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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Re:궁금하신가요.. 알고 나면 편하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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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팬 [221.149.171.*]

2005-04-05 ㅣ No.3357

푸르름님.. 요즘 마음이 많이 불편하시겠어요...

열심히 살아보려 하지만 뒤돌아 보면 모두가 무거운 짐진 가족들 뿐이고,

앞을 내다 보아도 모든 것이 희미한 안개 속을 걷는 것만 같고..

 

그러한 아픔과 고통을 단지 여기에 기록하는 몇 마디 말로 위로나 도움이 될 수 있을지..

상당히 조심스럽습니다.

더구나 남편께서는 오랜 시간동안 냉담하고 계시다니..

바로 눈 앞에 닥쳐오는 어려운 경제만으로도 힘들고 머리가 복잡한데..

 

푸르름님..

남자들은(물론 자매님들의 경우도 그러할 수 있겠지만) 성당에서 신앙생활을 할 때, 경제적인 여유가

있어야 사실 원만하게 활동하게 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습니다.

단체활동 하다보면 사소한 것이라도 씀씀이가 많아지거든요.. 그런데 경제적으로 좀 어렵다 보면

그러한 소비가 동반되는 모임에는 잘 안나가게 될 수 있겠지요.. 물론 모든 단체에서 이러한 소비가

꼭 동반되는 것은 아니지만, 모처럼 모여서 기도하고 서로의 신앙적 삶에 대해서도 함께하다 보면

사소하게 푼돈 들어가는 경우가 많이 있을 수 있습니다(2차 모임, 교통비, 회비 등).

그러다 보면 애정을 붙일 곳도 없고 자연히 성당을 멀리하게 될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푸르름님..

여러가지 이유와 원인이 있겠지만, 지금 너무 성당을 나가도록 강요하는 것은 오히려 남편에게

큰 심리적 위압감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성당을 사람보고 나가느냐, 돈보고 나가느냐.. 하실 수 있겠지만, 지금은 남편의 입장을

이해해 주시도록 하는 것이 더 필요할 것 같습니다.

 

어찌보면 남편께서는 그 만큼 푸르름님과 가족들을 사랑하고 계신다는 확실한 증거일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너무 고민하지 않으셔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다만, 성당을 너무 강요하시거나 단체의 활동을 권유하거나 하는 등에 대해서는 너무 언급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히려 당분간은 조용한 시간에 함께 미사만 참례하고 오시는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남편께서는 어렵게 세례까지 받았는데도 불구하고, 가정 경제마저 더 나아지지 않는 것에 대해

어쩌면 하느님을 원망하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너무 신앙에 대한 중압감을 주지 않도록 잘 배려해 주심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냉담이 깊고 길어지면 그대로 놔두시기 바랍니다.

우리는 대부분 냉담의 끝에서 다시 성당으로 발길을 돌려 본 경험이 있을 겁니다.

이토록 하느님의 섭리란 정말 오묘하십니다

.

가출도 해 본 사람이 가정의 소중함을 알 수 있듯이, 분명 멀지 않은 시간에 주 하느님께서는

반드시 성당으로 남편을 초대하실 것입니다. 조금만 기다리시기 바랍니다.

모든 것이 원망스러울 수 있는 남편에게 심리적인 편안함과 안정을 베풀어 주심이 좋을 듯 합니다.

 

그리고 가급적 말다툼도 자제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신앙도 경제도 어려운 남편에게 푸르름님마저 몰아 부친다면 가히 남편의 설자리는 어디이겠습니까..

 

신앙의 기본은 가족의 사랑이라고 하잖아요..

특히 신앙의 권유로 인해 말다툼하는 일이 없도록 푸르름님의 넓은 배려가 더욱 필요한 때인 것

같습니다.

 

사랑하는 남편에게 힘을 실어 주세요..

 

그리고 푸르름님..

성경에 이런 구절이 있어요..

"길가에 피어있는 풀 한포기 꽃잎 한송이도 그냥 그 자리에 피어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라는..

제가 특히 좋아하는 구절이기도 하답니다. 왜냐하면..

 

저 역시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제 뜻대로 되지 않은 것들이 참 많답니다. 아니 어쩌면 저의 뜻대로

되지 않은 것이 더 많을 거예요.. 아무리 기도를 해도 이루어지지도 않고.. 해 봐도 소용없는 듯....

 

하느님은 과연 나에게 어떤 존재인지..

어떤 전지전능한 능력을 갖고 계신지..

왜 그토록 대답도 없이 묵묵히 보고만 계신지..

살다 살다 죽을 지경이 되어도 그렇게만 계실 건지..

 

저도 이런 생각 많이 한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지금까지 성경책을 두 번 집어 던진 적이 있습니다.

하느님의 실체를 부인했던 것이죠..

신앙이 힘이 되지 못하고 오히려 짐이 되고, 또 실망이 되어 버린 순간이었죠..

왜 나에게 이토록 무거운 짐을, 피를 토하는 십자가를 지우실까..

그 분의 의도는 진정 무엇일까...

왜 나를 이토록 비참하고 죽음의 직전까지 몰아 가는 것일까...

 

하지만..

분명한 것 한 가지는...

내가 흘리는 고통과 피눈물 그 이상의 고통과 피눈물을 지금 그 분도 함께 흘리고 계신다는 것입니다.

그럼 왜 그것을 거두지 못하는 것일까요.. 더구나 전지전능하시다는 그 분이거늘...

 

바로..

아직 그 때가 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나보다 더 가혹하게 사는 사람이 또 어디 있다고 그런 말을 하는가.... 하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주 예수 그리스도는 바로 푸르름님을 선택하신 것 같아 보입니다. 부럽네요...

지금의 고통을 고통 자체로만 본다면 그 것 만큼 괴롭고 비참한 것이 없겠지요..

그러나 지금의 푸르름님에게 가해지는 삶의 혹독함은 바로 님을 진정한 사랑의 도구로 쓰시기 위한

예수 그리스도의 미래 의지임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예수 그리스도는 지금의 푸르름님에게 그 때를 허락하시기 위한 과정의 길을 걷게 하시는 것 같습니다.

 

꼭 1년 전에 상영되었던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 혹시 보셨나요..

그 영화 중에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나는 부분이 있답니다.

예수 그리스도가 로마병사의 채찍질에 피를 흘리며 무거운 십자가를 지고 골고타 언덕을 오르실 때,

어머니 성모 마리아가 젖은 물수건을 들고 예수님의 곁으로 다가갔습니다..

그 때의 예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지요..

 

"보십시오, 나의 어머니여.. 제가 세상을 새롭게 하나이다.."

 

예수 그리스도.. 진정 하느님의 아들일진대, 왜 하느님은 그 분에게 그토록 처참한 고통을 주셨으며,

결국 십자가에 못박혀 돌아가시게 하셨는가.. 전지전능한 하느님은 왜 당신의 아들마저 살리지 않으셨는가..

 

우리는 부활신앙을 믿고 살아 갑니다.

우리들에게 처해진 현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계시는 하느님이십니다..

이를 악물고 지금의 십자가를 지고 가셔야 합니다.

지금의 우리들은 살아서의 "부활"을 믿고 있습니다.

 

푸르름님이 포기하지 않는 한 예수 그리스도 역시 님을 포기하지 않습니다.

죽고 싶을 만큼의 고통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결국 자신의 모든 것을 포기하려 할 때, 예수님은 우리 앞에 언제나 계심이 눈에 보이게 됩니다.

절대 자포자기 하지 마십시오. 그것은 하느님의 사랑에 대한 배신(배반)이 됩니다.

 

배추김치 담글 때, 양념을 하기 전에 소금에 먼저 절이는 이유를 아십니까..

바로 배추를 죽이기 위해서라고 하는군요.. 소금에 절여진 배추의 거만하고 딱딱한 속이 부드러워져야

양념을 잘 흡수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정말 힘드신 푸르름님에게 단지 몇 마디 말로서 힘과 용기가 될 수는 없을 겁니다.

저는 님에게 힘과 용기를 심어 주기 위해 이상의 글을 기록한 것이 아닙니다.

바로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과 그 분의 말씀 원리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함입니다.

물론 너무나 부족한 나 자신이기에 이렇게 말씀 드리고 있음이 오히려 죄송스럽게 느껴지기도 하답니다.

 

마지막으로..

주위에 비슷한 입장이나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만나보면 조금은 삶에 위로가 될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진정한 십자가의 길은..

외롭고 쓸쓸한, 그래서 더욱 고독한 삶의 여정인 것 같습니다.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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