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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25주간 월요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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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25주간 월요일] 루카 8,16-18 "아무도 등불을 켜서 그릇으로 덮거나 침상 밑에 놓지 않는다. 등경 위에 놓아 들어오는 이들이 빛을 보게 한다.
지난 주 평일미사의 마지막 복음은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로 끝났습니다. 이 세상에 하느님 나라를 실현하고자 하는 선한 지향으로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마음 속에 소중히 간직하며, 여러가지 고통과 시련에도 불구하고 인내로이 삶 속에서 실천하면, 그 말씀 안에 담긴 하느님의 선한 뜻이 내 삶 속에서 열매를 맺게 된다는 것이었지요. 신앙의 열매는 머리가 아니라 우리의 손과 발에서 맺어집니다. 믿음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 믿음을 말과 행동으로 드러내지 않는다면,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 전하지 않는다면 ‘죽은’ 믿음이 됩니다. 우리의 신앙생활에서 중요한 것은 이론이 아니라 ‘실제’입니다. 아는 것이 아니라 ‘사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이러한 실천의 중요성을 등불의 비유로 설명하십니다. 방에 등불을 켜두는 것은 밝은 빛으로 어둠을 비추기 위함입니다. 그렇기에 등불을 켠 채로 그릇으로 덮어두거나 침상 밑에 두는 사람은 없습니다. 등불은 무엇에도 가려지지 않고 가능한 높게 있어야 방 구석 구석을 밝힐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건 삼척동자도 다 아는 진실이지요. 그러나 그리스도 신앙인들 중에는 그 ‘불편한 진실’에 두 눈을 질끈 감아버리는 이들이 있습니다. 자신이 천주교 신자임을 공개적으로 드러내면 불이익이나 차별을 당할지도 모른다고 걱정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일을 겪지 않더라도 ‘천주교 신자’라는 타이틀 때문에 하고 싶은 걸 참아야 하고, 하기 싫은 걸 억지로 해야 하는 등 불편하고 귀찮은 일이 생기는 게 싫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주님께서 붙여주신 소중한 신앙의 등불을 안일함과 나태함이라는 그릇으로 덮어두고, 이기심과 탐욕이라는 침상 밑에 숨겨두는 겁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래서는 안됩니다. 하느님의 말씀을 받아들인 사람은 그분 자녀다운 거룩한 삶과 선한 행동으로 세상을 밝게 비추어야 합니다. 그러면 사람들이 우리가 내는 빛을 보고 하느님을 찬양하게 될 것입니다. 더 이상 무지와 오해라는 어둠 속을 걷지 않고 하느님 나라로 나아가는 생명의 길을 걷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많은 분들이 이런 그리스도인의 소명이 자신에게는 아무런 이득이 되지 않는다고, 심지어 손해를 본다고 여깁니다. 하지만 남들에게 등불을 보이는 게 부담스럽고 싫다고 그릇으로 덮어두거나 침상 밑에 넣어두면 나 역시 캄캄한 어둠 속에서 고생하게 되지요. 그건 신앙이라는 등불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리스도인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비춰주시는 진리와 사랑의 빛을 받으며 살아야 합니다. 그 빛을 제대로 받지 못하면 햇볕을 제대로 못받은 화초처럼 시들어버리기 때문입니다. 그리스도의 빛은 그분의 뜻을 따르는 나의 행동과 삶을 통해 나 자신과 세상을 비춥니다. 그리고 그 빛이 우리 모두를 참으로 살게 합니다.
* 함 승수 신부님 강론 말씀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