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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관 일기103/김강정 시몬 신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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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관 일기 103 주여. 이 불충하고 어리석은 종을 용서하소서. 당신만 온전히 사랑하라 하셨거늘, 절반 밖에 더는 드리지 못함을..... 남은 절반은 어쩔 수 없이 내어놓지 못함을..... 차마 용서하소서.....
당신께 마저 바치기에는 지금의 것은 너무 크옵고, 아름다운 것뿐이옵니다. 끊어 버리기에는 너무 아름다운 것 투성이옵니다. 도저히 끊을 수 없고 끊지 못할, 아아 세속의 아름다움들이여.....
그랬습니다, 주여.... 가끔씩은, 아주 가끔씩은, 당신의 향기보다 세상의 향기가 더 좋았습니다. 당신 안에서의 안식보다 세상의 잠이 더 깊고 편했으며, 당신의 유혹보다 세상의 유혹이 더 많이 달콤했습니다. 그래서, 당신을 따르다가도 세상이 부르는 손짓에 번번이 끌려만 다녔습니다.
당신도 사랑하고, 세상도 사랑하고 싶거늘, 당신은 한가지를 마저 버려라 하십니다. 차마 한 가지라도 잃고 싶지 않기에...., 차마 두 가지 모두를 갖고 싶기에....., 오늘도 이렇듯 뼈저린 눈물과 회한의 긴 밤이 계속입니다.
당신을 사랑하게 되면, 세상을 함께 사랑하지 못함을, 눈물로서 배우는 이 처절한 사제수업...... 주여, 제게서 속된 것을 지워주시고, 흔들림 없이 저의 길을 걸어가게 하소서. 제 길이 마냥 꽃길이 아닌, 가시의 밭길이어야 함을 더욱 뼈저리게 알게 하소서.
더 큰사랑을 위해, 작은 사랑을 내어놓고, 더 크게 아프고, 더 많이 아프고, 더 깊이 아픈, 그런 밤을 만들어주소서.
하여, 더 외롭고 더 고독해진 연후에야 깨닫게 하소서. 당신을 향해 흘려온 눈물이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천번만번 저의 행복은 당신뿐이라 그리 고백하도록, 이 밤도, 더 많이 아프게 하시고, 더 크게 아프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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