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8월 21일 (수)
(백) 성 비오 10세 교황 기념일 내가 후하다고 해서 시기하는 것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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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강론 실력 하나만큼은 녹슬지 않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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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만연 [fisherpeter] 쪽지 캡슐

2019-07-20 ㅣ No.131243

 

 

지난 주일 오후에 본당 자매님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제가 잠결에 전화를 받았습니다. 대뜸하시는 말씀이 오늘 미사 때 안 보이던데 하시는 겁니다. 어제 한티성지 갔다가 새벽에 도착해서 잠을 늦게 자는 바람에 오늘 교중미사 때 가지 못했습니다.

 

근데 어쩐 일이세요 하니 전전 본당 신부님께서 건강이 좋지 않다는 소식 때문에 자매님과 다른 두 분 자매님이랑 같이 신부님께 갈 수 있겠느냐고 하시는 것이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최근에 신부님 소식을 듣고 마음이 좋지 않아서 조만간에 신부님께 가보려고 하는 참이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 신부님으로부터 영세를 받았습니다. 그래서 저에게는 좀 더 각별한 신부님이십니다.

 

작년 3월쯤에 어머니 돌아가시고 나서 좀 추스린 후에 신부님을 찾아뵈었습니다. 사실 지금 신부님께서 사목하시는 본당 가까이에 둘째 형이 가까이 살고 있습니다. 그때 잠시 형 내외가 성당에 다니고 싶다는 마음을 내비친 적이 있어서 겸사겸사해서 갔습니다. 그전에도 신부님께서 허리 시술을 받으셨다는 건 전 성당에서 뵈었을 때 알고 있었지만 그날 뵈었을 때는 정말 눈물이 날 것만 같아서 마음이 너무 아팠습니다.

 

개인적으로 보면 본당에 계실 때에도 신부님께서는 정이 많으셔서 저를 보면 그냥 지나치지 않으십니다. 본명이라도 부르면서 인사를 하십니다. 참 속정이 깊으십니다. 그날도 오전에 제가 미사에 참석했습니다. 입당하시는 모습을 보고 놀라웠습니다. 신부님께서 겨우겨우 발을 디디며 마치 로봇처럼 걸음을 걸으시며 입당하시는 모습을 보니 눈물이 쏟아질 것만 같았습니다.

 

그때 뵙고 사실 작년에 신부님 영명 축일이 101일인데 그때 저는 유섬이 도보순례를 하는 기간이라 갈 수가 없었고 어쩌다 보니 14개월 만에 신부님을 찾아뵈었던 것입니다. 이번에도 예고 없이 찾아뵈었습니다. 오전 미사 30분쯤 전에 도착해서 미사를 올릴 준비를 하면서도 신부님 건강이 어떨지를 생각하며 미사시간이 되었을 때 신부님의 모습을 보는데 1년쯤 전에나 비슷한 모습이었습니다.

 

최근에 들은 소식으로는 폐 건강이 좋지 않다는 소식을 듣긴 들었습니다. 미사 때 강론을 하는 시간이었습니다. 강론을 하시기 전에 미사 지향을 말씀하시고 시작 기도를 하실 때에도 정말 놀랐습니다. 말씀에 기운이 너무나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강론 때에도 예전과 같은 힘이 없었습니다. 이때에도 힘겹게 강론을 하시는 게 느껴졌습니다.

 

미사를 끝마치시고 퇴장하시면서 저와 함께 오신 자매님들을 보시면서 웃음을 지으시면서 퇴장하시는 겁니다. 저는 이때 잠시 마음이 조금 가벼웠습니다. 그래도 미소를 머금은 신부님의 표정을 보니까 말입니다. 우리 일행은 제의실에서 신부님께서 나오실 때까지 성당 입구에서 기다렸습니다. 참고로 자매님들 연세는 80이 넘으신 분들입니다. 그래도 정정하신 분들입니다. 신부님께서 나오시기를 기다리면서 신부님 나오시면 인사만 하고 가자고 했습니다.

 

제가 그랬습니다. 모르긴 몰라도 제가 봤을 때는 신부님께서 힘드시겠지만 그냥은 돌아가시지 않게 하실 겁니다. 분명히 사제관에 가서 차라도 한 잔 하고 가시게 하실 겁니다 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신부님께서 나오시면서 인사를 서로 드리고 가려고 합니다 하고 말씀드리니 제 예상대로 신부님께서 사제관으로 올라가자고 하셨습니다.

 

저는 약 2년 정도 신부님을 뵈었지만 2년 동안 신부님을 뵈면서 신부님의 성격을 어느 정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제 예상이 맞았습니다. 사제관에 올라가서 오랜만에 식복사 자매님도 인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자매님들도 반갑다고 서로 부둥켜안고 기뻐했습니다.

 

사제관에서 차를 마시면서 담소를 나누는데 자매님께서 신부님을 부르시는 겁니다. 자매님 한 분이 벌써 눈치를 채고 아마 점심 식사 때문에 그러시는 줄 알고 주방으로 가셔서 우리 차만 마시고 다들 바쁘니 가야 한다고 하시면서 신경쓰지 마라고 당부하시는 겁니다.

 

사실 신부님께서 이동도 힘드시지만 이렇게 보내시면 신부님께서도 마음이 편치 않으시다고 하시면서 근처에 있는 신자가 운영하는 식당 예약을 기어이 하시고 같이 식사를 하고 가라고 하셔서 어쩔 수 없이 그렇게 하기로 했습니다. 신부님께서는 레지오 강복을 주시러 가셔야 한다고 하셔서 잠시 이야기를 나누고 있어라고 하시면서 내려가셨습니다.

 

그사이에 식복사 자매님께서 오셔서 그간 신부님의 건강 이야기를 하시는데 얼마나 가슴이 아팠는지 모릅니다. 아무튼 서울에서 다행히 수술을 잘 마치고 지금 수술하신 지 4개월 정도 되면서 많이 회복하신 거라고 하셨습니다. 강론 때 왜 힘이 없으신지 알았습니다. 건강 이야기도 하시면서도 신부님께서 하시는 사목 이야기도 해 주셨습니다.

 

신부님께서는 지금 본당에서 아마 2년 후면 은퇴를 하실 예정입니다. 그러니 지금 계신 본당이 마지막 사목 본당이 되실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신부님께서 나름 마지막 사목의 일로 감사일기 쓰기를 이벤트를 마련하셨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본당 분위기가 시큰둥하는 반응이었나 봅니다. 근데 나중에는 이 일로 인해서 많은 신자들이 서로 감동이 되고 서로 비난하는 일이 없어질 정도로 아주 호응이 좋았다고 합니다. 우리에게도 감사노트를 한 권씩 기념으로 선물로 주셨습니다.

 

그렇게 몸이 불편하신 상황에도 정말 신자들에게 쏟는 정은 가히 상상을 초월합니다. 신부님을 보면서 신부님의 연세이면 아직은 건강하실 연세인데 한편으로는 마음이 너무 아팠습니다. 신부님께서 강복을 주시고 올라오셔서 같이 식사를 하러 나갔습니다.

 

제 차로 제가 모셔도 되는데 신부님 차로 직접 운전하시면서 식당으로 갔습니다. 그래도 신부님께서는 나름 저희 본당에 계실 때 같이 가신 자매님들과도 소통이 잘 되고 서로 가까이 지내신 분들이라서 식사를 하시면서도 내내 즐거워하시는 모습을 보니 한편으로는 의미있는 시간을 가졌다는 생각에 기분은 조금 나아졌습니다. 이걸 보면서 사람은 지난 날 같이 함께 좋은 시간을 가지면서 그 시간 동안 좋은 추억이 있다면 그 추억을 그리워하며 그 추억 속에 다시 빠지고 싶은 마음이 잠시나마 행복한 시간을 가져다주기도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한번 해봤습니다.

 

서너 시간을 신부님과 함께 오붓한 시간을 보내고 헤어졌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자매님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신부님의 건강이 빨리 회복되시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했습니다. 제가 전에 이 신부님에 대한 글을 올린 적이 있습니다. 신부님이 걱정이 돼어서 라는 제목으로 올린 글입니다. 제가 이 신부님으로부터 영세를 받아서가 아니라 저는 개인적으로 신부님은 정말 사제이기 이전에 정말 인간적인 모습을 많이 가지고 계십니다.

 

그리고 공직에 계시다가 늦은 나이에 다시 신학대학을 가셔서 사제가 되신 분이시기에 조금은 다른 신부님들보다는 사제로 지내시는 시간이 작을 수 있지만 정말 신자를 생각하는 마음과 속정은 참으로 깊으십니다.

 

마지막으로 이 신부님을 자랑하고 싶은 면이 있다면 제가 이 신부님에 대한 글을 쓰면서 제목으로 무엇으로 할까를 잠시 고민하면서 생각한 제목 중에 하나가 있다면 바로 녹슬지 않은 강론실력입니다. 이 신부님의 특징 중에 하나가 강론 하나만큼은 깔끔하십니다. 이 사실은 어느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항상 강론을 들었을 때 뭔가 여운을 남기고 또 뭔가 생각하게끔 하는 강론을 하십니다. 이런 것도 건강하실 때도 그렇지만 지금처럼 건강이 좋지 않으신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그날 들은 강론을 보면 제가 나름 언어로 먹고 사는 사람이라 잘은 모르지만 강론을 준비하실 때 많은 준비를 하셨다는 걸 느낄 수가 있습니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존경을 하지 않을 수가 없는 신부님이십니다. 끝으로 신부님의 건강이 빨리 회복되시길 바라면서 글을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감사합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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