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8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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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부 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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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학현 [saintLee] 쪽지 캡슐

2000-12-30 ㅣ No.2297

                                     두부 사세요!

지난해 저는 실직한 남편과 함께 어렵게 자금을 마련해 시장에 조그만 두부집을 냈습니다.

흰 와이셔츠가 무척이나 잘 어울리는 회사원이었던 남편과 결혼한 뒤 집에서 살림하는 것 밖에 모르던 저는 장사를 시작하면서 참 힘들었습니다.

 두부를 직접 만들어 파는 일이라 책상 앞에 컴퓨터만 두드리던 남편의 손은 얼마 안 있어 마디마디 굳은 살이 배겨 뜨거운 것을 쥐고도 끄덕없는 그야말로 일하는 손이 되었습니다.

 저도 처음엔 "두부 사세요"하는 소리가 입 안에서만 맴돌 뿐 나오지 않아 애를 먹었습니다. 그러다 겨우 모기만한 소리로 "두부 사세요!"했다가 지나가는 아주머니와 눈이라도 마주치면 얼마나 부끄럽고 민망하던지....

 그러나 남편이 애써 만든 두부를 다 팔지 못하고 버리기를 여러 차례, 그때부터는 돈 욕심보다 남편이 고생하는 게 마음 아파 저는 오기로 "두부사세요"를 외치기 시작했습니다.

 두부 한 모를 팔기 위해 아주머니들에게 온갖 싫은 소리를 듣는 남편을 보면 속이 상해 울고,천 원짜리 두부 한 모를 들고 식당으로 배달 가는 남편이 안쓰러워 울고, 등에 업힌 작은 아이의 꽁꽁 언 두 발이 마음 아파 또 울었습니다.

 어느덧1년. 남편과 전 어느새 손님을 대하는 일이 즐거운 장사꾼이 되었습니다. 남편이 만든 두부가 맛있다며 우리집만 찾는 단골도 많이 늘었고, 시장에서 함께 장사하는 이웃들도 이젠 우릴 가족처럼 대해 주십니다. 경기가 풀렸다고는 해도 하루 매상이 시원찮아 달세 맞추고 생활비 대기도 버겁지만 마음만은 편하다는 남편. 그 동안 직장생활하며 얼마나 힘들었는지 조금은 짐작이 됩니다.

 우리는 그래도 여덟 평 남짓한 점포라도 있지만 살을 에이는 추위 속에서 온종일 물건을 파는 마늘 할머니, 쌀집 할머니, 장어 할머니..., 모두 일흔이 훨씬 넘었지만 다들 정정하십니다. 열심히 사시는 할머니들을 보며 저희 부부 힘들다고 투정하지 않고 정말 바르게 살려고 노력합니다.

<좋은 생각>2001년 1월호,4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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