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30일 (일)
(녹) 연중 제13주일(교황 주일) 소녀야, 내가 너에게 말한다. 일어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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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꽃보다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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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혜 [sharptjfwl] 쪽지 캡슐

2002-08-19 ㅣ No.7023

 

 

사람은 꽃보다 아름답습니다

 

그는 어린 나이에 고아가 되었다. 어느 한 사람 의지할 데 없이 거친 세상에서 시린 발목으로 고통의 구석구석을 헤매다 결국 죄를 짓고 이곳 교도소로 온 것이다. 그의 생활은 좌절과 절망 그리고 불신으로 미래가 없는 나날이었다. 사소한 일에도 시비를 걸고 싸움을 일삼았다. 자해도 서슴지 않으며 관규를 밥먹듯 위반했다. 자연 그는 문제수로 찍혀 징벌방을 시계추처럼 드나들었다.

 

내가 그의 담당 교도관일 때 일이다. 좁은 방에 여러 사람이 함께 지내는데 어찌 몸이 부딪치지 않을 수 있겠는가. 하지만 그는 나이 많은 동료가 팔꿈치로 가슴을 쳤다면서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퍼부으며 금방이라도 주먹을 휘두를 태세였다. 내가 말리자 그는 눈을 부릅뜨더니 포악한 성질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화가 끓어올랐지만 교도관이라는 직분 때문에 꾹 참고 그를 타일렀다. 하지만 쇠구에 경 읽기였다. "설교를 하려면 예배당에서 하고, 교육을 하려면 자식들에게나 시키시오"라며 나를 비웃을 뿐이었다.

 

오기로라도 꼭 그의 버릇을 고치겠다는 생각에 이튿날 난 화원에서 플라스틱 화분에 담긴 조그마한 팬지 한 포기를 가져왔다. "자, 꽃이 필 때까지 잘 키워요." 하지만 그는 화분을 받자마자 던져 버렸고 나는 다시 심어 주었다. 하루에도 볓번씩 주면 던지고, 던지면 다시 주는 일이 계속되자 결국 그도 나의 끈질긴 인내심에 손을 들었다.

 

"내가 이 꽃을 길러 꽃을 피우면 내게 무엇을 해 주게쏘?" 조금이나마 돌아선 그의 마음이 무척 반가웠던 나는 위법이 안되는 것이라면 뭐든지 해 주겠노라 했다. 그는 "편지 주고받을 여자친구나 소개해 주십시오"라고 말했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뒤 그는 정말 꽃을 열심히 돌보았다. 그리고 팬지꽃이 활짝 피었을 때 핀 것은 꽃뿐만이 아니었다. 그의 포악한 성격과 거친 행동이 놀랄만큼 온순해지고 말씨도 부드러워진 것이다. 나는 약속대로 마음씨 고운 여성을 그에게 소개했다. 그녀로 인해 종교에 귀의한 그는 지금 모범수가 되어 옛날의 자기 같은 문제수를 격려하고 돌보는 사람으로 탈바꿈하였다.

 

나는 그의 변화를 보며 사람이 변화되는 것은 물리적인 힘도, 경제적 도움도, 기적도 아닌 오직 사랑의 힘이라는 걸 깨달았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운 이유는 꽃은 사랑을 받을 줄만 알지만, 사람은 사랑을 줄줄 알고 반성하며 변화하기 때문이 아닐까.

 

-김봉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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