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30일 (일)
(녹) 연중 제13주일(교황 주일) 소녀야, 내가 너에게 말한다. 일어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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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에야 비로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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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형 [largo7a] 쪽지 캡슐

2001-07-20 ㅣ No.4160

오늘 올리는 글은 내가 중학교 일학년 때 체험하였던,삶과 죽음이 교차하였던 순간과 연관되는 얘기이다.

내 삶의 일기에 적힌 모든 글들과 마찬가지로 내 기억력이 찾아내는 과거를  정성들여 옮겨 보았다.

 

오늘에야 비로소

 

푸른 하늘에 하얀 솜털 구름이 흘러가고 있었다.

한 줄기의 바람이 남천강 상류의 수면(水面)을 스치고 지나갔다.

강변 모래사장에 맞닿은 솔밭(松田)에 드리운 솔 그늘과 오가는 강바람이 한여름의 더위를

식혀 주고 있었다.

강 건너편 금빛 모래밭을 지나면 내 친구 형님이 복숭아와 사과를 재배하는 과수원이 있었

다. 여름 방학 동안 중학교 1학년인 내 친구는 형님의 과수원 일을 거들고 있었다.

친구 "정시"는 나에게 과수원에 놀러 오라고 초청을 하였다.

나는 여니 때와 마찬가지로  하동(河童)들이 헤엄쳐 건너는 강 길을 따라 헤엄쳐 나갔다.

강폭은 약 80미터밖에 밖에 되지 않았고, 어릴 때부터 여름철이면 우리들의 유일한 놀이터

가 되어 주었던  강(江)이었다. 그 여름날 오후 친구도 없이 혼자서 강을 건너고 있었다.  

나는 강폭의 반쯤 되는 물 속을 헤엄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호흡이 가빠지며 온 몸에 기운이 빠지기 시작하였다.

더 이상 헤엄을 칠 기력이 없었다,

힘이 빠진 나는 강물을 몇 모금 마셨다.

이젠 죽는구나, 하는 무서움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그 다음 순간 마치 빛의 속도 보다 더 빠른 속도로 부모님 얼굴, 사랑하는 분들의 모습, 어

린 시절의 추억과 그 순간까지의 내 삶에 연결되었던 모든 추억들이 마치 한편의 영화필름

처럼 빛의 속도기준이나 어떤 속도관념으로도 감히 측정할 수 없는 더 빠른 속도감으로 내

머리를 스치며 지나갔다. 이러한 현상은 이미 죽음을 맞이한 영혼이 지워지지 않는  과거를  

회상하는 죽음에 이르는 하나의 피할 수 없는 현상이었던 것이다. 때문에 그 순간 내 머리

와 육신은  이미 죽음을 맞이하고 있었던 것이다.

 

물속에서 허우적거리는 나의 숨가쁜 광경을 쳐다보고 있던 한 남자아이가 있었다.

그 아이는 수구를 가지고 물놀이를 하고 있었다.

그 아이는 나를 향하여 그 수구를 힘껏 던져 주었다.

그 수구는 내 눈앞 1미터 물위에 떠있었다.

나는 사력을 다하여 그 수구를 두 손으로 잡았다.

그제야 수영을 하던 사람들이 수구에 메 달려 축 늘어진  나를 강가로 밀고 나갔다.

그 아이가 죽음 직전의 나를 살린 것이었다.

나를 구조해주었던 , 그 남자아이의 얼굴을 지금 이 순간에도 생생히 기억한다.

나는 그 해 여름이후 강물을 보면 두려웠다.

그 날 이후로 그 좋아했던 민물낚시와 수영은 먼 추억으로만 남게 되었다.

 

 

이제까지 살아오면서 나에게 수구를 던져 준, 여름 날 강변의 그 아이의 얼굴은 잊지 못하

고. 때때로 고마워하였다,

나는 이 글을 쓰는 오늘 이 순간에야 비로소 나의 잘못을 발견하고, 뉘우친다.

하느님을 믿는 나는 그 아이를 위하여 하느님께 기도 한 번 드리지 않았다. 그리고  내가

하느님의 존재조차도 생각하지 못했던 시기에, 또 하느님을 모른 체로 허무하게 한줌의 흙으로만 돌아갔을  나를,  그 아이를 통하여 구원하셨던 하느님께도 감사 기도 한 번 드리지 못했다.

하느님!

한없이 감사하올 아버지!

생각 없는 저를 용서해 주시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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