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6일 (금)
(백) 부활 제4주간 금요일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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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22주간 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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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umbrella] 쪽지 캡슐

2020-09-04 ㅣ No.140539

뉴욕에는 강풍이 불 때가 있습니다. 강풍이 불면 커다란 나무들의 가지가 꺾이기도 하고, 나무가 쓰러지기도 합니다. 강풍을 피할 수 없는 나무의 숙명입니다. 동물과 식물의 사는 법은 다릅니다. 동물은 자유롭게 움직이며, 원하는 곳으로 갈 수 있습니다. 더위를 피해서 시원한 곳으로 갈 수 있고, 추위를 피해서 따뜻한 곳으로 갈 수 있습니다. 다만 동물은 움직이기 위해서 에너지를 섭취해야 합니다. 동물이 움직이는 이유는 자유를 찾아서 일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먹이를 찾아서였습니다.

 

이는 사람도 예외가 아닙니다. 성서는 신앙의 선조들이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아서 약속의 땅으로 가는 이야기입니다. 식물은 한 곳에 정주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이동에는 제한이 있지만 식물에게는 시간이 많습니다. 에너지를 얻기 위해서 움직이지 않아도 되기 때문입니다. 물과 햇빛만 있으면 몇 십 미터 높이로 자랄 수 있습니다. 동물은 오래 살아야 100년이지만 식물은 2,000년을 넘게 살기도 한다. 동물과 식물은 각자의 방법으로 생존의 길을 찾았습니다.

 

예수님께서 마르타의 집을 방문했을 때입니다. 마르타는 분주하게 움직이면서 예수님의 시중을 들었습니다. 마리아는 예수님의 곁에서 말씀을 들었습니다. 예수님의 시중을 듣는 것도 필요한 일입니다. 음식을 마련하고, 집안을 청소하고, 사람을 초대하는 일입니다. 예수님께서도 제자들에게 복음 선포를 강조하셨습니다. 제자들에게 온 세상으로 나가서 마귀를 쫓아내고, 병자들을 고쳐주고, 복음을 선포하라고 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하느님의 말씀을 듣는 것도 중요하다고 하셨습니다. 늘 한적한 곳으로 가셔서 따로 기도하셨습니다. 핸드폰은 충전을 해야만 사용할 수 있듯이 활동하기 위해서는 기도와 명상이 필요하다고 하셨습니다. 겟세마니 동산에서도 밤을 새워 기도하셨습니다. 제자들에게도 같이 기도하기를 바라셨습니다. 수도회도 활동을 중심으로 하는 곳이 있고, 기도를 중심으로 하는 곳이 있습니다. 수도회의 영성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어떤 분은 활동을 중심으로 하는 곳이 본인의 성격과 신앙에 적합하기도 합니다. 어떤 분은 관상을 중심으로 하는 곳이 본인의 성격과 신앙에 적합하기도 합니다.

 

낯선 곳에서 힘들어하는 딸이 아버지에게 편지를 보냈습니다. 마치 감옥 같다고 하였습니다. 원주민들하고는 말도 통하지 않았고, 도시에서와는 달리 편의 시설이 없었습니다. 그런 딸에게 아버지가 답장을 보냈습니다. “감옥에 갇힌 사람 중에는 창 너머의 별을 보는 사람이 있단다. 그리고 희망을 간직하는 사람이 있단다. 바닥의 바퀴벌레와 쥐를 보는 사람이 있단다. 그리고 절망 속에 머무는 사람이 있단다.” 아버지의 답장은 간결했지만 딸의 마음을 움직였습니다.

 

딸은 원주민들하고도 대화를 하려하였고, 원주민들은 딸이 원하는 것들을 선물로 가져왔습니다. 딸은 자연과 더불어 살면서 글을 썼고, 책을 출판하였습니다. 주위의 환경이 바뀐 것은 없었습니다. 다만 아버지의 편지를 읽고 마음을 바꾸었습니다. 그러자 원주님들의 따뜻한 마음을 읽을 수 있었고, 아름다운 자연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신앙은 환경을 바꾸는 것이 아닙니다. 환경을 통해서 주어지는 하느님의 뜻이 무엇인지 식별하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십자가를 바꾸라고 하지 않으셨습니다. 십자가를 지고가라고 하셨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사람의 아들이 안식일의 주인이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안식일은 우리에게 주어지는 환경과 같습니다. 식물에게는 움직일 수 없지만 물과 햇빛만으로 양식을 얻을 수 있는 기능이 있습니다. 동물은 음식을 외부에서 얻어야 하는 수고로움이 있지만 원하는 곳으로 갈 수 있는 자유가 있습니다. 식물이 동물을 부러워하기 보다는 스스로 양분을 얻을 수 있는 능력이 있음을 감사하면 좋을 것입니다. 동물이 식물을 부러워하기 보다는 움직일 수 있는 자유가 있음을 감사하면 좋을 것입니다.

 

바오로 사도는 오늘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지금 이 시간까지도, 우리는 주리고 목마르고 헐벗고 매 맞고 집 없이 떠돌아다니고 우리 손으로 애써 일합니다. 사람들이 욕을 하면 축복해 주고 박해를 하면 견디어 내고 중상을 하면 좋은 말로 응답합니다. 우리는 세상의 쓰레기처럼, 만민의 찌꺼기처럼 되었습니다. 지금도 그렇습니다.” 바오로 사도는 환경을 바꾸려하지 않았습니다. 주어진 환경에서 하느님의 뜻이 무엇인지 찾으려 하였습니다.

 

모든 선의 근원이신 하느님, 저희에게 하느님을 사랑하는 마음을 심으시어 생생한 믿음으로 은총의 씨앗이 자라나 하느님의 도우심으로 좋은 열매를 맺게 하소서.”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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