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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31주간 금요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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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31주간 금요일] 루카 16,1-8 “주인은 그 불의한 집사를 칭찬하였다. 그가 영리하게 대처하였기 때문이다.“
재물이라는 것은 ‘가치 중립적’입니다. 재물 그 자체로는 ‘선’ 혹은 ‘악’이라는 가치를 지니지 않으며, 우리가 그것을 어떻게 사용하는가에 따라 선한 결과를 낼 수도 있고 악한 결과를 낼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재물을 두고 불의하다고 하십니다. 그건 재물 그 자체를 두고 하시는 말씀이 아니라, ‘집사’로 대표되는 각 사람이 재물을 쓰는 행위가 의롭지 않다는 뜻입니다. 그들이 쓰는 재물이 그들의 소유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세상 모든 것은 하느님의 소유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소유한 것을 내가 쓰는 건 다른 누가 뭐라 할 수 없는 나의 권리이기에 정당하지만, 하느님의 소유인 것을 내가 마치 주인처럼 쓰는 것이니 내 마음대로 해서는 안되겠지요. 하느님께서 그것을 나에게 허락하신 이유와 뜻을 생각하며 그에 맞게 잘 써야 하는 겁니다. 그런 점에서 우리 모두는 하느님께서 맡기신 재물을 그분 뜻에 맞게 잘 쓰고 관리해야 할 ‘집사’의 소명을 받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 나오는 ‘약은 집사의 비유’는 내가 재물과 어떤 관계를 맺는가에 따라, 즉 내가 집사로서 관리하는 재물을 어떻게 사용하는가에 따라 이웃과의 관계, 더 나아가 하느님과의 관계가 달라짐을 알려줍니다. 비유에서 주인의 재물을 맡아 관리하던 집사는 자기 신원을 망각하고 맡겨진 재물을 함부로 ‘오남용’했습니다. 주인의 뜻과 지향을 따르지 않고 제 뜻대로 썼으니 ‘오용’이고, 꼭 필요한 만큼 아껴쓰지 않고 펑펑 썼으니 ‘남용’이지요. 그 결과 그는 주인으로부터 ‘집사 일을 청산하라’는 말을 듣습니다. 국어사전을 보면 ‘청산하다’라는 말에는 두 가지 뜻이 있습니다. 하나는 ‘서로 간에 채무, 채권 관계를 셈하여 깨끗이 해결하다’라는 뜻이고, 다른 하나는 ‘과거의 부정적 요소를 깨끗이 씻어버리다’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집사가 오남용한 주인의 재물은 이미 사라지고 없으니 원래대로 되돌릴 수 없습니다. 게다가 그에게는 농사를 지을 힘이나 재주도, 다른 이에게 재물을 빌릴 용기나 의지도 없으니 주인과의 채무관계를 자기 스스로 해결할 방법도 없지요.
그래서 그는 자신이 과거에 저지른 부정적 요소를 깨끗이 씻는 길을 선택합니다. 자기 혼자 잘 먹고 잘 살기 위해 마지막 한 몫이라도 더 챙기려고 들지 않고, 집사로서의 권한을 이용하여 주인에게 빚진 사람들의 빚을 일부 탕감해준 것입니다. 그렇게 하여 그들이 짊어지고 있는 채무라는 멍에를 조금이나마 가볍게 해 주면, 그 일을 고맙게 여긴 이들이 나중에 집사 자리에서 쫓겨난 자신에게 어떤 식으로든 은혜를 갚을 거라 기대하고 한 행동이었습니다. 그런 그의 행동은 지향이 순수하지 않았기에 엄밀히 따지면 ‘선행’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주인이 자신에게 재물을 맡긴 뜻, 즉 사람들에게 나누고 베풀어 그들을 무겁게 짓누르는 멍에를 풀어주고 삶의 참된 기쁨을 느끼게 해주는 일을 실행하게 되었기에, 그런 집사의 행동은 그가 과거에 주인의 재물을 오남용하는 죄를 지어 생긴 부정을 깨끗하게 씻는 ‘보속’이 되었지요.
그래서 예수님은 주인이 그 불의한 집사를 칭찬했다고 하십니다. 그런 행동을 한 지향이 선하지는 않았지만, 그 행동의 결과가 선, 즉 하느님의 뜻에 부합했기 때문입니다. 그가 주인에게 피해를 입힌 행위가 윤리 도덕적으로 잘한 일은 아니지만, 자신에게 닥쳐올 일에 민첩하게 대응하며 꼭 필요한 일을 즉시 실행에 옮기는 결단력을 보여주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주인이 그를 칭찬했다고 해서 그에게 계속 집사 일을 맡기지는 않았겠지요. 그가 주인으로부터 신뢰를 얻어 관계를 회복하려면 더 큰 노력이 필요한 겁니다. 그 노력은 마음 속에 품은 뜻과 지향이 주인의 뜻과 일치되도록 애쓰는 것입니다. 또한 꼭 필요한 일을 실행에 옮기기 전에 먼저 그것이 주인의 뜻에 부합하는 올바른 일인지를 제대로 식별하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 우리는 꾸준히 기도하며 하느님의 뜻을 찾고 따라야 합니다.
* 함 승수 신부님 강론 말씀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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