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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구르트 20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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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구르트 20줄
지난해 무더웠던 여름 어느 날, 한 아저씨가 우리 분식점에 들어오셨다. 예순살쯤 되어 보이는 아저씨는 옷 차림도 초라하고 몹시 피곤해 보였는데 동전 몇 개를 보여 주며 라면을 끓여 달라고 했다. 불쌍한 사람을 지나치지 못하는 성격탓에 얼른 라면과 밥 한 그릇을 내드렸다. 그러자 아저씨는 고맙다는 말과 함께 그 동안의 사정을 이야기하셨다. 아저씨는 시골에 버려진 빈집을 고쳐서 몇 년 동안 살았는데 얼마 전 집주인이 나타나는 바람에 오갈 데 없는 처지가 되었다고 했다. 그 뒤 밤에는 기차역 부근에 하루 2백원씩 내는 노숙자 숙소에서 잠을 청하고 낮엔 일자리를 찾아 돌아다녔지만 좀처럼 구할 수 없었다. 그러다가 아는 사람이 고랭지 배추농사를 거들어 달라고 해서 평창에 가려고 하는데 차비가 없어서 구걸하러 다닌다는 것이었다. "그래 얼마나 구하셨어요?" 내 물음에 아저씨는 얼굴을 붉히며 손바닥에 있는 동전 천오백원을 보여 주었다. 그리고는 굳이 그 돈을 라면값이라며 주시려는데 나는 차마 그 돈을 받지 못하고 대신 만원짜리 한 장을 차비하라고 아저씨 손에 쥐어 드렸다. 그러자 아저씨는 이러지 말라며 손을 저으셨다. 딱한 처지에 있으면서도 사양할 줄 알고 미안해 하는 모습에 나는 감동을 받았다. 그러나 기어이 아저씨에게 만원을 쥐어 드렸다. 날씨가 제법 선선해질 무렵의 어느 날 오후, 그 아저씨가 다시 우리 가게에 찾아오셨다. 아저씨는 첫 월급을 타자마자 제일 먼저 원주에 들렀다며 까만 비닐봉지를 내 손에 쥐어 주고 가셨다. 비닐봉지 속에는 요구르트 20줄과 초코릿이 들어 있었다. 요구르트를 보니 아저씨가 여름내 흘리신 땀이 흠뻑 배어 있는 것 같아 가슴이 찡했다. 나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그 요구르트를 며칠을 두고 아이들과 손님들과 함께 나누어 마셨다. 그리고 어딘가에서 열심히 살고 있을 그 아저씨의 건강을 마음속으로 빌었다.
박종순님/강원도 원주시 우산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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