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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림 제2주간 목요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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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시간 비행기를 타면서 시간을 보내는 방법 중에 ‘영화 시청’이 있습니다. 예전에는 비행기에서 보여주는 영화를 함께 봐야 했습니다. 요즘은 좌석 앞에 모니터가 있어서 각자의 취향에 따라서 영화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준비된 영화는 장르별로 모여 있습니다. 10시간이 넘는 긴 장거리 비행도 영화를 보면서 재미있게 할 수 있습니다. 저는 3편의 영화를 보았습니다. 임진왜란에서 나라를 구했던 이순신 장군의 승리를 담아낸 ‘노량’을 보았습니다. 2018년에 제작되었지만 코로나 여파로 상영이 중단되었다가 개봉한 ‘바이러스’를 보았습니다. 기생충으로 아카데미 감독상을 받았던 봉준호 감독의 ‘미키 17(Mickey 17)’을 보았습니다. 노량에서는 이순신을 연기한 김윤식 배우의 카리스마를 보았습니다. 이로써 명량, 한산, 노량으로 이어지는 이순신 장군의 승리가 빛난 3대 해전을 모두 보았습니다. 바이러스에서는 배두나 배우의 멋진 연기를 보았습니다. 과학의 발전이 때로는 인류의 생존을 위협할 수 있다는 것을 보았습니다. 오늘은 미키 17의 감상평을 나누고 싶습니다. 과학이 발달하면서 생체 프린팅이 가능한 세상이 되었습니다. 윤리적인, 종교적인 문제가 있어서 지구에서는 금지되었지만, 다른 행성에서는 실행할 수 있는 기술이 되었습니다. 지구의 삶에서 생존하기 어려웠던 미키는 생체 프린팅 사업에 지원합니다. 기억은 매번 업그레이드되면서 죽으면 다시 몸이 프린팅됩니다. 이렇게 17번 죽었습니다. 미키는 죽을 수밖에 없는 극한의 작업 현장에서 일하였습니다. 영화는 미키 17이 죽지 않았는데 미키 18이 만들어지는 상황이 됩니다. 멀티플 상황이 됩니다. 영화는 생체 프린팅 기계를 폭파하면서 마무리됩니다. 미키를 사랑하는 주인공은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이제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와 함께 늙어가는 모습을 보는 것이 좋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과학과 문명의 발달이 과연 인간에게 축복인가!’라는 질문이 들었습니다. 인공지능의 시대를 보면서 ‘인공지능이 인간의 어려움을 해결해 주는 축복인가!’라는 질문이 들었습니다. 같은 물을 마시지만 소가 마시면 우유가 됩니다. 뱀이 마시면 독이 됩니다. 같은 칼을 사용하지만, 요리사가 사용하면 맛있는 음식이 됩니다. 강도가 사용하면 사람을 해치는 무기가 됩니다. 인류는 과학이라는 물을 발전시켜 왔고, 문명이라는 칼을 발전시켜 왔습니다. 때로 과학은 인간이 짊어져야 하는 멍에와 짐을 가볍게 해 주었습니다. 그러나 과학은 끔찍한 폭력과 전쟁의 도구가 되기도 했습니다. 때로 문명은 종교와 윤리의 꽃을 피웠습니다. 문명은 예술과 문학의 꽃을 피웠습니다. 인간의 품위를 높였고, 하느님의 영광을 노래하였습니다. 그러나 문명은 야만과 폭력의 도구가 되었습니다. 서구 문명은 아메리카 원주민을 착취하였고, 자원을 수탈했습니다. 유럽의 제국주의 문명은 아시아와 아프리카를 식민지로 지배하였습니다. 문명이라는 당위성을 내세워 소수 인종의 문화와 언어를 파괴하였습니다. 문명 건설을 이유로 많은 생명이 멸종되었고, 소중한 지구의 자연이 파괴되었습니다. 한문으로 ‘宗敎(종교)’는 “으뜸가는 가르침”을 뜻합니다. 영어 단어 Religion은 “엉킨 관계를 다시 묶는다”라는 의미에서 나왔습니다. 하느님과 인간의 관계가 엉켰을 때, 인간과 인간의 관계가 단절되었을 때, 종교는 그 실타래를 다시 잇는 역할을 합니다. 그 핵심은 ‘비움’입니다. 자신을 비우고, 집착을 내려놓을 때 우리는 참된 평화와 깨달음에 다가갑니다. 하느님과 인간의 관계는 회개와 회심을 통해 새롭게 이어집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여자에게서 태어난 이들 가운데 세례자 요한보다 더 큰 인물은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하늘나라에서는 가장 작은 이라도 그보다 더 크다.” 하늘나라는 성적이나 순위로 결정되는 곳이 아닙니다. 하느님을 향한 열정, 양심에 충실한 삶, 이웃을 위한 사랑과 봉사가 그 문을 여는 열쇠입니다. 그래서 하늘나라는 절대평가의 나라, 누구나 들어갈 수 있지만 아무나 들어갈 수 없는 나라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또 말씀하십니다. “세례자 요한 때부터 지금까지 하늘나라는 폭행을 당하고 있다. 폭력을 쓰는 자들이 하늘나라를 빼앗으려 한다.” 오늘, 이 말씀은 경쟁과 업적, 권력으로 천국을 차지하려는 인간의 욕심을 경고하십니다. 하느님 나라는 힘으로 얻는 것이 아니라 사랑과 나눔으로 이뤄지는 공동체입니다. 과학이 만든 세상이 하느님 나라를 대신할 수는 없습니다. 인공지능이 만들어내는 지식의 세계가 하느님의 지혜를 넘어설 수는 없습니다. 하느님 나라를 이루는 힘은 기술의 진보가 아니라, 믿음과 희망과 사랑입니다. “주님, 우리가 가진 지식과 문명, 과학의 힘이 서로를 지배하는 수단이 아니라 서로를 살리는 사랑의 도구가 되게 하소서. 하느님 나라의 질서가 우리의 마음과 세상 속에 이루어지게 하소서.”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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