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8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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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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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탁 [daegun011] 쪽지 캡슐

2001-10-29 ㅣ No.4971

 

 강원도 정선(旌善) 지방에 내려오는 어느 효구총(孝狗塚)에 얽힌 전설 하나를 소개하려고 한다.

정선골 두메에 아주 가난하게 살던 박서방이 도저히 끼니를 잇지 못하게 되자, 하는 수 없이 자기 집에서 기르던 어미개를 잡아 먹었다. 그리고는 그 뼈를 근처 개천가에 갖다버렸다.

 

 바로 그 때, 그 죽은 어미개의 새끼가 멀리서 마침 그 광경을 보고 있었다. 박 서방이 저녁을 먹은 뒤, 강아지에게 밥을 주려고 강아지를 불렀지만,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그래서 이상한 예감이 들어서 뼈를 버린 개천가로 가 보았더니, 수북하게 쌓였던 뼈다귀는 온데 간데없고 강아지 발자국만 무수히 나 있었다.

 

그래서 그 발자국을 따라 가 봤더니, 동산 양지바른 언덕에 강아지가 누워 있었다. 가까이 가 보니, 강아지는 이미 싸늘하게 죽어 있었다. 강아지가 감싸고 누워 있는 자리를 파 보니, 어미개의 뼈들이 그 속에 고스란히 묻혀 있었다.

 

개의 후각은 자기 어머니의 뼈 냄새도 맡아낼 수 있었던 것이 분명했다. 그것을 본 박 서방은 강아지의 효심에 감탄한 나머지, 거기에 효구총 비석을 세워 준 것이라고 한다.

 

세계적 동물생태학자 데스몬드 모리스 박사의 책에 보면, 펠리컨의 생태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어미 펠리컨이 병이 들어 제 새끼들을 먹여 살릴 수 없게 될 경우, 어미는 제 부리로 자신의 가슴팍을 쪼아 피를 내어, 먹이 대신에 제 가슴에서 흘러내린 피를 먹여, 새끼들을 살린다고 한다.

 

또 그의 조사에 따르면, 엽중거미라는 거미는 풀잎을 말아서 만든 자기의 보금자리에 알을 낳는다고 한다. 그래서, 알을 깨고 새끼가 나오게 되면, 새끼들이 독립해서 집을 떠날 때까지 어미 거미는 자기 몸을 새끼들에게 뜯어 먹히면서 새끼들을 키우다가  온몸이 다 뜯어 먹히게 되면 결국 죽는다고 한다.

 

이와 같이 펠리컨이나 엽중거미 같은 하찮은 미물마저도 제 새끼를 사랑하는 어미의 마음은 우리 인간을 감동시키고도 남음이 있다.   한 인간이 누구에게 가장 큰 영향을 받았는가를 한번 물어 보라.  열이면 아홉은 ’어머니’라고 대답할 것이다. 유치원·초등학교·중학교·고등학교·대학교·대학원 교육을 다 받으면서 자기 어머니보다 더 위대한 스승을 만나지 못한다고 한다.     

 

옛날 초(楚) 나라에 원곡(原穀)이라는 이름의 효자가 있었다. 그의 할아버지가 늙고 병들자, 그 당시의 관습대로 그의 아버지는 원곡으로 하여금 할아버지를 버리고 오라고 했다.

 

이른바 ’기로속’(棄老俗)이라 하여 늙은이를 양식과 더불어 생매장하여 일정 기간 동안 혼자 살다가 죽게 하는 게 당시의 일반적인 관례였던 것이다. 아버지의 말씀인지라 거역할 수가 없어서 원곡은 눈물을 머금고 할아버지를 깊은 산중에 버리고, 싣고 갔던 수레를 다시 끌고 돌아오자, 그의 아버지는 그 흉물(수레)을 버리지 않고 뭣에 쓰려고 또 끌고 왔느냐고 호통을 쳤다.

 

이에 원곡이, "아버님께서도 멀지 않아 늙고 병드실텐데, 그 때 재차 쓰려고 버리지 않고 이렇게 다시 가져왔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아들의 이 한 마디에 그 아버지가 크게 깨달은 바 있어, 버렸던 노부(老父)를 다시 업어와 극진히 모셨다. 그 이후로, 이 기로속 악습이 없어졌다고 전한다.  

 

훌륭한 어머니들은 지금 우리 주위에도 수없이 많다. 나는 정트리오(鄭 trio)라고 불리는 정경화·정명화·정명훈을 보면 곧 그들의 어머니에게 경의를 표하고 싶은 생각이 나곤 한다.

 

그 어머니가 서울 명동에서「고려정」이라는 냉면집을 하면서 고생고생해서 돈을 벌어 아들과 딸들의 그 비싼 레슨비(費)를 대주어 저렇게 위대한 음악인들을 키워 냈기에, 오늘날 전세계 방방곡곡에 우리 한국의 국위를 널리선양하고 있는 것이다.

 

석가모니 부처님은 해산(解産)에 관하여 아난에게 다음과 같이 설(說)하셨다.

 

"어머니는 한 번 아기를 낳을 때마다 무려 서 말 서 되나 되는 피를 흘리며, 아기는 어머니의 흰 젖을 자그마치 여덟 섬 서 말이나 빨고 자라느니라. 그래서 어머니의 뼈는 검고 가벼우니라."     

 

아닌게아니라, 사람이 죽어 무덤에 묻히면 뼈만 남게 되는데, 남자의 뼈는 희나, 여자의 뼈는 부처님 말씀처럼 검고 가볍다고 하지 않던가.  

  

 물질의 선진시대는 효행의 후진시대를 정말로 불러오는 것일까? <혼정신성>(昏定晨省)이라는 말이 있다. 아침 저녁에 부모님의 안부를 물어 보살펴 드림을 말한다.  왜 이 말을?                     

 

 

 

                              어머니,

                          백골로 씻겨 누워 계신

                               어머니,

                              우리 엄니!

                                           - 박범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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