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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절이면 찾아 오시는 할머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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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동해안 삼척 성내동 주임 신부로 온것은 2000년 2월이었다. 그 해 부활절 낮 미사 후에 60세 중반으로 보이는 처음 뵙는 한 할머니가 나를 찾아 오셨다. 할머니는 편지 한통을 내놓으며 대략 이런 내용의 말슴을 해 주셨다. 옛날 저 하얀 건물이 요셉 병원이었을 때 일이지요. 그때가 한 30년이 훨씬 전의 일 입니다만 그때는 의료 보험도 안되던 시절입니다,그런데 요셉 벙원의 약값은 엄청쌌 읍니다. 그 날 저는 몸이 아파 몹시 괴로워 하는 제 어린 자식을 안고 병원을 찾았읍니다, 의사 선생님의 진찰을 받고 약국에서 약을 타야 하는데 그만 약값이 모자랐읍니다. 사정을 했지요. 약을 주시면 나중에 갖다 드리겠다고요. 그런데 약국의 수녀님 말슴 은 그게 아니었읍니다. "할머니 걱정하지 마세요. 약값은 그것으로 됐구요. 아기가 별 탈없이 무럭무럭 자라면되는거예요" 그러면서 수녀님은 제 어깨를 짚어주고 아기의 볼을 어루만져 주셨지요. 너무도 고마웠 읍니다. 눈물이 주르륵 볼을 타고 흘러 내렸읍니다. 약을 두고 가서 돈을 가져 오라고 할 수도 있었읍니다. 그 후에도 아기가 아플 때면 병원을 찾았고 내 아들은 지금 훌륭히 자라 가정을 꾸미고 아이도 있읍니다. 그런데 요셉 병원에서는 그때 부족했던 돈을 끝내 받지를 않았읍니다. 나중에 돈 많이많이 벌어서 좋은 일에 쓰시라면서요. 할머니는 대충의 설명이 끝난 후 도툼한 봉투를 내어 놓았다. 돈이었다. 언제고 여유가 생기면 병원을 찾아 그때 그 수녀님도 만나고 의사 선생님도 만나서 인사 를 드릴려고 했는데 어언 30년이 흘렀다고 하였다. 지금은 그 병원건물이 2층은 교리실로 사용되고 3층에는 사제관이 자리잡고 있다. 그리고 맨 아래층은 장애인 주간 보호소가 자리잡고 있다. 할머니께서 비록 수녀님도 의사 선생님도 만나지는 못했지만 주신 돈은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쓰기로 하고 받았었다. 그런데 그 할머니께서 그 다음 해에 다시 찾아 오셨고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쓰라시며 금 일봉도 내 놓으셨다. 그리고 그 다음 해도 찾아 오시더니 금년 부활절에는 금 일봉말고도 계란을 한바구니나 되게 삶아 가지고 오셨다. 버ㅡ스로 한시간이 넘게 걸리는 울진에서 삼척 까지 그 먼길을 말이다. 부활 교중 미사의 공지 시간에 이 이야기를 신자들에게 들려주고 할머니를 소개 시켜 드릴려고 할머니를 찾았으나 이미 떠나고 안계셨다. 할머니의 이름은 심 계순이시다. 두고두고 감사하는 삶을 사시는 할머니가 정말 부럽고 그런 할머니를 보내 주신 하느님이 정말 감사롭다. 내년 부활절에도 건강하시고 기쁨과 감사로 가득차신 할머니를 뵙게되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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