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RE:35960] 이런 사제만 있었으면.. |
---|
가끔 종잡을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사제의 모습을 보곤 합니다. 제가 아는 30대 보좌신부님 중에는 갤로퍼를 몰고 다니는 신부님도 있고 입이 딱 벌어질 정도의 호화스런 할리 오토바이를 몰고 다니는 신부님도 있습니다. (오토바이 한대가 어지간한 승용차 값이랩니다.)
능력이 되면 못 할 게 뭐 있냐는 이야기.. 그 자체만 놓고 보면 자본주의 사회에서 지당한 이야기입니다. 물론 장하다고 할 일은 아니지만.
그리고 제 후배에게 들은 이야기 하나. 어느날 급한 일로 본당 보좌 신부님께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보냈댑니다. 그랬더니 답메시지가 왔댑니다. 후배가 그 메시지를 받고 갑자기 호기심이 동해서 또 문자를 보냈댑니다. "신부님. 지금 뭐 하세요?" 그랬더니 이 보좌신부님의 답문자 왈. "지금 고해성사 주는 중이다." 그러니까 신자는 밖에서 중얼중얼 고해성사를 보고 있는데 그 신부님은 고해소 안에서 열심히 문자메시지를 날리고 있었던 겁니다. 그 이야기를 해주는 후배나 듣는 저나 종국엔 쓴웃음을 웃고 말았습니다. 그래도 신자들의 고해를 들을 건 다 들었다고 한다면 할 말은 없습니다.
근데 이런 모습이 전부가 아닙니다. 제가 아는 신부님 중엔 서품받으신지 10년 가까이 되셨는데. 홀홀단신 먼 이국 땅으로 가셔서 살인적인 더위와 싸우며 빈민과 부랑자들의 임종 후 염을 하시며 봉사하는 신부님도 계십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나는 이렇게 못 살겠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제도 인간이다. 신자인 우리가 사제의 허물을 감싸야지 누가 감싸겠냐. 그래도 못 사는 사제가 잘 사는 신자보다 낫다. 참 많은 말들이 나옵니다. 아마 10명의 사제가 있다면 그 10명의 모습, 언행, 삶이 모두 각각일 겁니다.
그러니 더 말하면 뭐합니까. 훌륭한 사제들의 모습만 기억하는 것이 속이 편한 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