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7월 14일 (월)
(녹) 연중 제15주간 월요일 나는 평화가 아니라 칼을 주러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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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국 신부님_변장하고 우리를 찾아오시는 예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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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석 [wsjesus] 쪽지 캡슐

2025-07-13 ㅣ No.183424

 

수많은 법들 가운데서, 사형제도, 종교나 신념에 의한 병역거부와 함께 찬반양론이 팽팽하게 맞서는 법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착한 사마리아인의 법(Good Samaritan Law)입니다.

이법은 한 마디로 표현해서, 위험에 처한 사람 앞에서 ‘구조 불이행’을 저지른 사람을 처벌하는 법입니다. ‘구조거부죄’ 또는 ‘불구조죄’라고도 하지요. 이 법의 근거이자 원천은 루카복음 10장 30~37절 ‘착한 사마리아 사람의 비유’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 유다인이 예루살렘에서 예리코로 내려가는 으슥한 산길을 홀로 걷다가 강도를 만납니다. ‘목숨이 제일 중요하지!’ 하면서, 있는 돈 없는 돈 순순히 다 털어주었으면, 아무 문제 없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에게는 너무나 소중한 목돈이었기에, 필사적으로 저항하다가 무자비한 폭행을 당합니다. 그는 큰 부상을 입고 길바닥에 쓰러져 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본 사제, 레위인이 황급히 자리를 피해갔습니다. 그러나 유다인들과 적대관계에 놓여있던 한 사마리아 사람이 죽어가는 사람을 자기 나귀에 태워 여관까지 데려갑니다. 지극정성으로 치료해주고, 여관 주인에게 숙식비며 모든 경비 일체를 지불합니다. 뿐만 아니라 잘 치료해 줄 것을 당부하며, 추가로 지출되는 경비는 돌아오는 길에 계산하겠노라고 다짐까지 합니다.

한 인간 존재가 다른 동료 인간에게 베풀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이지만, 가장 어려운 최선의 도움을 제공한 것입니다. 피범벅이 된 사람을 나귀에 태우는 과정에서 자신도 피범벅이 되었을 것입니다. 숙식비며 치료비도 만만치 않았을 것입니다. 이미 잡혀있던 중요한 약속을 취소해야 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착한 사마리아 사람에게 있어 자신의 눈앞에 죽어가고 있는 한 인간 존재, 그를 돕는 것만큼 중요한 일은 다시 또 없었던 것입니다.

복음의 가르침에 따르면, 지금 우리 눈앞에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 갖은 박해와 고초를 겪고 있는 사람들, 억울하게 무고당해 눈물 흘리고 있는 사람들은 또 다른 주님이며, 또 다른 예수님이십니다. 다시 말해서 지금 우리 곁을 스쳐 지나가는 가난하고 고통받는 사람들은 변장하고 찾아오신 예수님이시며, 주님이십니다. 그렇다면 너무나도 당연히 그들을 지극정성으로 보살펴 드려야 하고, 그들을 신속히 위험에서 구출해드려야 마땅합니다.

오늘 우리 눈앞에 가장 위험에 처한 사람들은 누구입니까? 지금 이순간 가장 시급하게 내 도움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은 누구입니까? 혹시라도 우리는 은연중에 무심코 스쳐 지나간 사제나 레위인의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지는 않습니까?

끔찍한 참변을 당한 사람들, 혹독한 곤경 앞에 서 있는 사람들을 자주 만나게 됩니다. 착한 사마리아 사람의 비유 가르침에 따르면 사목자로서 당장 달려가 구체적인 도움을 드려야 마땅합니다. 그러나 마주하고 있는 현실이 허락하지 않아 막막할 때가 많습니다.

사목자로서 맡은 소임에 충실하기 위해 자리를 비우는 것이 여의치 않습니다. 수도자로서 정주(定住)의 기본 원칙을 지켜야 하니 만사 제쳐놓고 달려가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런저런 핑계를 대는 제 모습과 죽을 위험에 처한 행인을 보고도 못 본 척 지나간 사제나 레위인의 모습이 어찌 그리 닮아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지척에 있는 동료 인간의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듯한 고통과 슬픔을 강 건너 불 바라보듯 도외시하면서, 아무리 복음적 사랑의 실천을 큰 목소리로 외친다할지라도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우리가 매일 봉헌하는 사랑의 성체성사 역시 그것이 전례로만 이해되고 성전 안에서의 예식으로만 끝난다면, 그것은 빛 좋은 개살구, 혼자만 요란스러운 꽹가리, 속이 텅텅 빈 강정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우리가 정성스럽게 매일 하느님께 올리는 분향이 거룩하고 감성적인 분위기, 자기도취에만 머물러있지 구체적 사랑의 실천이나 나눔, 희생이나 봉사로 건너가지 않는다면 그것은 아무것도 아닙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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