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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성직자들의 수호자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 순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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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umbrella] 쪽지 캡슐

2021-07-04 ㅣ No.148072

사제 모임이 있어서 길을 떠났습니다. 하늘의 구름도 보고, 푸른 산도 보았습니다. 신부님들을 만난다는 기쁨이 있어서인지 가는 길이 즐거웠습니다. 내비게이션이 있기에 아무런 걱정 없이 갔습니다. 이제 다리를 건너면 곧 목적지였습니다. 그런데 다리가 공사 중이었습니다. 순간 난감했습니다. 차분하게 검색하면 좋을 것인데 성격이 급해서 그냥 방향을 바꾸었습니다. 그런데 착한 내비게이션은 30분 후에 같은 다리 앞으로 안내하였습니다. 약속 시간은 가까워지는데 방법이 생각나지 않았습니다. 하늘의 구름도 보이지 않고, 푸른 숲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번에는 다리를 막고 일하는 사람에게 다른 길이 있는지 물어 보았습니다. 그랬더니 친절하게 다른 다리를 안내 해 주었습니다. 예전에는 지도를 가지고 다녔습니다. 그때는 다리가 막혔어도 길을 잘 찾아 다녔습니다. 지도에는 다른 길이 보였기 때문입니다. 요즘은 내비게이션을 보고 다니기 때문에 이런 돌발 상황에서는 길을 찾는 것이 더 어려워졌습니다.

 

요즘 가톨릭평화신문에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과 최양업 토마스 신부님의 이야기가 연재되고 있습니다. 15살 어린 나이에 사제가 되기 위해서 먼 길을 떠났습니다. 내비게이션도 없고, 지도도 없고, 차량도 없었습니다. 조선에서 중국을 거쳐 마카오까지 가야 했습니다. 추운 겨울에 강을 건넜고, 만주벌판을 지났습니다. 누가 두 신학생의 길을 밝혀 주었는지 생각해 봅니다. 하느님께서는 어린 사무엘을 불러주셨습니다. 어린 사무엘은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고 라고 응답하였습니다. 사무엘은 어린 다윗에게 기름을 발라 주었습니다. 다윗은 이스라엘의 왕이 되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나자렛의 여인 마리아를 천사 가브리엘을 통해서 부르셨습니다. 마리아는 이 몸은 주님의 종이오니 그대로 이루어지소서.’라고 응답하였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어린 김대건 안드레아와 최양업 토마스의 길을 지켜 주셨습니다. 한분은 최초의 사제요, 순교자가 되었습니다. 다른 한분은 조선 팔도의 착한 목자가 되었습니다.

 

한 교우와 대화를 나누던 중에 이런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신부님들은 결혼하지 않아서 그렇지 직업으로 치면 정말 좋은 직업입니다. 존경받지요, 먹고 살 걱정하지 않지요, 여행도 편하게 다니지요.” 저는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세상 사람들의 눈에, 신자들의 눈에 사제들이 어떤 모습으로 보이는가 생각을 했습니다. 단적인 예지만, 사제들이 겸손하지 못했음을 반성합니다. 사제들이 가난하게 살지 못했음을 반성합니다. 사제들이 자신들의 직무에 헌신하지 못했음을 반성합니다. 순교의 삶을 살지 못했음을 반성합니다. 사제들이 가야 할 길을 가지 못하였기 때문입니다.

 

오늘 우리의 모습을 봅니다. “주일날 성당에 못 나올 일이 많아지고, 바쁜 사회의 일로 기도 시간은 늘 뒤로 미루어지고, 미사 시간에 늦기도 하고, 신부님의 강론 시간에는 주보를 보거나, 자거나, 딴생각하고, 신부님의 강복이 있기도 전에 무엇이 그리 바쁜지 일어나야 하고, 용하다는 점쟁이, 철학관, 무슨 도령이라는 곳에 가서 자신의 앞날을 알아보고 싶고, 실제로 가서 복채도 내고, 교회에서 하는 일에는 바쁘다는 핑계로 뒤로 빠지고, 양심을 속이면서도 부끄러워하지 않는 모습들이 있습니다.” 목숨 바쳐 지킨 신앙의 선조들이 보시면 하도 기가 막혀서 말도 안 나올 행동을 우리는 너무도 쉽게 하지는 않나 생각해봅니다.

 

지금도 편안하고 쉬운 길보다는 어렵고 힘든 길 그러나 보람되고 가치 있는 삶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 길은 때로 참을 수 없는 고통과 시련을 줍니다. 하지만 그 고통과 시련을 통해서 인내를 배우고 그 인내는 시련을 이겨내는 끈기를 키워주고 그러한 끈기는 영원한 삶을 갈망하는 희망을 낳습니다. 또한, 그 희망은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습니다. 우리가 받은 성령께서 우리의 마음속에 하느님의 사랑을 부어 주셨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과 최양업 토마스 신부님께서 걸어가신 신앙의 길, 희생의 길, 순교의 길을 끝까지 따라가야 하겠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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