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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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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성 [jslee9742] 쪽지 캡슐

2008-04-17 ㅣ No.937



우리나라에서 단호박을 재배한 시기는 1990년대 초, 일본 수출을 목적으로 한 것이 처음이다. 이후 수출 후 남은 물량이 국내에 조금씩 유통되어 소비량이 해마다 증가해 왔으며 지금은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야채가 되었다.

단호박은 고랭지 작물로 그 맛이 밤과 고구마를 섞어 놓은 듯하여 밤호박이라고도 하는데, 밤보다 당도가 좋으며 고구마보다 속이 알차다.

단호박의 노란색은 입맛을 돋우어줄 뿐만 아니라 눈에 좋은 비타민이 많이 들어 있음을 나타내는 것이다. 단호박은 소화흡수가 잘 되고 비만을 방지하며 미용 효과가 좋은 건강식으로 인기를 끌고 있으며, 카로틴을 비롯해 비타민과 철분, 칼슘 등의 영양소도 골고루 들어있다. 이같은 효능도 중요하지만, 단호박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찐 단호박의 케이크처럼 부드럽고 달착지근한 맛에 끌린다. 현재 국내에서는 찌거나 죽으로 먹는 방법이 대부분이지만, 일본에서 단호박은 찌게, 생선 조림의 재료, 짠지 등의 밑반찬으로도 사용된다.

찐 단호박은 곧 다가올 추석 송편의 빛깔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단호박을 씻어 반으로 갈라 씨를 빼고 찜통에서 푹 찐 후 속을 파서 체에 내린다. 체에 내린 단호박과 멥쌀가루를 섞으면, 추석상에 올려지는 송편의 빛깔이 단호박의 오묘한 노란색으로 나타나 시각과 미각을 더 즐겁게 만들 수 있다.

무더위를 보내고 다시 원기를 회복하려 하는 수험생들에게는 '단호박 된장국수'를 추천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단호박이, 앉아있는 시간이 많아 하체의 순환이 잘 되지 않는 수험생들의 노폐물을 제거하고 소화촉진에도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몇 조각으로 자른 단호박을 찐 뒤 으깨어 밀가루, 소금과 섞어 반죽한 뒤 얇게 펴서 썰어 삶는다. 표고버섯 불린 물에 다시마를 넣고 5~10분 정도 끓인 뒤 된장과 소금으로 간을 한다. 여기에 애호박, 청,홍피망, 양송이, 표고버섯을 넣고 두부, 우엉즙, 참깨 간 것으로 간하고 강판에 간 감자를 넣고 참기름을 살짝 두른 국물을 국수에 부으면 된다. 재료로 첨가되는 양송이, 다시마, 표고버섯은 기혈 순환에 도음을 주고 풍부한 단백질은 뇌 활동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단호박의 달콤한 맛을 음미하고 있는 동안, 이제 늙은 호박은 서서히 출하를 기다리고 있다. 늙은 호박의 수확 시기는 8월에서 10월까지이며, 생산지는 전국 각지이지만 호남 지방이 전국 생산량의 70~80%를 차지한다.

예전에는 호박잎이 너무 넓어서 여름에 미처 따지 못한 애호박이 금세 색깔이 변하고 모양이 커져 늙은 호박이 되고, 이용방법을 잘 몰라 겨우내 마루에 쌓아두고 썩혀 버리거나 값없이 장에 내다팔기도 했지만, 현대에는 황색을 나타내는 천연 색소인 carotenoid계 화합물이 늙은 호박에 다량 존재함이 알려졌고, 이 중에서도 비타민 A공급원인 beta-carotene이 다양한 약리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되어 있다. 이로써 늙은 호박으로 만든 호박죽, 호박범벅 등은 건강식품, 다이어트식품으로 각광 받는다. 어릴 적에는 먹을 것이 없어서 억지로 먹던 것들이 이제는 별미가 된 것이다.

늙은 호박을 수박처럼 쩍 갈라놓으면, 이걸 어디서부터 어떻게 사용하면 좋을까 고민하게 된다. 호박 살은 호박죽, 호박 범벅, 호박차, 호박떡, 중탕 등 기본 요리에서부터 호박양갱, 약과, 잼, 호박밀전병튀김 등 퓨전 요리까지 그 중용을 기다리고 있다.

늙은 호박씨는 머리를 좋게 하는 레시틴과 필수 아미노산이 풍부해 잘 말려두었다가 겨울철 영양 간식으로 좋다. 이집트 사람들은 변비 예방을 위해 호박씨를 씹어 먹었다. 호박씨는 촌충 등의 구충제로서도 세계적으로 널리 이용된다. 늙은 호박꼭지는 말려서 가루를 내어 벌꿀과 섞어 먹으면, 감기 예방은 물론, 고질적인 기침에도 효과가 있다. 역시 무엇이든 아낌없이 주는 호박이다.

또 호박은 민간요법에도 많이 쓰인다. 약용이 되는 부분이 줄기, 잎, 꽃, 꼭지, 과실, 종자 등 모든 부위이니 역시 가을철 천연 보약이라고 이를 만하다. 구충, 백일해, 독충에 찔렸을 때, 또는 디프테리아, 일사병 등에 효과가 있는 호박은 인슐린 분비를 도와주고 부기를 내려주어 당뇨병 치료식으로도 좋다.

시골 툇마루 한켠에 나몰라라 나뒹굴던 울퉁불퉁 늙은 호박에는 이렇게 훌륭한 재주들이 숨어있다. 이 정도 되면, 칙칙한 황갈색이나 과실 표면을 덮고 있는 하얀 분가루들이 한결 정겹다. 무엇이든 퍼주는, 쭈글쭈글해진 우리 할머니 손이 좋은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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