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8월 15일 (토)
(백) 성모 승천 대축일 전능하신 분께서 나에게 큰일을 하시고, 비천한 이들을 들어 높이셨습니다.

우리들의 묵상ㅣ체험 우리들의 묵상 ㅣ 신앙체험 ㅣ 묵주기도 통합게시판 입니다.

한국 교회의 수호자 원죄 없이 잉태되신 복되신 동정마리아 대축일

스크랩 인쇄

조재형 [umbrella] 쪽지 캡슐

2019-12-08 ㅣ No.134420

전임 교구장님께서 언젠가 말씀을 하셨습니다. “교구장으로서 가장 힘들었을 때가 언제인지 아십니까? 사제들의 인사이동입니다.” 인사이동에 대한 체계적인 기준이 마련되지 않은 점도 있습니다. 사제들의 사목에 대해서 일정한 기준의 평가를 정하기 어려운 점도 있습니다. 사제들의 능력과 적성을 다 파악하기 어려운 점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 힘든 점은 순명의 자세라고 하였습니다. 어떤 사제는 힘들고 어려운 곳이라도 기쁜 마음으로 순명하였고, 그런 곳에서도 사목의 열매를 맺었다고 합니다. 그런 사제를 보면 감사하기도 하였고, 고맙기도 하였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렇지 못할 때도 있었다고 합니다.

 

제가 속한 서울교구는 보좌신부로 지내는 기간이 많이 길어졌습니다. 교구에서 인사이동에 대한 정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앞으로도 이런 현상은 계속될 겁니다. 몇몇 동료는 본당 사목은 하지 않겠다는 의견을 말씀드렸습니다. 인사이동에 대한 주교님의 부담을 덜어드리고 싶었고, 후배들이 본당 사제가 될 수 있도록 자리를 내주고 싶은 마음에서였습니다. 단순히 순명을 넘어서 더 힘들고 어려운 곳으로 찾아가려는 동료들의 모습에서 교회에 대한 사랑, 후배들에 대한 사랑을 볼 수 있었습니다. 주교님께서 제게 가톨릭 평화 신문 미주 지사를 제안하셨고, 저도 기쁜 마음으로 순명하였습니다. 연로하신 어머니께서도 기도 중에 함께 하시겠다고 하셨고, 잘 다녀오라고 하셨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죄를 지었기 때문에 벌을 주시는 것일까요? 그렇지 않을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자비가 넘치시는 분이시기 때문입니다. 아담이 자신의 잘못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용서를 청했다면 하느님께서는 선악과를 먹었던 죄를 용서하셨을 것입니다. 하지만 아담은 자신의 잘못을 여인의 탓으로 돌렸습니다. ‘저 여인이 저에게 먹으라고 권했습니다.’ 그래서 하느님께 용서를 받을 기회를 잃어버렸습니다. 여인도 마음이 아팠을 것입니다. 비록 자신이 먹으라고 권했을지라도 남자가 제가 잘못했습니다.’라고 말을 했다면 여인은 남자를 더욱 신뢰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하느님께서는 두 사람 모두를 용서했을 것입니다. 우리가 영원한 생명으로 나가지 못하는 것은 우리의 죄 때문이 아닙니다. 하느님의 자비하심을 믿지 못하고, 우리의 잘못을 남의 탓으로 돌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하느님의 자비하심이 우리의 마음으로 들어오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잘되면 내 탓이고, 잘못되면 조상 탓이라는 말을 하곤 합니다. 시대를 탓하고, 가정을 탓하고, 이웃을 탓하고, 친구를 탓하면 진정한 자신을 보기 어렵습니다. 삶의 기준이 성공과 권력 그리고 재물이라면 우리는 누군가를 탓하기 마련입니다. 작은 꽃은 절벽에 피어도, 길가에 피어도, 비와 바람을 맞아도 무엇을 탓하지 않습니다. 존재하는 것만으로 하느님의 큰 영광을 드러내기 때문입니다. 우리 안에 있는 많은 문제는 자신을 받아들이고, 인정하고, 잘못을 솔직하게 시인하면 풀릴 수 있습니다. 상대방의 관점에서 상대방의 이야기를 경청하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자존심, 열등감, 편견, 두려움 때문에 인정하려 하지 않고, 받아들이지 않고,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지 못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문제의 해결 방법은 무엇일까요?

오늘의 복음에서 우리는 엉킨 실타래를 푸는 방법을 배울 수 있습니다. 바로 성모님의 방법입니다. 성모님께서는 먼저 천사 가브리엘의 말을 경청하였습니다. 자신에게 다가온 일들이 성령으로 말미암은 것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였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을 하였습니다. ‘이 몸은 주님의 종이오니 그대로 제게 이루어지소서!’ 성모님께서는 누군가를 탓하지 않았습니다. 하느님의 더 큰 영광이 드러날 수 있도록 하느님께 의탁하였습니다. 우리의 삶이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낼 수 있다면 우리 또한 빛의 자녀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온 우주보다 우리를 사랑하시기 때문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1,396 12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