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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어 발음 원형 “한국에 물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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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우 세자요한 신부 [john1004] 쪽지 캡슐

1999-06-04 ㅣ No.112

 

중국어 발음 원형 “한국에 물어봐”

우리나라 한자 읽는 방식과 비슷…한-중 언어발달 연구땐 ‘의외 수확’나올 수도

  

고대의 중국, 최소한 당나라 시기를 전후한 시대에는 중국인들도 자기들의 문자인 한자를 오늘날 '우리 한국인'들이 읽는 방식으로 읽었다면 믿길까. 뜬금없는 주장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고대 중국의 시가와 현대 중국어를 찬찬히 뜯어보면 그런 주장이 결코 무리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보자. 중국 고대의 칠언시에서 제1, 제2, 제4 귀의 마지막 글자의 발음은 압운(壓韻)이라 해서 그 발음(운)이 같아야 했다. 그리고 이는 엄격하게 지켜졌다. 다음은 잘 알려진 이백의 시 '산중문답'이다.

 

問余何意棲碧山 笑而不答心自閑

 

桃花流水?然去 別有天地非人間

 

여기에서 압운은 산(山), 한(閑), 간(間)의 세 글자다. 이것을 현대 중국어로 읽으면 각각 shan, xian, jian이다. 좀 어색하다. 그러나 우리 독음으로 읽으면 운이 '안'으로 정확히 맞춰진다. 두보의 시를 비롯해 동시대의 다른 시들도 마찬가지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일까. 지금 우리나라에서 한자를 읽는 독음 방식은 당나라 시대에 전래된 것이다. 이는 특히 당나라와 교류가 잦았던 신라로 전래된 뒤 그 원형이 거의 변함없이 오늘날까지 유지되고 있다. 이에 반해 정작 중국 본토의 발음은 받침이 없어지고 권설음화 하는 등 크게 변해버렸다. 이것이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 이는 우리 서북지방 사투리의 원형이 반세기 이상 이민족 사이에 소수민족으로 고립되어 살아 온 중국 옌볜의 조선족 또는 중앙아시아의 고려인 등에게서 발견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물론 한자 독음 중에는 우리가 원천적으로 내지 못하는 발음도 있고 당나라 이후 1200여년이 흘러 원형을 모두 추적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고문(古文)을 현대 한국어로 읽을 경우 전혀 '맛'을 느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정확하지도 않은 것과 마찬가지 이치로, 이백 두보 등의 중국 당나라 시대의 시가는 당시의 발음(唐韻), 즉 우리의 독음 방식을 원용할 경우 훨씬 더 원래의 맛과 발음에 일치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중국 본토발음 그동안 큰 변화

 

우리의 한자 독음이 당나라 시기의 독음 방식이라는 사실은 청나라 강희제 때 편찬된 '강희자전'을 보면 쉽게 이해될 수 있다.

 

예를 들어 '束' 자를 강희자전에서 찾아보면 그 발음을 '당운(唐韻)의 書玉切'이라고 적고 있다. 이는 '書의 첫머리 발음과 玉의 발음 중 첫머리 발음을 제외한 부분을 연결시켜 읽는다'는 뜻이다. 이를 현대 중국어 발음으로 이해하려면 불가능하다.

 

여기서 우리의 독음이 절대적으로 유용하다. 즉 '서'(書)의 '걁'과 '옥'(玉)의 '?'을 연결시키면 '속'으로 자연스럽게 읽힐 수 있다는 것이다. 적어도 당나라 시기에는 중국인들도 그렇게 읽었음을 유추해볼 수 있다.

 

그렇다면, 현대의 중국어는 왜 그렇게 당나라 등 고대의 중국어와 달라졌을까. 예를 들어 중국어에는 혀를 말아서 내는 권설음이라는 것이 있다. 이 발음은 원래 권설음이 많았던 북방의 몽골족이나 만주족 발음에서 온 것으로 추정된다. 몽골족은 원나라를, 만주족은 청나라를 개국해 오랜 기간 중국을 지배했는데, 원래 언어란 지배층의 그것을 따라가게 마련 아닌가. 그러므로 현재의 중국어 발음은 원래 중국어 자체의 변화와 함께 북방민족의 영향이 수백 수천년을 두고 결합한 것이라는 얘기다.

 

그래서 북방에서 멀리 떨어질수록, 즉 남부지역으로 갈수록 중국 고대의 발음이 많이 남은 것으로 지적된다. 이를테면 광동어에서는 '三'을 '삼'으로, '學'을 '각'으로 읽는 등 우리와 비슷한 발음이 많고 받침(입성)도 상당히 많이 남아 있는 것이다.

 

지금도 중국어는 계속 변하고 있다. 예를 들어 중국에서는 스웨덴를 '瑞典'이라고 표기한다. 우리나라에도 '서전'이라고 하는 사람이 있다. 그런데 이 瑞典의 현대 중국어 발음은 '루이디엔'이다. 자기들이 100년 전 개항 무렵 '스웨덴'이라는 발음에 맞춰 비슷하게 표기해 놓고는 이제 자신들의 발음이 바뀌어 버린 것이다. 스위스도 瑞士라고 표기하고는 '루이스'로 읽는다.

 

페루도 마찬가지다. 중국에서는 페루를 '秘魯'로 표기한다. 그리고 '비루'라고 읽는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이를 '비루'라고 읽는 것을 제외하고 '秘' 자의 현대 중국어 발음은 모두 '미'로 바뀌었는데, 사전에 따르면 옛날 발음은 '비'였다고 설명되어 있다. '취'(臭)자의 경우도 이전 중국어 발음은 우리 독음과 비슷한 '초우'였는데, 지금은 '시우'로 바뀌었다. 사실 불과 얼마 전인 1985년에 이렇게 바뀐 것이다. 모두 우리의 독음과 비슷한 발음이 다른 발음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아직 학계의 공인된 이론은 아니지만 이런 유추과정을 통해 한국과 중국, 두 나라 사이의 언어발달과정을 비교해본다면 의외로 생산적인 결론을 이끌어낼 수도 있지 않을까.

 

소준섭/상하이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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