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1월 21일 (금)
(백)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자헌 기념일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가리키시며 이르셨다. “이들이 내 어머니고 내 형제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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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국 신부님_ 청천벽력같은 일들 앞에서도 항상 침묵과 기도와 자아성찰에 충실하셨던 성모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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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석 [wsjesus] 쪽지 캡슐

08:58 ㅣ No.186418

 

제가 사는 곳은 워낙 외진 곳이라 밤이 되면 인적이 뚝 끊깁니다. 그러다 보니 야생동물들이 자주 출몰합니다. 밤길을 운전할 때면 늘 전후좌우를 예의주시해야 합니다. 야행성 들짐승들이 차량의 불빛을 보고 갑자기 튀어나올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정말이지 기상천외한 일을 겪었습니다. 평소 밤길 운전하면서 주로 만나는 친구들은 고라니나 오소리, 너구리나 들고양이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만난 친구는 체구가 어마어마한 맷돼지였습니다.

갑작스레 제가 운전하던 차 앞으로 휙 지나갔는데, 적어도 200kg은 족히 되는 것 같았습니다. 급브레이크를 밟지 않았더라면 상호 간에 큰 사고로 이어질 뻔했습니다.

그런데 아직도 그 순간이 마치 영화속에 한 장면처럼 제 눈앞에서 사라지지 않습니다. 제 눈앞을 스쳐지나간 초대형 맷돼지의 얼굴 표정이며, 유선형의 몸 형태며, 털색깔이며...저는 그 순간 이게 꿈이냐 생시냐, 했습니다.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일, 청천벽력같은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오늘 축일을 자헌 기념일을 맞이하시는 성모님의 한평생은 청천벽력같은 에피소드들의 연속입니다. 보통 사람들은 평생 단 한 번도 겪지 못했을 일을 성모님은 셀 수도 없이 많이 겪으셨습니다.

가브리엘 천사를 통해서 마리아에게 전해진 수태고지, 그야말로 청천벽력같은 메시지였습니다. 어디 그뿐인가요? 호적 등록을 하러 갔을 때, 갑자기 진통이 시작되었는데, 해산할 방 한칸 구하지 못해, 마굿간에서 아기 예수님을 출산했습니다.

깜짝 놀랄 일들은 계속됩니다. 헤로데의 박해를 피해 이집트로 피신한 일, 아무리 곱씹고 음미해도 이해하기 힘든 예수님의 말씀과 행동들, 하나하나가 성모님께는 큰 고통이요, 상처요, 슬픔이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도 성모님은 예수님으로부터 기가 막힌 말씀을 듣습니다. 세상 사람들이 들었으면 부모 입장에서 벼락같이 화를 낼만한 말씀입니다.

”누가 내 어머니고 누가 내 형제들이냐?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을 실행하는 사람이 내 형제요 누이요 어머니다.”(마태 12, 48-50)

뜻밖의 반응에 성모님께서는 속이 많이 상하셨겠지만, 기도하고 인내하시면서, 예수님 말씀에 담긴 진의(眞意)를 파악하기 위해 노력하십니다.

이렇게 성모님의 한 평생은 신비스럽고 심오한 존재, 예수님, 그리고 그분이 던지시는 영적 말씀을 이해하고 헤아리기 위해 끝도 없이 노력하고 또 노력하신 나날이었습니다.

오늘 우리는 성모님께서 성전에 봉헌되신 것을 기념하고 있습니다. 성경에는 마리아의 부모였던 요아킴과 안나에 대한 언급이 일체 등장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교회는 전승을 통해서 두분의 생애에 대해 언급하고 있습니다.

아버지 요아킴은 나자렛 출신으로 존경받는 부자였습니다. 어머니 안나는 베들레헴 출신의 신심깊은 여인이었습니다. 두 분은 열심한 신앙인이었지만 연세가 들도록 자녀가 없었습니다.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었던 요아킴은 자녀를 청하기 위해 광야로 들어갔고, 40일간 단식하며 기도를 했습니다. 안나 역시 집에 남아서 탄식하며 기도를 바쳤습니다. 두 분의 기도가 얼마나 간절했던지 마침내 주님께서 응답을 들어주셨습니다.

천사가 안나에게 나타나 온 세상에 이름을 떨칠 아기를 낳을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안나는 아기가 태어나면 하느님께 봉헌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광야에서 기도하던 요아킴 역시 안나와 비슷한 환시를 받고 집으로 발걸음을 돌렸습니다. 요아킴이 집으로 돌아오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안나는 성문앞까지 마중을 나갔습니다. 두분은 서로 부둥켜 않고 기쁨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드디어 출산날이 다가왔습니다. 그런데 막상 아이를 출산하고 보니, 결과는? 기대했던 아들이 아니라 딸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많이 실망했지만, 마음을 바꿔먹었습니다. 하느님께 깊이 감사드리면서, 아기에게 마리아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또 하느님께 봉헌하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마리아가 세살이 되었을 때, 예루살렘 성전에 데려가서 그곳에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맡겼습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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