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6일 (금)
(백) 부활 제4주간 금요일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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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32주간 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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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umbrella] 쪽지 캡슐

2019-11-15 ㅣ No.133881

동창 신부님이 서울에서 온다고 했습니다. 공항으로 마중 나가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잘 움직이던 차였습니다. 공항 가는 날, 엔진 오일을 교체하라는 표시가 났습니다. 간단한 문제인 줄 알고 정비소에 갔습니다. 정비소에서는 엔진 오일이 세고 있었다고 합니다. 정기 검사를 받아야 하는데 받지 않았다고 합니다. 차량을 정비하는데 하루는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차를 맡기고, 차를 빌려서 공항으로 가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다른 문제가 생겼습니다. 운전 면허증이 정비소에 맡긴 차에 있었습니다. 면허증 없이 차를 운전하는 건 불법 운전이 될 수 있다고 합니다. 걱정이 가득한데 고마운 분이 나타났습니다. 저의 사정을 아시고, 공항으로 함께 가겠다고 하였습니다. 하느님께서 천사를 보내주셨습니다. 덕분에 동창 신부를 공항에서 잘 만났습니다. 동창 신부님 덕분에 차에 문제가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혹시 모를 더 큰 사고를 미리 방지할 수 있었습니다. 동창 신부님 덕분에 고마운 이웃을 만났습니다.

 

생각해보니 제게는 천사가 많았습니다. 지난여름입니다. 스위스 여행을 했습니다. 기차에서 지갑을 분실했습니다. 카드, 면허증, 신분증을 잃어버렸습니다. 현금도 잃어버렸습니다. 함께한 일행들은 저보다 더 걱정해 주셨습니다. 하루 지나니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그래도 여권과 스마트폰은 분실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새 지갑도 얻을 수 있었고, 헤어질 때는 약간의 도움도 받았습니다. 저의 세례명이 천사인데 천사가 되어 주기보다는 천사의 도움을 더 많이 받았습니다.

 

신자분들이 제게 부탁하는 것들은 몇 가지 유형이 있습니다. 자녀들의 혼인성사 주례를 부탁하기도 하고, 미사를 부탁하기도 하고, 축성을 부탁하기도 합니다. 가끔 글을 부탁하기도 하고, 강의를 부탁하기도 하고, 면담을 부탁하기도 합니다. 별일이 없으면, 제가 할 수 있으면 그런 부탁을 들어 드리는 편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간절히 청하면 들어주실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자비로우시고, 사랑이 크시기 때문입니다. 많은 경우에 우리가 미안해서, 양심에 부끄러워서 하느님께 청을 드리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예전에 읽었던 시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가고 오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더 기다리는 우리가 됩시다.

더 많이 사랑했다고 해서

부끄러워할 것은 없습니다.

더 오래 사랑한 일은 더군다나

수치일 수가 없습니다.

 

요행히 그 능력이 우리에게 있어

행할 수 있거든

부디 먼저 사랑하고 더 나중까지

지켜주는 이가 됩시다.”

 

신앙인이라면 가져야 할 삶의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먼저 사랑하고, 더 오래 기다려준다면 힘들고 어려워도 바로 그런 곳이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지는 곳이고, 바로 그런 곳이 하느님의 나라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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