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상담 신앙상담 게시판은 비공개 게시판으로 닉네임을 사용실 수 있습니다. 댓글의 경우는 실명이 표기됩니다.

q 신앙의 깊이는 느낌의 깊이와는 다릅니다.

인쇄

비공개 []

1999-03-03 ㅣ No.91

+ 찬미예수 글을 보니 청년성서 모임 연수에 여러번 다녀오신 분 같군요. 반가운 마음에서 답장을 씁니다. 평화의 인사에서 아무 느낌이 없어서 너무 힘들었다고요? 성서 연수에 비교적 "깊숙히" 간여한 사람으로서 그 심정을 충분히 이해합니다. 남들은 뭔가 가슴에 뜨거운 것을 느끼고 눈물 콧물 흘리며 야단인데, 나 혼자 아무 느낌도 없이 맹숭맹숭 홀로 남아 있는 외로운 처지. 마치 혼자만 죄인 같고, 버림 받은 것 같고 그렇겠지요. 하지만. 신앙에서는 느낌이 전부는 아닙니다. 하느님이 나를 사랑하신다는 느낌이 있으면 물론 좋지요. 그러나 그 느낌 없이도 얼마든지 신앙은 가능하고 또 가능해야 합니다. 느낌이 없다고 실망하지 말고 먼저 하느님께 사랑 고백을 하세요."하느님, 저는 당신의 사랑을 느끼려고 노력도 해보았습니다, 잘 안됩니다. 하지만 저는 당신을 사랑합니다"하고요.진하고 뜨거운 감정을 느끼고 "하느님 사랑해요"하고 고백하기는 쉽습니다. 그러나 그런 느낌없이 "하느님 그래도 전 당신을 사랑합니다"고 고백하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지요. 아무튼 자주 마음 속으로 "하느님 당신을 사랑합니다"는 고백을 자주 하시기 바랍니다. 하느님 사랑의 느낌과 감정에 너무 매달리는 것도 사실 좋지는 않습니다. 이런 얘기를 들은 적이 있어요. 아이를 못 낳는 부부가 아이를 낳으려고 너무 집착하기에 오히려 애를 못 낳는대요. 입양이라도 해서 애를 낳으려는 열망이 조금 수그러들면 그제서야 임신이 돼서 아이를 낳는 경우가 종종 있답니다. 하느님 체험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내 쪽에서 너무 애를 쓰면 오히려 그 체험이 주어지지 않는 경우가 있지요. 하느님 체험은 하느님의 선물입니다. 우리가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지요. 하느님이 주시면 고맙게 받고 없으면 그냥 담담하게 견디는 것, 그것이 정말 성숙한 신앙이 아닐까요? 2차 대전 중 어떤 유다인이 죽음을 앞두고 이런 기도를 벽에 써 놓았답니다. "태양이 비치지 않을 적에도 태양을 믿노라. 사랑이 느껴지지 않을 적에도 사랑을 믿노라. 하느님이 보이지 않을 적에도 하느님을 믿노라" 느낌과 감정에 연연하는 신앙에서 그것 없이도 충실하게 하느님께 사랑을 고백하는 신앙, 그게 정말 진국, 진짜 신앙이 아닐까요? 저 역시 그런 신앙을 향해 가는 사람들 중의 하나랍니다. 무엇보다도 하루에 시간을 정해두고 규칙적으로 기도해보세요. 감정과 느낌을 얻으려고 연연하지는 말고요. 주시면 좋고 안 주셔도 괜찮다는여유작작한 마음으로 그냥 하느님 앞에서 머문다는 마음으로 기도를 해보세요. 무엇보다도 꾸준히.예수님이 그러셨지요? 너희는 악하면서도 자식에게는 좋은 것을 줄줄 알거늘, 하물며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서야 너희에게 더 좋은 것을 주시지 않겠느냐(마태 7,11). 불란서의 루르드는 성모님이 발현하신 곳으로서 불치병 환자들이 와서 치유를 받는 기적이 종종 일어나는 곳입니다. 그런데 기적이 일어나는 경우를 보면 대개 남을 위해서 기도하는 순간에 그렇게 된답니다. 자기 병의 치유를 위해서 왔다가 자기보다 더 심한 환자들 보고서는 딱한 마음이 들어 저 사람을 낫게 해주십시요 하고 기도하는 순간, 그 자신의 병이 치유된답니다. 하느님 체험과 느낌이 없다고 안타까와 하지 말고 하느님을 아예 모르고 막 살거나, 절망에 처한 사람들을 위해서 기도한다면, 그것이 바로 기적을 낳은 씨앗이 될지 누가 압니까? 강론조의 글이 됐지요? '건투'를 빕니다.

170 0댓글쓰기

신고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