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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사이비종교에 미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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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우 세자요한 신부 [john1004] 쪽지 캡슐

1999-06-04 ㅣ No.107

 

왜 사이비종교에 미치는가

신비체험 등에 빠져 집단최면증세…“기성종교서 소외된 영혼 감싸지 못한 탓”

     

한국은 '종교 전시장'으로 불려도 손색이 없을 만큼 새로운 종교 혹은 종파의 탄생과 소멸을 반복해 왔다. 지난해 발간된 '한국신종교 실태 조사보고서'(원광대 종교문제연구소)에 따르면 우리나라에는 34개 계열의 332개 교단이 활동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자생적인 신흥종파가 12개 계열에 133개 교단이라고 한다. 물론 신흥종파 혹은 신종교라 해서 사이비종교나 이단으로 불릴 수는 없다(이에 대해서는 뒤의 '정통과 이단' 관련기사 참조). 다만 문제가 되는 것은 종교(기성종교이건 신흥종교이건간에)의 비윤리성 혹은 사기적 행태일 것이다.

 

문화방송 'PD수첩'의 만민중앙교회 이재록목사를 다룬 프로그램에서는 이목사가 '하늘에서 금가루가 뿌려졌다'라든지 '영안(靈眼)이 아니어도 천사를 보게 해주겠다'라며 '기적'(그들의 용어로는 '하느님의 역사')을 행하는 장면이 나온다. 건전한 상식을 가진 일반인의 입장에서 보자면 이목사의 그같은 말에 무엇인가 '사기성' 혹은 '사이비성'이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이 일만도 하다.

 

가난이나 무지와는 관계없어

 

세기말을 지나면서 일반인들은 무엇보다 특정 종교 및 신도들의 광기와 그 비극적 결말을 너무나 많이 목도해 왔다. 올 1월에는 자신이 만든 종교를 믿지 않는다고 어머니가 딸을 '신의 계시를 무시한 마귀'로 몰아 무참하게 살해한 사건이 벌어졌으며, 지난해 10월에는 영생교회 우종진목사와 신도 등 7명이 승합차에서 집단 자살한 사건이 있었다. 역시 지난해 8월에는 부산 유마힐포교원에서 질병을 치료해 준다며 자신이 임의로 만든 약물을 먹여 신자를 숨지게 한 사건도 밝혀졌다. 당시 숨진 신도의 딸(22세)은 어머니가 환생할 것이란 포교원장의 말을 믿고 6개월이나 어머니의 주검을 방안에 놔두었다. 종말론과 관련된 개인들의 각종 피해사례는 이루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왜 특정 종교의 사이비성 내지 기만성에 빠지는 것일까. 사람들은 왜 특정 종교의 사이비성에 함몰돼 집단 최면이나 집단중독 현상을 보이게 되는 것일까. 단지 너무 가난하고 학식이 없거나 무지해서? 그러나 97년 3월 미국 랜초 샌타페이의 호화주택에서 집단 자살한 '천국의 문' 신도 39명은 모두 인터넷 웹 제작회사의 컴퓨터 전문가들이었다.

 

우선은 종교가 제의(祭儀)에서 생겨난 주술적 요소를 강하기 갖기 때문에 그 자체에 광기 혹은 광신성이 내재한다고 볼 수 있다. 서울대 정진홍교수(종교학)는 그의 저서 '하늘과 순수와 상상' 중 '광기의 뿌리'에서 "신앙과 광신의 문제는 결코 신앙과 신앙 아닌 것, 이성과 반이성적인 것의 문제가 아니다"고 지적한다. "(광신은) 종교적인 삶의 경험, 그것이 지니는 말짓과 몸짓 속에 처음부터 내재한 어떤 잠재적인 것"이라는 것이다.

 

IMF 이후 특정종교 피해 상담 크게 늘어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나타나는 특정 종교의 사이비성에는 다른 요인이 더 크게 작용하는 듯하다. 고려대 노길명교수(종교사회학)는 △한국에서는 유교가 망국(亡國)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이래 대다수 국민이 신봉하고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종교가 없었기 때문에 △이후 많은 종교들이 지배적 영향력을 획득하기 위한 각축전을 벌였고 △그 과정에서 기복신앙과 신비체험을 강조해 온 사실이 사이비성의 만연을 부른 요인이라고 지적한다. 노교수는 "짧은 시간에 세계적 종교로 부상한 종교는 모두 기복적 요소와 신비체험을 주축으로 성장했다"며 "그런 환경이 신앙을 감각적이고 맹목적인 것으로 만들었고, 그같은 맹목성은 집단적 응집성으로 발전해 신도들의 건전한 판단능력을 상실하게 만든다"고 강조한다.

 

기성종교들이 '지치고 소외된 영혼들'을 감싸안는데 소홀히 함으로써 결국 사이비성에 함몰된 신흥종파의 탄생을 부추겼다는 지적도 공통적으로 제기된다. 한양대 부설 구리병원의 김광일원장(정신과 전문의·문화종교학)은 "기성종교에서 돈없고 지위없는 사람이 괄시받는 '한국적 풍조'가 만연돼 있다"면서 이 때문에 △너희를 배척한 이 세상은 빨리 망할 것이며 △'나'를 따르는 너희만이 새 세상에서 영화를 누릴 것이고 다른 사람은 다 멸망한다는 등의 사이비성에 쉽게 함몰된다고 말한다. 감리교신학대의 이원규교수(종교사회학) 역시 "만민중앙교회 신도의 다수가 기성교회를 거쳐온 사람들로 기성교회가 심리적 영적 해답을 주지 못하니 뭔가 새로운 것을 찾아간 것"이라고 지적한다.

 

게다가 IMF 상황으로 야기된 사회적 불안이 종교의 사이비성에 몰입하기 쉬운 환경을 조성한 것도 사실이다. IMF 이전에는 무학자들이나 아녀자들이 주로 사이비성에 물들었지만, 최근에는 IMF로 인해 좌절한 중산층이나 젊은이들도 많다는 것이 종교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국제종교문제연구소(소장 탁지원)에도 특정 종교로 인한 피탁 상담이 IMF 이전보다 40% 가량 늘었다는 것.

 

IMF는 또한 급속한 사회변화와 상대적 박탈감에 따른 계층 갈등 등 장기간의 '사회심리적 스트레스'를 야기한다는 점에서 정신 불안의 근본 요인이 된다. 사회정신건강연구소의 이세용박사는 "IMF는 일반인에게 낯선 스트레스 요소이기 때문에 그 충격이 더욱 크고, 모든 가치체계를 붕괴시키는 공황상태의 혼란을 야기한 측면이 크다"고 진단한다. 이같은 사회심리적 스트레스가 강하게 지속될 경우 아노미 현상이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며, 개별 의지보다는 주변 분위기에 압도되는 부화뇌동 심리가 나타난다는 것. 따라서 이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것이 답답하고 힘드니까 뭔가 기적을 바라거나, 그런 욕구를 채워주는 종교에 기대는 심리가 확산될 여지는 충분하다.

 

결과적으로 우리 사회는 사람들로 하여금 신비로운 이적(異蹟)이나 기사(奇事)에 끌리게 만드는 경향이 강한 상황이다. 이원규교수는 "종교계가 아닌 사회 전반에서도 비상식적인 일들이 얼마나 많이 벌어지고 있는가. 어떻게 사는 것이 옳은지 가치나 법규가 온통 혼란스럽다. 무엇이 옳은지 판단하기 어려운 가운데 나온 만민교회 신도들의 일탈 행위는 사회병리 현상의 극단적 예"라고 말한다.

 

이 땅에서 종교는 인권 회복과 독재에 저항하는 기축점으로서 그 활약상이 크게 부각된 시절이 있었고, 지금도 그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또한 종교계의 개혁론 역시 상존하는 화두다. 그러나 그 노력이 언제 어떻게 결실을 볼지는 알 수 없다. 정진홍교수는 "남은 과제는 종교 스스로 보여주고 발언하는 '종교의 윤리'를 기다리고 경청하는 일"이라고 결론 맺는다.

 

지금이야말로 우리 사회의 급격한 변동과 혼란상을 기성의 종교가 어떻게 수용할 것인지 진지한 성찰과 모색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그 모색의 결과가 종교인과 비종교인을 막론하고 우리 사회에 최소한의 공감대를 형성할 때 '사이비 종말론 척결'의 출발점이 마련될 수 있을 것이다.

 

조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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