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첫 회칙 “하느님은 사랑이시다” 가 우리에게 주는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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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교구홍보실 [commu] 쪽지 캡슐

2006-01-31 ㅣ No.99

 

교황 첫 회칙 “하느님은 사랑이시다” 가 주는 의미


                                                   천주교 서울대교구 홍보실장  허영엽 신부


 베네딕도 16세 교황이 드디어 첫 회칙을 발표했다. 가톨릭교회에서는 공식적 사목교서를 ‘회칙(Encyclical)’이라 부르는데 교황이 중요한 교리나 규율의 문제를 다루고자 할 때 발표된다. 보통 교황의 첫 회칙은 그 교황의 스타일을 잘 보여준다고 한다. 이번 교황이 내린 첫 회칙에 대한 교회 안팎의 반응 중에는 매우 일반적이고 보편적이라는 반응이 적지 않다. 이것은 교황이 시대에 맞는 문제에 대해 따끔하게 일침을 가해야 하지 않는가라는 의문에서 비롯된 것이다.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Deus Caritas Est)” 

한마디로  회칙의 주제, 내용이 너무나  평범한 것이고 새로운 것이 없어 보인다. 일부 사람들은 실망했다는 말도 한다.  그러나 평범함 속에 진리가 있다. 회칙에서 교황은 오늘날 사랑이라는 말이 너무 왜곡되어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인간의 탐욕 때문에 종교에서 조차 사랑의 이름으로 공격과 반목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를 사랑하신, 살아 계신 하느님이 절실하게 필요하다는 것이다.


교황 베네딕도 16세는 “교회가 과부와 병자, 고아를 보살피는 것은 성찬식에 참여하고 복음을 전파하는 것만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교회의 봉사 활동은 교회의 영적 소명으로부터 나오는 것이고 결코 사회사업을 선교에 이용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이는 우리가 분명히 조심하고 기억해야 할 부분이다. 교황은 “순수하게 아낌없이 주는 사랑이야말로 우리가 하느님을 믿는다는 가장 좋은 증거”라고 설명했다. 말은 쉽지만 실천은 결코 쉽지 않은 부분이다. 그러나 우리는 목적이 있는 사랑은 이미 사랑의 순수함을 잃을 가능성이 많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또한 교황은 이례적으로 남녀 간의 사랑(에로스)과 예수의 사랑으로 대표되는 조건 없고 헌신적인 사랑(아가페)의 결합을 강조했다. 그는 “결혼을 통해 자신에 대한 사랑이 다른 사람에 대한 사랑으로 바뀌면서 두 가지 사랑이 하나가 된다”고 말했다. 에로스가 예수님의 사랑과 별개의 개념이라는 사람들의 잘못된 생각을 바로잡아 주기 위해 교황은 특별히 사랑의 의미를 기본적이고 원칙적으로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교황 베네딕도 16세의 가르침은 매우 지당하지만 너무 당연한 가르침이다. 그리스도교인은 물론 모든 이들은 이 당연한 가르침을 교황이 왜 회칙으로 선포했을까에 대한 이유를 곱씹어봐야 한다.  너무나 일반적이고 당연한 것이 일반적이고 당연하지 않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것이 오늘날 모든 불행의 씨앗이다. 사랑도 마찬가지다. 매일같이 사랑을 운운하지만 진정한 사랑의 체험과 삶은 점점 멀어지는 느낌이 드는 것은 왜일까.  


 교황은 해묵은 주제처럼 느껴지는 사랑에 관해 논하고 있지만 현재 우리 시대의 가장 중요한 주제를 다루고 있는 것이다. 순수한 사랑을 체험하지 못하는 이가 과연 하느님의 뜻을 올바르게 알 수 있을까. 회칙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의 제목을 “사랑이 하느님이십니다.” “인간의 사랑 안에 하느님이 계십니다.”라고도 바꾸어 보는 것은 너무 심한 생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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