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7일 (목)
(녹) 연중 제12주간 목요일 반석 위에 지은 집과 모래 위에 지은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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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고난회 김준수 신부님 연중 제11주간 월요일: 마태오 5, 38 - 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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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승 [bona24] 쪽지 캡슐

2024-06-16 ㅣ No.173382

“나는 너희에게 말한다. 악인에게 맞서지 마라.” (5,39)

참으로 우리가 문학이나 영화가 아닌 현실로 오늘 복음에 관한 일이 일어난다면 여러분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참 어려운 질문입니다. 「복수는 나의 것」이라는 박찬욱 감독의 작품이 있었습니다. 내용은 딸을 죽인 유괴범을 찾아내 잔혹하게 살해하는 영화입니다. 나 자신보다 더 소중한 자식을 죽인 원수를 어찌 용서할 수 있겠는가? 만약 제가 당사자라면, 아 주님은 저를 너무 힘들게 합니다. 자식에게 어떤 형태로든지, 어떤 방법으로든지 해를 가한 자에게 너그러울 수 없는 것은 지극히 인간적인 모습이며 자연스러운 것입니다. 어쩌면 박찬욱 감독은 우리 주변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을 통해서 인간의 내면에 내재 된 복수 심리를 고발하고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딸의 유괴범을 살해한 아버지를 선뜻 판단할 수 없게 하고, 일정 부분 동조하는 마음이 없지 않아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 보면, 동시대의 일반적 형태인 ‘눈은 눈으로, 이는 이로’라는 제한된 복수마저 예수님은 폐지하십니다. 더 나아가서 원한도 보복도 없는 새로운 마음으로 오히려 원수에게 자비와 친절을 베풀라고 한 걸음 더 나아갑니다. (5,38~42) 이 가르침의 방점은 악을 악으로, 폭력을 폭력으로 맞서지 말라고 하시며, 새로운 삶의 자세를 제시합니다. 손바닥을 마주친다면 그와 더 나을 게 무엇이냐는 말씀이겠고, 또 그렇게 악인에게 악으로 맞선다고 한들 오히려 자기 자신을 잃어버릴 수 있으니 신중하라, 는 말씀 같습니다. 물론 주님은 그렇게 당신에게 원수와 같았던 사람들을 위해 십자가상에서, “아버지, 저들을 용서해 주십시오. 저들은 자기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모릅니다.”(루23,34)라고 기도하시며, 당신 말씀하신 용서를 실제로 실천하셨습니다. 

‘악인에게 맞서지 마라.’는 뜻은 비겁하게 도망치라는 의미보다 자신에게 악을 행하는 사람에게 폭력으로 맞서 저항하지 말고 보복을 하느님께 맡기라는 뜻입니다. 사도 바오로는 “많이 견디어 내고, 환난과 재난과 역경을 겪으면서도.... 성령과 거짓 없는 사랑으로, 진리의 말씀과 하느님의 힘으로”(2코6,5.7) 살아가라고 격려합니다. 또한 로마 신자들에게 보낸 서간에서 사도 바오로는 이렇게 권고합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스스로 복수할 생각을 하지 말고 하느님의 진노에 맡기십시오. 성경에서도 '복수는 내가 할 일, 내가 보복하리라' 하고 주님께서 말씀하십니다.”(로12,19) 또한 구약의 잠언에 보면 “ ‘내가 악을 되갚겠다.’ 하지 말고 주님께 바라라. 그분께서 너를 도와주신다.”(20,22), “네 원수가 주리거든 먹을 것을 주고 목말라하거든 물을 주어라. 그것은 숯불을 그의 머리에 놓는 셈이다. 주님께서 너에게 그 일을 보상해 주시리라.”(25,21-22) 결국 우리 스스로 손에 피를 묻히기보다 그리고 사실 복수는 더 커다란 복수를 가져오기에, 악인에 맞서 저항하기보다는 하느님께 맡겨 드리도록 권고하고 있습니다. 악인에게 맞서지 말고 하느님께 맡겨 드리는 것이 현명한 처사일지 모릅니다. 어둠을 어둠으로, 악을 악으로, 폭력을 폭력으로 해결하려는 게 인간의 일반적인 심정이고 정서이지만 그런 방법은 참된 해결이 아닌 악순환으로 오히려 더 큰 불행을 자초할 수 있기에 공정하신 하느님의 손에 맡겨드려야 하는 게 역사의 교훈이고 신앙인의 경험이었다는 사실입니다. ‘정의는 승리합니다. 진실은 드러나게 마련입니다.’ 보복과 복수할 일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때를 기다리면서 정의의 하느님께 복수를 맡겨두고 우리는 기도할 수밖에 없습니다. “주님, 부르짖는 제 소리를 들어 주소서. 저를 도와주소서.”(시27,7)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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