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1월 21일 (금)
(백)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자헌 기념일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가리키시며 이르셨다. “이들이 내 어머니고 내 형제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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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자헌 기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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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희 [corenelia] 쪽지 캡슐

07:19 ㅣ No.186415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자헌 기념] 마태 12,46-50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을 실행하는 사람이 내 형제요 누이요 어머니다.”

 

 

 

 

오늘은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자헌” 기념일입니다. 마리아가 세 살 되던 해에 그 부모인 요아킴과 안나가 마리아를 성전에 봉헌한 것을 기념하는 날이지요. 그런데 이 내용을 곰곰이 생각해 보면 ‘자헌’(自獻)이라는 말과 뜻이 다르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자헌이란 말 그대로 본인의 의지로 자기 자신을 하느님께 봉헌한다는 뜻인데 겨우 세 살 어린 아이에 불과한 마리아가 하느님께 자신을 봉헌하는 게 어떤 의미인지를 제대로 이해한 채, 스스로의 의지로 그렇게 했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입니다. 본당에서 유아세례 하는 모습만 봐도 그렇지요. 부모의 손에 이끌려 나온 아이들은 정말 아무 생각이 없습니다. 꼭 필요하고 중요한 거라니까, 말 잘 들으면 끝나고 맛있는 거 사준다니까 시키는 대로 따를 뿐, 지금 자기가 참여하는 예식이 어떤 의미인지는 전혀 알지 못하는 겁니다.

 

그렇다면 왜 오늘을 성모님의 ‘자헌’기념일이라고 부를까요? 세 살 때 성전에 봉헌된 것은 부모의 뜻이었지만, 성모 마리아께서는 하느님께 자신을 봉헌한 부모님의 뜻을 거스르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순종하셨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스스로의 의지와 순명으로 부모님이 시작하신 봉헌을 완성하신 겁니다. 유아세례 땐 부모 손에 이끌려 아무 생각 없이 성전에 끌려 나왔던 아이가, 차츰 나이를 먹어가면서 신앙을 자기 것으로 받아들이고, 하느님과 그분 뜻을 본인 의지로 따름으로써 자신에게 세례를 받게 한 부모의 선한 의도가 결실을 맺게 되는 것처럼 말이지요. 그러나 이 과정에는 커다란 어려움이 닥쳐옵니다. 자녀가 올바른 길을 걸어 잘 되기를 바라는 부모의 속마음을 자녀가 헤아리지 못하고, 자신에게 신앙생활을 하게 하는 것을 ‘강요’로만 받아들일 때입니다. 나이가 들었음에도 자기 의지로 행하며 자기 행동에 스스로 책임을 지는 ‘어른의 신앙생활’로 넘어가지 못하고, 주변 사람들 눈치 그리고 하느님 눈치를 보며 마지못해 하는 ‘아이의 신앙’에 머물러 있을 때입니다. 그러면 어느 순간 하느님과의 관계를 자기 손으로 끊어 버리고 그분으로부터 멀어져 ‘냉담’하게 되지요.

 

하지만 성모 마리아께서는 그런 어려움을 더 확실한 믿음, 더 철저한 순명으로 이겨내셨습니다. 사춘기가 한창이던 십대 시절, 가브리엘 대천사가 전해준 하느님의 뜻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마음 속에 품으셨습니다. 나를 위해 준비하신 하느님의 좋은 뜻이 내 마음과 영혼을 관통하여 들어와 깊은 곳에 단단히 자리잡도록 그분께 자신을 온전히 내어드리신 겁니다. 이것이야말로 완전한 봉헌이라 할 수 있지요. 그렇게 하느님의 뜻이 마리아의 마음과 영혼 안에 심어졌고, 마리아께서는 그렇게 당신 안에 들어온 하느님 ‘말씀’을 열 달은 몸으로, 그 이후의 시간은 마음으로 품으셨습니다. 단순히 품고만 계신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그 말씀 안에 담아주신 뜻이 당신 행동을 통해, 당신 삶 속에서 이루어지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하셨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당신 어머니를 두고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을 실행한 사람”이라고 선언하십니다. 신앙을 바탕으로 새로운 가족관계를 만드시기 위해 혈연으로 맺어진 어머니를 내치신 것이 아니라, 당신 어머니야말로 자신을 하느님께 완전히 봉헌하심으로써 그분 뜻이 당신 삶을 통해 이루어지게 하신 ‘전형’(前型)이자 모범임을 분명하게 밝히신 것이지요. 우리도 그런 성모 마리아를 본받아야 합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주님이라 고백하는 그리스도인이라면, 내 뜻과 고집은 철저히 비우고 그분 뒤에 서서 묵묵히 그분의 뜻과 가르침을 실천하며 그분을 따라가야 합니다. 그렇게 내가 받은 세례의 은총을 참된 봉헌으로 완성해야 비로소 하느님을 닮은 거룩한 자녀의 모습으로 변화될 수 있습니다. 

 

* 함 승수 신부님 강론 말씀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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