 자손 위에 떨어져도 좋소. 우리는 그것이 두렵지 않소. 십자가에! 십자가에 못박으시오!"


본시오 빌라도는 그의 옥좌로 돌아가 백부장 론지노와 노예 한 사람은 부른다. 그는 노예더러 탁자를 가져오라고 하여 거기에 벽보지를 갖다 대고는 그 위에 "나자렛 사람 예수. 유다인들의 왕" 이라고 쓰게 한다. 그리고 그것을 백성들에게 보인다.


"아니오. 그렇게는 안돼요. 유다인들의 왕이라 쓰지 말고 그가 유다인들의 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쓰시오"

 이렇게 여러 사람이 외친다.

 

"한번 썼으면 그만이오" 하고 빌라도가 엄하게 말하고 일어서서 손바닥을 아래쪽으로 향하게 하고 양손을 앞으로 뻗으면서 명령한다.

"저 사람을 십자가에 못박아라. 병사, 가서 십자가를 준비하라."


그리고는 웅성거리는 군중도 창백한 선고받은 사람도 돌아다 보지 않은채 내려온다. 그는 안마당에서 나간다...예수께서는 안마당 가운데에 병사들이 지키는 가운데 십자가를 기다리며 그대로 계시다.   

    

44년 3월 7일 저녁.
내가 무슨 고통을 당하는지 누구에게 말할 수 있겠는가? 내(마리아 발또로따) 고통은 이 세상의 고통이 아니고 또 이해되지 못할 것이므로 이 세상의 어떤 사람에게도 말할 수 없다. 그것은 즐거움인 고통이고 고통인 즐거움이다. 나는 열번, 백 번 그만큼 고통을 받고 싶다. 세상의 무엇을 준다 하여도 나는 이 고통을 받지 않기를 원치 않을 것이다. 그래도 나는 역시 목덜미를 잡힌 사람 처럼 목이 죄이는 사람처럼 가마에서 타는 사람처럼 심장까지 칼로 사무치게 찔린 사람처럼 고통을 당한다. 내가 움직일 수가 있고, 모든 사람에게서 떨어져 움직임과 노래 속에서 내 감정에 위안을 줄 수 있도록 허락되면 그 고통이 덜어질 것이다. 왜냐하면 이것은 감정의 고통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예수님처럼  십자가에 달려있어 움직임도 고독도 내게 허락되지 않고 내 즐거운 임종의 고통을 호기심 많은 사람들에게 먹이로 주지 않기 위하여는 입술을 꼭 다물어야 한다. 입술을 꼭 다무는 것은 말하는 방식이 아니다! 나는 내 안에서 괴어 불꽃이나 분수처럼 세차게 올라오는 초자연적인 기쁨과 고통의 고함을 지르도록 유도하는 충동을 억제하기 위하여 많은 노력을 해야한다.


고통으로 인하여 흐리멍덩하게 된 예수님의 눈이 자석과 같이 나를 끌어당긴다. 예수께서는 내 앞에 계신데, 머리에는 가시관을 쓰시고 미친 사람에게 입히는 흰옷 위에 두 손이 묶이신 채 총독관저의 단위에 서서 나를 바라보신다. 그 흰 옷으로 그들은 예수를 웃음거리로 만들려고 하였으나 오히려 반대로 그분께 무죄한 사람에게 어울리는 순진함을 입힌 꼴이 되었다. 예수께서는 말씀을 안하신다. 그러나 그분께 있는 모든 것이 말을 하고 나를 부르고 내게 요구를 하신다. 무엇을 요구하시는가? 당신을 사랑하라고. 이것은 나도 안다. 그리고 마치 내가 가슴을 칼에 찔린 듯이 죽어가는 것을 느낄 정도로 그것을 그분께 드린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내게 알아듣지 못하는 무엇인가를 또 요구하시는데, 그것을 알아듣고 싶다. 이것이 내 고통이다. 비록 내가 고통으로 인하여 죽어야 한다 해도 예수께서 원하실 수 있는 것은 모두 다 드리고 싶다. 그런데 그렇게 할 수가 없다.


그분의 고통스러운 얼굴은 나를 끌어당기고 황홀케 한다. 스승이거나 부활하신 그리스도일 때에는 그분이 아름다우시다. 그러나 그것을 보는 데에서는 내가 기쁨만을 느낄뿐이다. 그런데 이 다른 모습은 내게 깊은 사랑을 준다. 아파하는 자식에 대하여 어머니의 사랑이 그럴 수 있는 것보다도 더 깊은 사랑을. 그렇다, 나는 그것을 알아 듣는다. 고통을 같이하는 사랑은 최후의 고통에까지 스승을 따라가는 인간을 십자가에 못박음이다. 이것은 우리에게 당신의 고통에 대한 생각이 아닌 어떤 생각도 금하는 전제적(傳制的)인 사랑이다. 우리는 이제 우리의 것이 아니다. 우리는 그분의 고통을 위로하기 위하여 살며, 그분의 고통은 우리를 죽이는, 은유적으로만이 아니라, 실제로 죽이는 우리의 고통이다. 그런데도 이해하는 어떤 고통도 보물보다 더 탐나고 사랑받는 그분의 고통과 비슷하다.


아버지, 저는 제가 느끼는 것을 말하려고 힘썼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무익한 일입니다. 하느님께서 제게 주실 수 있는 모든 도취중에서 그분의 고통의 도취만이 제 영혼을 그분의 제 7 천국에까지 끌어올릴 것입니다. 고통받으시는 내 예수님을 쳐다보면서 사랑으로 죽는것 , 저는 이것이야말로 가장 아름다운 죽음이라고 생각합니다.

 


하느님이시요 사람이신 그리스도의 시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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