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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철 신부님_귀가(歸家)의 여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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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자녀답게, 슬기롭게, 아름답게, 기쁘게”
“주님의 집에 가자 할 제, 나는 몹시 기뻣노라.”(시편122,1)
오늘 화답송 후렴시편성구는 제가 10년전 2014년 산티아고 순례 여정시 가장 많이 바쳤던 기도문이였습니다. 800km 2000리! 산티아고 대성전에 이를수록 더욱더 힘차고 빠르게, 나는 듯 걸었던 추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만추의 밤하늘의 별들이 참 맑고 밝게 빛납니다. 우리 모두 별처럼 깨어 빛의 자녀답게, 슬기롭게, 아름답게, 기쁘게 살라는 가르침을 줍니다. 여전히 계속되는 기도의 계절, 공부의 계절 11월 위령성월입니다. 저절로 어떻게 살아야 하나? 어떻게 죽어야 하나? 묻게 됩니다. 허무로 끝나는 죽음의 여정이 아니라 아버지의 집으로의 ‘귀가의 여정’중인 우리들입니다.
11월 위령성월, ‘죽음을 날마다 눈앞에 환히 두고 살라’는 성 베네딕도의 가르침대로 산다면 하루하루 선물인생, 거품이나 환상이 걷힌 본질적 깊이의 삶을 살 수 있을 것입니다. 자신을 잘 추스르라는 옛 어른의 지혜로운 말씀도 새롭습니다.
“인간에게 쓸모없는 감정은 없다. 단지 다스리지 못하는 감정이 있을 뿐이다.”<다산> “어진 이는 근심하지 않고, 지혜로운 이는 미혹되지 않고, 용감한 이는 두려워하지 않는다”<논어>
참으로 아버지의 집으로의 귀가의 여정을 진지하게 맞이한다면, 어질고 지혜롭고 용감하게 살 수 있을 것입니다. 교황님 홈페이지에서 읽은 수녀들에게 주신 교황님 말씀이 참 신선했습니다. 흡사 교황님 자신을 두고 하는 말씀처럼 생각되었습니다.
“슬픈 성인은 또 하나의 슬픈 성인일 뿐이다. ‘거룩함은 언제나 기쁘다(Holiness is always joyfull)’. 마음으로부터 솟아나는 미소를 지녀라. 거짓이 아닌 진실하고 충만한 미소를.”
어떻게 하면 빛의 자녀답게, 슬기롭고 아름답게, 기쁘게 살아갈 수 있겠는지요? 오늘 말씀이 답을 줍니다. 오늘 복음은 너무나 유명한 ‘약은 집사의 비유’입니다. 실직할 위기에 처한 불의한 집사의 나쁜 행실을 본받으라는 것이 아니라, 그의 미래를 대비한 민첩하고 슬기로운 대처방식을 본받으라는 것입니다.
급기야 불의한 집사는 기름 백 항아리 빚진 이에게는 쉰으로, 밀 백섬 빚진 이에게는 여든으로 탕감해줌으로 미래를 대비합니다. 뜻밖에 부자 주인은 그 불의한 집사를 칭찬합니다. 그가 영리하게 대처하였기 때문입니다. 자비하신 아버지를 상징하는 너그러운 주인은 뜻밖에 불의한 집사의 행위를 묵인해 줍니다.
아마도 그는 속으로 스스로 알아서 살길을 찾아낸 불의한 집사가 고마웠을지도 모릅니다. 부자 주인에게 그만한 손실을 충분히 감수할 수 있겠기 때문입니다. 새삼 자비롭고 너그러운 하느님 아버지를 연상케 하는 부자 주인입니다. 예수님의 비유 결론이 화두처럼 우리에게 좋은 깨달음이 됩니다.
“사실 이 세상의 자녀들이 저희끼리 거래하는 데에는 빛의 자녀들보다 영리하다.”
세상 자녀들의 악한 행실이 아닌 그의 위기시 대처방식을 배우라는 것입니다. 세상 자녀들 못지 않게, 아니 그 이상으로 빛의 자녀들인 우리들도 민첩하고 슬기롭게 살라는 주님의 바램입니다. 어떻게 빛의 자녀답게, 슬기롭게, 아름답게, 기쁘게 귀가의 여정을 살아갈 수 있겠는지요? 고맙게도 제1독서 필리비 서간의 바오로 사도가 그 답을 줍니다. 우선 속화된 세상 사람들처럼 그렇게 생각없이, 영혼없이, 의식없이 육적 욕망대로 살지 말라는 것입니다.
“많은 사람이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원수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들의 끝은 멸망입니다. 그들은 자기네 배를 하느님으로, 자기네 수치를 영광으로 삼으며 이 세상 것만 생각합니다.”
완전히 구제불능의 가치전도의 삶입니다. 이렇게 살 것이 아니라 다음 이어지는 말씀같이, 하늘의 시민답게, 가을 밤하늘의 별처럼 빛의 자녀답게, 슬기롭게, 아름답게, 기쁘게 살아가라는 것입니다.
“우리는 하늘의 시민입니다. 우리는 그곳에서 구세주로 오실 주 예수 그리스도를 고대합니다. 그리스도께서는 만물을 당신께 복종시키실 수도 있는 그 권능으로, 우리의 비천한 몸을 당신의 영광스러운 몸과 같은 모습으로 변화시켜 주실 것입니다.
새삼 지상의 우리가 향하는 곳은 본향의 하늘나라임을 깨닫습니다. 말그대로 본향집을 향한 ‘귀가의 여정’중인 우리들이요, 주님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이 우리를 날로 정화, 성화시켜 주시어 우리의 비천한 몸도 서서히, 점차적으로 주님의 영광스런 몸으로 변모됨을 깨닫습니다.
“주님, 저에게 생명의 길 가르치니니, 당신 얼굴 뵈오며 기쁨에 넘치리이다.”(시편16,11). 아멘.
성 베네딕도회 요셉수도원 이수철 프란치스코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