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이야기 신앙생활과 영성생활에 도움이 되는 좋은 글을 올려주시기 바랍니다.
을지로 입구역에서 생긴일... |
---|
[을지로 입구역에서 생긴일]
가톨릭회관에서 교육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었습니다. 신도림 방향의 전철 개찰구 앞에서, 한 행인이 개찰구 4개를 가로막은 채, 쓰러져 잠들어 있었습니다.
개찰구를 나오는 사람마다, 발에 그 사람이 혹시 채일까 매우 조심스러이 행동하여, 줄이 길게 밀리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 사람을 깨울까 생각하다가, 잠깐 깨우기야 하겠지만, 노숙자 같은 데, 일으킨 후의 대책이 전혀 생각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반대쪽의 표 파는 곳으로 가서, 역무원에게 이 사실을 알려, 역의 관리원이 이 문제를 해결하도록 했습니다.
’나는 왜 선뜻 그를 깨워 일으키고, 식사와 잠자리를 제공 못했을까?’
돌아오는 전철 안에서, 많은 성찰을 했습니다. ’착한 사마리아 사람’의 복음 내용도 생각이 났습니다. 알고도 실행을 못하는 제 모습이, ’열매맺지 못하는 무화과나무’ 같습니다.
무엇이 두려운지...
아직도 저는 복음서처럼 행하지 못합니다. 그저, 제게 아무런 귀찮은 일이 생기지 않도록, 관련있는 사람에게 알립니다.
3년 전 쯤인가 겨울에, 업무차 문래역에서 늦은 술자리를 가진 적이 있었습니다. 거나하게 취기가 올라올 때 쯤, 술자리를 마감했는데, 상대방에게 택시 잡아드리고 나니, 수중에 돈이 한 푼도 없었습니다.
술기운에 용감해 진 저는 집까지 걸어오기로 결정했습니다.
늦은 새벽, 집으로 걸어오는 길은 조용하고 나름대로 운치있었습니다.
큰 길에서 조금 접어들었을 무렵, 셔터내린 가게 앞에 쓰러져 있는 행인을 발견했습니다.
그 당시, 저는 술을 조금 마시면 매우 용감해졌으므로, 저는 바로 그 행인을 깨우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술에 많이 취하여, 전혀 거동이 없었습니다. 그대로 두면 동사라도 할 것 같은 생각에, 이리저리 방향을 틀어가며, 어떻게 업어라도 보려고 했습니다만, 만만치가 않아, 계속 시도만 하고 있었습니다.
그 때 길을 가던 다른 행인이 제게 소리를 칩니다. 길에 쓰러진 사람에게 지금 뭐하는 짓이냐고... 저는 바로 해명을 했지만, 그 행인도 약주가 과하여, 제 얘기를 전혀 못알아 듣습니다.
정신잃은 자에게서 지갑이라도 빼가는 줄 알았다는 그와 10 여분이나 실갱이 하다가, 결국은 순찰중인 경찰관이 와서야, 모든 일이 해결되었습니다.
그 후로는 길에서 쓰러진 사람을 만나면, 가까운 파출소로 연락하든지, 112번을 이용하여 위치를 알려주는 정도입니다.
제가 어떤 일을 경험하였든지, 다 지나간 일이고 변명일 뿐입니다. 지금 제가 어떻게 행하는지가 참 중요한 일입니다.
습관처럼 별일 아니게, 타인에게 인도해 주던 일이, 오늘따라 유난히 스스로 성찰을 하도록 만들었습니다만, 아직까지는... 저는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는 작은 군중일 뿐입니다.
[이재경 세자요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