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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흔 즈음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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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흔 즈음에]
그래서 아흔 살, 백 살을 사는 기분은 어떨까?
이책은 인문학자인 김열규 선생이
아흔 가까이된 인생의 끝자락에서 쓰신 귀(貴)한 글 모음이다.
옛 시절의 회상, 이웃과 자연에 대한 단상이 담백하게 그려져 있다.
선생은 솔직하게 고백한다.
하루 스물네 시간이 이백사십 시간 같다고,
한결같은 시간,
옴짝달싹 않는 시간의 웅덩이에 빠져들고 만 것 같다고 한다.
늙을수록 자주자주 외로움에 젖는다.
마음이 풀기가신 갈잎 꼴로 버석대는 걸 바라본다.
나이가 드는 것과 고독을 타는 것은 정비례한다.
친구들이 많은데서, 살아야 한다고 사람들은 말한다.
외로움에서 벗어나기 위해서일 것이다.
말벗이 없는 외로움을 이겨낼 다른 방법이 있어야 했다.
선생은 이 둘을 통해 외로움을 정신의 풍요로 승화시킨다.
찬찬히 걸음을 옮기면 그 걸음걸이의 움직임새 따라
생각이 가닥을 잡는다.
한 발자국 한 발자국 떼놓은 걸음이
머리의 기운을 돋운다.
생각이 영글어진다.
이렇듯 산책의 보람을 한껏 누릴 수 있는 것은 외로움 덕분이다.
외롭기 때문에 비로소 삶의 값진 한 토막을 보람되게 향유하게 되는 것이다."
곱게 길들어져 가는 것도 아름다운 일이다.
외로움과 벗하며 산책하고
글 쓰는 삶을 아흔 즈음까지 할 수 있다는 것은 큰 축복이다.
책 읽고, 글쓰기를 할 수있는 삶, 그런 호젓하고
조용한 삶을 꿈꾼다.
<아흔 즈음에/김열규, 먼 산 바라기 書>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