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1월 28일 (금)
(녹) 연중 제34주간 금요일 너희는 이러한 일들이 일어나는 것을 보거든 하느님의 나라가 가까이 온 줄 알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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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철 프란치스코신부님 -종말의 때 “지금 여기서 하느님의 나라를 삽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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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우경 [forgod] 쪽지 캡슐

08:21 ㅣ No.186542

2025.11.28.연중 제34주간 금요일                                                       

 

다니7,2ㄴ-14 루카21,29-33

 

 

종말의 때

“지금 여기서 하느님의 나라를 삽시다”

 

 

 

“하느님, 내 마음을 깨끗이 만드시고,

 내 안에 굳센 정신을 새로 하소서.“(시편51,12)

 

이런저런 나눔으로 강론을 시작합니다. 하느님은 당신 계획대로 차질없이 일을 수행하시니 놀랍고 감사합니다. 어제 목요일 레오14세 교황은 제1차 해외 사도적 여정(11.27-12.2) 첫날 튀르기에 수도 안카라에 도착했습니다. 비행기 내에서는 80여명의 기자들과 화기애애한 기자회견도 가졌습니다. 흡사 준비된 교황답게 전임 프란치스코 교황이 환생한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전혀 손색이 없는 분위기였습니다. 

 

방명록에는 영어로 “나는 튀르기에를 방문할 수 있도록 해 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리며 이 나라와 백성이 평화와 번영을 누리게 해 주십사 간청한다.”라 썼습니다. 튀르기에는 며칠전 형제나라로 각별히 대하는 대한민국 이대통령의 방문이 있었으니 이 또한 오묘한 섭리입니다. 오늘 옛 현자의 말씀도 진리의 수행자들에게는 고무적입니다.

 

“바탕에 무엇을 쌓는지에 따라 사람의 격이 결정된다. 이러한 바탕과 단계를 아울러 성품이라고 한다.”<다산>

하루하루 진리의 수행자로 살아감이 성품형성에 얼마나 중요한지, 또 영원한 현재 진행형중인 성품의 형성과정임을 깨닫게 됩니다.

“군자는 위로 통달하고 소인은 아래로 통달한다.”

군자로 상징되는 성인들처럼 하느님과 사랑과 생명이 소통이 늘 한결같아야 함을 배웁니다. 

 

11월22일은 첫눈이 내린다는 소설이었고, 만추를 지나 초겨울에 진입한 듯 비가 내리니 아주 쌀쌀해졌습니다. 단풍잎들은 다 떨어지고 겨울 나목들이 되었습니다. 이젠 본격적 기도와 침묵의 동안거에 들어간 겨울나무들 같습니다. 가톨릭교회 전례시기와 너무 잘 들어맞는 계절의 흐름입니다. 아주 예전 이때쯤의 <겨울나무>란 시가 생각납니다.

 

“떠나자

 떠나 보내자

 미련없이 아름답게

 나 늘 푸른 사철나무보다 

 잎들 다 떠나 보낸 겨울나무가 좋다, 사랑한다

 

 가난한 겨울나무앞에 서면

 왜 이리 부끄러워질까

 왜 이리 가슴저릴까

 

 하늘 향해 쭉쭉 뻗은 

 무수한 나뭇가지들

 참 간절한 그리움의, 기다림의 촉수觸手들!

 볼품은 따질게 아니다

 그대로 그리움 덩어리 침묵의 기도로구나

 

 하늘 임향해 쭉쭉 뻗은

 무수한 내 그리움의, 기다림의 촉수들!

 나도 한 그루 겨울나무로구나

 그대로 그리움 덩어리, 침묵의 기도로구나

 나도.”<2000.11.28.>

 

꼭 25년전 오늘 여기 배밭 수도원에서의 자작시 겨울나무입니다. 오늘 <무화과 나무의 비유>를 통해 주님은 주변에서 일어나는 이런저런 일을 보면 하느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음을 알아채는 예리한 영적감각을 지닐 것을 촉구합니다. 

 

“이와 같이 너희도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을 보거든, 하느님의 나라가 가까이 온 줄 알아라.”

 

하느님의 나라는 저 멀리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이미> 늘 오늘 여기서 실현중이나 <아직> 완성은 아닙니다. 여기서의 시간은 시계나 달력의 시간이 아니라 하느님 나라의 도래시기입니다. 하느님의 다스림은 늘 가까이 있으니, 우리는 역사의 사건에서, 또는 말씀과 성사의 신비에서, 그리고 마지막 재림의 사건에서 체험합니다. 멀리 있는 종말이 아니라 매일 종말을, 주님의 방문을 체험하는 우리들입니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이 세대가 지나기 전에 모든 일이 일어날 것이다. 하늘과 땅은 사라질지라도 내 말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이미 오늘 여기서 하느님 나라의 전조는 곳곳에서 감지됩니다. 다 사라지고 변해도 주님의 말씀은 영원합니다. 우리의 영혼이 닻을 내려야 할 영원한 희망은 주님의 말씀뿐입니다. 

 

“새벽부터 일어나서, 도우심을 빌며

 당신의 말씀에 희망을 거나이다.”(시편119,147)

 

그러니 주님의 말씀과의 일치가 사라져가는 덧없는 세상 가운데에서 허무와 무지의 늪에 빠지지 않고 영원한 삶을 살게 합니다. 늘 거기 그 자리 한결같은 정주의, 나목의 겨울나무가 바로 이런 관상신비가의 삶을 상징합니다. 바로 이런 관상신비가의 전형적 모범이, 다니엘입니다.

 

당대 안티오코스 임금 박해시대에 희망의 표징이 되었던 다니엘은 시공을 초월하여 오늘 우리에게도 빛나는 희망의 표징이 됩니다. 다니엘은 하느님 손안에 있는 대제국들이 때가 되면 저절로 사라져감을 봅니다. 지상에서 영원한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모두가 하느님의 수중에 있다가 그 수명을 다하면 허무속으로 자취없이 사라져갑니다. 그러니 이런 현상에 집착하거나 머물러 있을 것이 아니라 초연히 주님이 오심을 기다리며 바라보는 것입니다. 마침내 다니엘은 그 옛날에 메시아의 도래를 보여주니 바로 곧 이어질 대림시기 우리가 고대하는 메시아 예수님과 놀랍게도 일치합니다.

 

“사람의 아들같은 이가, 하늘의 구름을 타고 나타나, 연로하신 분께 가자, 그분 앞으로 인도되었다. 그에게 통치권과 영광과 나라가 주어져, 모든 민족들과 나라들, 언어가 다른 모든 사람들이 그를 섬기게 되었다. 그의 통치는 영원한 통치로서 사라지지 않고, 그의 나라는 멸망하지 않는다.”

 

지상의 제국들은 다 사라져도 주님의 통치는 영원하다는 말씀입니다. 날마나 주님의 미사은총을 통해 깨닫는 진리입니다. 주님이 이 거룩한 미사은총이 우리 모두 당신과 일치하여, 당신의 관상신비가가 되어, 오늘 지금 여기서 당신의 나라, 하느님의 나라를 살게 하십니다.

 

“주 내 하느님은 나의 힘이시며,

 나를 사슴처럼 달리게 하시고

 산 봉우리로 나를 걷게 하시나이다.“(하박3,19). 아멘.

 

 

성 베네딕도회 요셉수도원 

이수철 프란치스코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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