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3일 (월)
(홍) 성 가롤로 르왕가와 동료 순교자들 기념일 소작인들은 주인의 사랑하는 아들을 붙잡아 죽이고는 포도밭 밖으로 던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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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할 수 없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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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자 [annajeonga] 쪽지 캡슐

2015-05-14 ㅣ No.11780

(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손녀 눈멀이'인 남편 요한이 작은며느리 미카엘라에게서 들은 손녀 얘길 여기 옮긴다. 그가 손녀라면 깜빡 죽는지라 가끔씩은 이렇게 나보다 먼저 손녀 소식을 듣는 특혜(?)를 누리기도 한다. 손녀가 다니는 학교에서 올 봄 체육대회 날 있었던 일이다.

난데없이 "우리 며느리 어딨냐?" 하고 찾는 웬 남자의 커다란 목소리에 모두가 그쪽을 쳐다보자, 참석한 어느 사십대 학부모 아빠가 한데 모여 재잘거리던 2학년 여자 아이들 중에서 누군가를 열심히 찾고 있더란다. '아니, 어린 학생들을 보며 생뚱맞게 며느리라니...' 다들 의아해하는데 점입가경, 이젠 "우리 며느릿감, 조해인이 어딨어?" 하며 하필 해인이를 콕 짚는 게 아닌가!

해인이도 몹시 놀랐지만 반 친구들도 깜짝 놀라서 모두 해인이를 쳐다봤다. 아니 저런! 그분은 4학년 해밀이 오빠의 친구인 승원이 아빠였는데, 해인이도 한두번 뵌 분이더란다. 졸지에 며느릿감이 돼 버린 해인이는 너무나 황당했다. 일순 홍당무가 되어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더니 "아이, 증말! 이건 도저히 용서할 수가 없어!" 하고 혼잣말을 하더란다. 그제야 해인이를 찾아낸 아저씨가, "아무리 봐도 해인이가 학교에서 제일 이쁘구나. 해인아! 커서 꼭 우리 며느리 하자!" 하며 다가오더란다.

그렇다고 쉬 기가 죽을 해인이가 절대 아니었다. "제가 왜 아저씨 며느릿감이에요?" 하고 또렷또렷이 따져 묻자, "해인이가 공주처럼 이쁘고 좋아서 그렇지!" 하고 대답하더란다. 순간 우리 공주의 머릿속에서 기지가 번뜩였다. 아저씨가 담배 골초란 얘길 아빠한테서 들은 기억이 떠올랐던 것이다. "그렇담 좋아요! 아저씨가 지금부터 1년 간 담배를 끊으시면 오늘 하신 말씀은 한번 용서해드리지요!" 기상천외한 조건 제안에 이번엔 아저씨의 눈이 휘둥그레지며 아까의 해인이보다 더 놀라더란다.

거기 운동장에 함께 있던 같은 학년 아이들 모두가 힘껏 박수를 치며 환호하더란다. "해인이 잘한다!", "해인이 화이팅!", "해인이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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