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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들의 제비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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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선 [osspaolo] 쪽지 캡슐

2002-05-13 ㅣ No.3680

나는 어릴 때부터 뽑기 같은 것을 하면

한번도 당첨되는 적이 없었다.

늘 기대만 컷었지 나중엔 결국 실망하는 것이 태반이었다.

 

살아오면서

인생은 결국 ’선택’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결국 늘 우리는 제비를 뽑으면서

이렇게 해야할까 아니면 저렇게 해야할까를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도 글을 쓸 것인가 아니면 내일을 위해 그냥 자야 할 것인가 망설이다가 글을 쓰기로 작정하였으니, 결국 제비를 이것으로 뽑은 것이리라.

 

마티아 사도는 제비뽑기를 통해 사도가 된 인물이다.

오늘날 우리는 각종 선출을 위해 투표를 하게 되는데

대부분 다수의 득표자를 당선자로 뽑는다.

그런데 사도들을 뽑는데는 그런 방식으로 뽑지 않는다는 것이 묘하다.

12사도는 사실상 임명제로 뽑힌 것이다.

예수님께서 밤새 기도하시고 나서 결정을 내린 것이다.

오늘 복음에서도 예수님은 당당히

<너희가 나를 뽑은 것이 아니라, 내가 너희를 뽑은 것이다.>고 말씀하신다. 예수님의 권위는 워낙 막강한 신적인 권위였으니 임명제가 당연한 듯이 받아들여질 수 있다.

그런데 이제 사도들이 모여서는 비밀투표나 여론수렴을 통한 투표가 아니라, 제비뽑기라는 특별한 방법을 취하는 것이다.

 

가령

차기 대통령을 노무현씨와 이회창씨 둘을 놓고 투표를 하는 것이 아니라 제비뽑기 내지는 가위 바위 보로 그냥 선출하면 어떨까???

실제로 국민들 입장에서는 누가 되든지 지지율이 30-40%로 당선되기에 결론이 어떻게 나든 큰 차이가 없을 지도 모른다. 엄청난 경제적 비용과 국론 분열 과정을 거침 없이 둘 중에 하나를 제비로 뽑았으면 하는 개인적인 바램도 가져본다...

 

사도들의 제비뽑기의 의미는 무엇일까?

무엇보다도 우리의 뜻이 아니라 하느님의 뜻에 내어맡기자는 것이다. 우리는 이 사람이 내 마음에 든다, 저 사람이 마음에 든다 생각하며 옥신각신 하지만 하느님께서 어떤 뜻을 가지고 계신지 내어맡기고 그 뜻에 순응하자는 의미일게다.

 

성 프란치스코에게도 이 <사도들의 제비뽑기> 일화가 있다. 프란치스코는 회개 초기에 하느님께서 자신에게 어떻게 살아야할지를 복음말씀을 통해서 깨닫게 해주셨고 그 길을 열심히 살아가고자 하였다. 그러던 중에 두 형제가 찾아와서 함께 살고 싶다고 간청하였다. 이에 프란치스코는 하느님의 뜻을 식별하기 위해 조그만 성당으로 가서

당시 하느님의 뜻을 찾는 대중신심의 하나인 이 <사도들의 제비뽑기>를 하였다는 것이다. 내용인즉, 복음서를 세번 펼쳐서 나오는 말씀들을 하느님의 뜻으로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세번 모두 예수님을 따르기 위해서는 어떠한 자세를 지녀야 하는지에 대한 복음 구절들을 접하고 이것이 바로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계시하신 회칙이라고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우리 인생 여정을 걸으면서 오늘도 우리는 두 갈래 길에서 선택을 내려야 한다. 이 길로 갈까, 아니면 저 길로 갈까?  

무식한 방법으로 손바닥에 침을 뱉고 손으로 쳐서 침이 튀는 방향이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길이라고 그냥 소박하게 믿으면 안될까? 그 길이 악이 아니라면 말이다...

 

때론 <장고 끝에 악수>라고 우리의 생각과 의지가 너무 지나쳐서 오히려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그 길을 못 걸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 사주팔자, 점을 보는 사업들이 날로 번창하고 있다고 한다. 세상이 복잡해 질수록 이제 사람들은 오히려 단순하고 소박한 해답을 찾고 있는 것은 아닐까?

 

기성 종교인들이 이게 옳으니, 저게 옳으니 말싸움만 벌이고 서로 미워하고 싸우고 심지어 전쟁까지 하게 되니 기성 종교는 현대인들에게 더이상 매력을 못주게 되는 것은 아닐까?

 

형제들이여!

보다 단순해 지도록 합시다.

그냥 사랑하는 마음으로

이 길이든, 저 길이든 물 흐르듯이 그렇게 가봅시다.

우리의 인도자요 협조자이신 성령께서 우리와 함께 계시는데 설마 나쁜 길로야 이끄시겠소...

 

오, 하느님!

<똑똑하다는 사람들을 내치시고 단순한 이들에게서

당신 뜻을 밝히 드러내 주시니, 감사하나이다...>

주님께서 하신 기도가 아니던가???

 

오늘

그대가 뽑는 제비가

욕심을 갖고 뽑는 제비라면

분명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오...

오늘

그대가 선택하는 제비가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사심을 버리고 선택한다면

그것이 바로 하느님께서 그대에게 주시는 행운이 될 것이오.

그때 비로소 그대는 마티아와도 같이

사도로 불리움 받게 될 것이란 말이지요.

그때 비로소 그대는

<그대가 나를 택한 것이 아니라, 내가 그대를 선택했노라> 하신 주님의 말씀을 이해하게 될 것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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