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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1월 7일 (금)
(녹) 연중 제31주간 금요일 이 세상의 자녀들이 저희끼리 거래하는 데에는 빛의 자녀들보다 영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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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철 프란치스코신부님 -참 멋진, 자비와 지혜의 하느님 “약은 집사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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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우경 [forgod] 쪽지 캡슐

07:37 ㅣ No.186135

2025.11.7.연중 제31주간 금요일                                                              

 

로마15,14-21 루카16,1-8

 

 

참 멋진, 자비와 지혜의 하느님

“약은 집사의 비유”

 

 

"주여, 나를 버리지 마옵소서.

 내 주여, 이 몸을 멀리하지 마옵소서."(시편38,22)

 

풍성한 배수확이 끝난 만추의 배밭 오솔길을 걸을 때는 ‘텅빈 충만’의 평화와 행복을 느낍니다. 만약 흉작의 해였다면 텅빈 충만이 아닌 ‘텅빈 허무’의 쓸쓸하고 허전했을 만추의 11월이었을 것입니다. 우리 노년도 이와 흡사할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11월 위령성월 깊어가는 만추의 계절, 기도의 계절이자 죽음을, 우리가 돌아갈 뿌리인 하느님을 공부하는, 마냥 겸허하게 익어가는 계절입니다. 예전 <임>이란 글이 좋아 나눕니다. 임이 상징하는 바 물론 하느님이자 예수님입니다.

 

“임의 얼굴은 하늘같이 맑고

 임의 눈은 별처럼 빛나고

 임의 영혼은 가을 들꽃처럼 은은하고

 임의 마음은 단풍 물든 넉넉한 뜨락이고

 임의 몸은 나무 향기처럼 편안하다

 임 그리울 때

 아름드리 소나무 꼭 껴안아 본다

 눈들어 나무 보고 하늘을 본다

 가득 차는 가슴이다.”<2000.10.3.>

 

저는 놀랍게도 오늘 복음의 약은 집사의 비유에서 하느님을, 예수님을 발견했습니다. 예수님을 통해 하느님을 발견했습니다. 참 멋진, 자비하고 지혜로우신 아버지 하느님을 발견했습니다. 약은 집사를 다루는 어떤 부자가 상징하는바 바로 예수님이자 하느님이심을 깨달았습니다. 오늘 복음 전에는 그 유명한 <되찾은 아들의 비유>에서 환히 빛나는 자비하신 아버지 하느님입니다. 재산을 낭비한다는 집사를 추궁하며 해고할 의사를 넌지시 알리자 집사는 속으로 되뇌인후 참으로 기민하게 대처합니다.

 

“주인이 내게서 집사 자리를 빼앗으려고 하니 어떻게 하지? 땅을 파자니 힘에 부치고 빌어먹자니 창피한 노릇이다. 옳지, 이렇게 하자, 내가 집사 자리에서 밀려나면 사람들이 나를 저희 집으로 맞아 들이게 해야지.”

 

그래서 그는 주인에게 빚진 이를 하나씩 불러 참으로 과감하게 많은 양을 탐감해 줍니다. 기름 백 항아리 빚진 자에게는 쉰을, 밀 백 빚진 이는 여든을 적으라 하며 많은 빚을 탕감해 줍니다. 부자의 재산에 비하면 탕감받은 가난한 자들의 빚은 조족지혈 새발의 피일 것입니다. 이를 알게 된 어떤 부자의 처신에서 저는 참 멋진, 자비하시고 지혜로우신 아버지 하느님을 발견한 것입니다.

 

‘주인은 그 불의한 집사를 칭찬하였다. 그가 영리하게 대처하였기 때문이다.“

 

절대 집사의 불의한 사기 행각을 칭찬하는 것이 아닙니다. 집사의 불의한 잘못을 추궁하지 않고 불문에 붙이고 묵인하며 오히려 미래의 위험을 대비한 그의 기민한, 민첩한 처사를 칭찬하는 것입니다. 차마 주인이 이렇게 하라고 말할 수 없는데 스스로 알아 서로 살 길을 찾았으니 부자는 내심 불의한 집사가 고마웠을지도 모릅니다. 아마도 부자 주인은 가난한 집사에 대한 자신의 처우가 너무 빈약하여 이런 불상사가 생기지 않았는지 반성했을 지도 모릅니다. 

 

마침내 주인의 자비롭고 너그러운 처사로 결국은 집사도 살았고 빚진 이들도 모두 살게 된 것이니 주인의 자비는 그대로 지혜가 됩니다. 집사와 빚을 탕감받은 가난한 이들을 살린 것에 비해 축낸 재산은 부자에게는 아무것도 아니었을 것입니다. 그대로 어떤 부자의 주인이 상징하는 바 예수님이요 하느님이심을 깨닫습니다. 주인은 결코 불의한 집사를 무자비하게 추궁하여 단죄하지 않았습니다. 약은 집사의 기민한 위기 대처 방식도 배우지만 주인의 자비와 지혜도 배웁니다. 

 

‘사실 이 세상의 자녀들이 저희끼리 거래하는 데에는 빚의 자녀들보다 영리하다.’

 

우리 믿는 이들은 세상의 어둠의 자녀들이 아니라, 하느님의 빛의 자녀들입니다. 결코 불의한 집사의 사기 수법을 배우라는 것이 아니라, 그의 미래를 대비한 기민한, 유비무환의 대처방식을 배우라는 것입니다.  어떻게? 바로 깨어 준비하면서 맡은 바 책임을 다하는 충실하고 슬기로운 삶의 자세입니다. 

 

‘충실한 종과 불충실한 종의 비유(루카12,41-48)’에서, ‘미나의 비유(루카19,11-27)’에서, 말씀을 듣고 실행함으로 ‘반석위에 집을 지은 슬기로운 사람(마태7,24-27)’의 비유에서, ‘열 처녀의 비유’(마태25,1-13)에서, 깨어 준비하며 책임을 다했던, 참으로 올바르고 충실하고 슬기롭게 기민하게 미래를 대비했던 주님의 종들을 배워 닮자는 것입니다. 바로 그 좋은 본보기가 오늘 로마서의 바오로 사도입니다. 사도직을 눈부시게 수행한 바오로 사도의 고백을 통해 그가 은총에 힘입어 얼마나 충실히 사도직을 수행한 주님의 종이었는지 잘 드러납니다.

 

“그러므로 나는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하느님을 위하여 일하는 것을 자랑으로 여깁니다. 나는 예루살렘에서 일리리쿰까지 이르는 넓은 지역에 그리스도의 복음을 선포하는 일을 완수하였습니다. 이리하여 나는 그리스도께서 아직 알려지지 않으신 곳에 복음을 전하는 것을 명예로 여깁니다.”

 

각자 삶의 자리에서 충실하고 슬기로운 주님의 종으로서 깨어 책임을 다하며 하느님의 자녀답게, 빛의 자녀답게 살아야 함을 배웁니다. 11월 위령성월, 이보다 더 좋은 죽음 준비도 없습니다. 유비무환입니다. 날마다 주님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이 우리 모두 깨어 준비하며, 책임을 다하며, 충실하고 슬기로운 종으로 살게 하십니다.

 

"주여 내 구원이시여,

 어서 나를 도와주소서."(시편38,23). 아멘.

 

 

성 베네딕도회 요셉수도원 

이수철 프란치스코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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