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0월 18일 (금)
(홍) 성 루카 복음사가 축일 수확할 것은 많은데 일꾼은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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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13주간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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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umbrella] 쪽지 캡슐

2019-07-02 ㅣ No.130773

명동 성당에 모임이 있어서 가는 길이었습니다. 평소에는 30분이 걸리지 않는 길이었습니다. 그날도 여유 있게 출발했습니다. 그런데 서울 시청 앞에서 차가 멈추었습니다. 앞길의 차들은 움직이는데 제가 있는 길의 차는 도대체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멈추어서 10분이 지나니 마음에 풍랑이 불기 시작했습니다. 20분이 지나니 풍랑은 태풍이 되었습니다. 차에서 내려서 수신호 하는 경찰에게 이유를 물어보았습니다. 경찰은 미안해하면서 사우디의 왕세자가 오기에 할 수 없이 차량을 통제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왜 하필이면 내가 가는 시간에 사우디 왕세자가 지나가는지 아쉬웠지만, 이유를 아니 마음은 평온해 졌습니다. 뒤의 차량도 창문을 열면서 물어보았습니다. ‘왜 그러는 겁니까?’ 저는 사우디 왕세자가 온다고 이야기를 해 드렸습니다. 사람들도 아 그렇구나!’라고 말하면서 이해하는 표정이 되었습니다.

 

문득 제 마음에 풍랑이 부는 때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사랑하는 이와 헤어질 때였습니다. 28년 사제 생활하면서 인사이동이 되면 정들었던 분들과 이별해야 했습니다. 낯선 곳으로 옮겨야 했습니다. 제 삶의 등불 같았던 아버님께서 하느님의 품으로 가셨습니다. 나뭇잎은 매년 낙엽이 됩니다. 그렇게 가지를 떠나 땅에 뒹구는 나뭇잎과 나무는 자연의 섭리를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항구에 있는 배는 때가 되면 떠나는 것이 당연합니다. 만나는 사람이 헤어지는 것 역기 받아들여야 하는 순리입니다.

원하지 않는 사람을 만나는 것입니다. 원하지 않는 일을 하는 것입니다. 부부가 사랑하면 칼끝 위에서도 잘 수 있지만, 부부가 마음이 닫히면 커다란 침대 위에서도 잠을 자기 어렵습니다. 사람 마음이 넓을 때는 온 우주를 담을 수 있지만 사람 마음이 닫히면 바늘 하나 들어갈 틈이 없습니다. 직장에서, 학교에서, 신앙 안에서도 우리는 닫힌 마음을 볼 수 있습니다. 많은 갈등과 다툼은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을 만나기 때문에 생깁니다.

원하는 것을 하지 못할 때입니다. 사제는 3가지를 서약합니다. 하나는 교회와 교구장에 대한 순명입니다. 하고 싶은 일, 가고 싶은 곳으로 가면 어렵지 않지만 원하지 않는 일과 장소에 대해서 순명하는 것이 쉽지는 않습니다. 신앙 고백입니다. 사제는 교회와 교도권의 가르침을 전해야 합니다. 사제가 전하는 복음은 교회의 가르침이어야 합니다. 사제는 독신을 서약합니다. 이성에 대해 끌림은 자연스러운 것입니다. 그러나 교회의 관습은 사제에게 독신을 요청합니다. 독신은 단순히 혼자 사는 것이 아닙니다. 독신은 온전한 몸과 마음으로 하느님께 사랑을 드리는 것입니다.

거짓 자아에 흔들릴 때입니다. 우리는 착하게 살고 싶고, 성실하게 살고 싶고, 하느님의 뜻에 따라서 살고 싶습니다. 그러나 바오로 사도가 고백한 것처럼 우리는 우리가 원하지 않는 일을 하곤 합니다. 내 마음을 나도 모르는 듯이 살 때가 있습니다. 현대인은 스트레스, 우울증, 분노조절 장애로 참된 자아를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욱하는 성격으로 공든 탑을 무너트리기도 합니다.

 

우리를 영적인 풍랑에서 자유롭게 해 줄 수 있는 것은 우리 힘이 아닙니다. 연이 연줄에 매달려야 자유롭게 하늘을 날 수 있듯이, 주님께 의탁할 때 우리는 자유로울 수 있습니다. 풍랑에 흔들리는 배는 무거운 짐을 내던져야 풍랑을 이길 수 있듯이, 우리는 욕망, 시기, 질투, 원망을 내 던져야 합니다. 마음을 비우면 비울수록 우리는 영적인 풍랑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예전에 비행기에 비치된 책에서 읽은 글이 생각납니다.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같이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같이

물에 더럽혀지지 않는 연꽃같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어머니가 생각납니다. 아무리 힘들고, 어려운 일들이 다가와도 어머니는 흔들리지 않으셨습니다. 가족들을 위해서 당당하게 이겨내셨습니다. 정말입니다. 여인은 약할지라도 어머니는 강하십니다. 어머니는 쥐도 잡으셨습니다. 추운 겨울 손수레에 배추를 가득 담고서 언덕을 오르기도 하셨습니다. 아버님이 쓰러져서 병원에 입원하셨어도 흔들리지 않고 병실을 지키셨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같은 말씀을 하시는 것 같습니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거침없이, 당당하게 혼자서 가라. 모든 것은 하느님께서 이끌어 주실 것이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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