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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국 신부님_소금의 가치나 위력은 자신이 완전히 사라져야 발휘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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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정객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뒤, 피로감이 밀물처럼 밀려오는 오후, 오랜만에 좀 쉬려고 드러누웠는데, 예고도 없이 건장한 청년들이 줄줄이 들이닥쳤습니다. 먼 길 오느라 식사도 제대로 못 한 분위기여서 주특기인 치즈·계란 라면을 열심히 끓여댔습니다.
라면 끓이는 데는 제 나름대로 신조가 있습니다. 국물이 한강이거나 퉁퉁 불어터진 라면은 절대로 용서가 안 됩니다. 조리 설명서에 따른 적정량의 물에 치즈 한쪽, 파 송송, 계란 탁! 불어터지기 전에 신속·정확·공정한 배분! 눈이 휘둥그래진 청년들이 후후 불어가며, 맛있다 맛있다, 하며 폭풍 흡입하는 모습에 제 마음이 얼마나 흐뭇해졌는지 모릅니다.
조리에 있어서 적절한 간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모릅니다. 오늘 우리가 봉독하는 마태오 복음에서도 예수님께서는 소금을 주제로 한 가지 가르침을 건네고 계십니다.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다. 그러나 소금이 제맛을 잃으면 무엇으로 다시 짜게 할 수 있겠느냐? 아무 쓸모도 없으니 밖에 버려져 사람들에게 짓밟힐 따름이다.”(마태 5,13)
어촌에 살다 보니 새삼 소금의 위력을 확인하게 됩니다. 물고기를 아무리 많이 잡아 와도 시간을 조금만 지체하면 상하게 되어 음식물 쓰레기통으로 직행하게 됩니다.
신속히 손질을 해서 적정량의 소금을 뿌리고 해풍에 말리게 되면 오랫동안 보관이 가능합니다. 갓 잡아 올린 생선을 구워 먹을 때는 또 어떻습니까? 잘 손질해서 살살 소금을 뿌려준 후, 숯불 위에 올려놓고 천천히 익혀 먹으면 그 맛이 일품입니다.
따지고 보니 소금의 역할이 참으로 중요합니다. 음식물에 완전히 녹아 들어가 눈에 전혀 보이지 않지만, 음식의 맛을 더해주는 소금의 역할, 바로 오늘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추구해야 할 역할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이 당신으로부터 부여받은 소명에 불충실했을 때, 어떤 결과를 초래할 것인지 명백하게 말씀하고 계십니다. “아무 쓸모가 없으니 밖에 버려져 사람들에게 짓밟힐 따름이다.”(마태 5,13)
예수님의 또 다른 제자들인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 주어진 소명은 참으로 고상하고 숭고한 소명이지만, 우리가 부여받은 소명에 불충실하거나 게으르게 될 때, 언젠가 하느님 대전으로 나아가게 될 때 참으로 부끄럽게 될 것입니다.
소금의 가치나 위력은 자신이 완전히 사라져야, 자신이 완전히 녹아 내려야 제대로 발휘됩니다. 비록 드러나지 않지만, 공동체의 발전과 쇄신을 위해 ‘나’는 없어지지만, 그로 인해 이웃을 빛나게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어떻게 해서든 자신을 드러내고 싶어 하고, 모든 것이 자신을 중심으로 돌아갔으면 하는 사람들이 많은 이 세상에, 소금처럼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하느님께서 실제로 이 세상에 충만히 현존하고 계신다는 가장 확실한 징표입니다. 조용히, 묵묵히, 뒷전에서, 굵은 땀방울을 흘리며 그렇게 소금처럼 살아가는 사람들, 그들이야말로 참 그리스도인이며 세상의 빛입니다.
세상의 소금이 된다는 말의 참된 의미가 무엇인가 고민하던 중 구엔 반 투안 추기경님의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직장인은 직장에서 성인(聖人)이 될 것이며, 군인은 군대에서 성인이 될 것이며, 환자는 병원에서 성인이 될 것이다. 마찬가지로 학생은 자신의 공부를 통해서, 농부는 논과 밭에서, 사제는 사제로서 사목의 현장에서, 공무원은 사무실에서 성인이 될 것입니다. 성인의 길로 나아가는 모든 발걸음은 자신의 임무를 수행하면서 바치는 희생의 발걸음, 바로 그것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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