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7일 (목)
(녹) 연중 제12주간 목요일 반석 위에 지은 집과 모래 위에 지은 집

2008년 장애인의 날 기념 담화문

스크랩 인쇄

서울대교구문화홍보국 [commu] 쪽지 캡슐

2008-04-11 ㅣ No.312

 

2008년 장애인의 날 기념 담화문

“우리의 시선을 장애를 가진 이웃에게 돌려봅시다”

 

사랑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부활하신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길 기도드립니다. 특히, 장애인의 날을 맞이하여 장애인 여러분과 그 가족들, 또한 장애인의 권익과 복지 증진을 위하여 수고하시는 모든 분들에게도 주님의 은총과 평화가 함께 하시기를 기원합니다.  

 부활하신 주님께서는 사회적 불의와 우리의 나약함으로 상징되는 ‘두려움’에 떨고 있는 제자들에게 나타나시어 “평화가 너희와 함께 !”(요한20,19)하고 평화의 인사를 건네십니다. 주님께서 선사하시는 평화는 세상의 평화와는 다릅니다. 주님의 평화는 단지 우리의 신체적인 욕구를 채워주는 물질적인 만족에서 비롯되는 일시적인 평화만이 아니라, 하느님의 모상을 지닌 인간 존재의 가장 깊은 차원의 자기완성을 향한 부르심이고 초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모든 인간의 존엄성이야말로 집단이든, 구성원 개인이든 더욱 충만하게 자기완성을 추구하도록 하는 공동선을 지향하는 사회 원리의 목적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는 또한 지상의 순례자인 교회가 이 세상에 하느님 나라를 건설해나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인간 존엄성을 생각하면서, 오늘 ‘장애인의 날’을 맞이하여 우리의 시선을 장애를 가진 이웃에게 돌려봅니다. 장애 인구는 분류 방법과 정의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UN에서는 세계 인구의 약 10%를 장애인으로 보고 있으며, 그 중 복지 대책의 대상이 되는 장애인은 전 인구의 3-4%정도 된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2007년 3월말 기준, 전국의 장애인 등록 인구는 201만 여명으로 집계되고 있습니다. 2001년도에 등록 장애인 인구가 100만 명을 돌파한 이후, 6년 만에 두 배로 증가한 수치입니다. 이는 장애인 인구 자체가 늘어난 것 보다는, 장애인 복지법이 개정될 때마다 장애 개념과 장애 범주가 많이 확대되어 등록 장애인 숫자가 많아진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우리 사회에도 장애인들을 위한 국가의 정책적 지원이 늘고 긍정적 변화가 일고 있는 것은 참으로 다행스럽고 기쁜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2006년 12월 13일, UN 총회에서 회원국 192개국의 만장일치의 결의로 통과된 장애인의 인권 조약이라고 할 수 있는 “국제 장애인 권리 협약”이 채택되고, 이에 발맞추어 우리나라도 2007년 3월에 이 협약에 서명하고, 올해 4월11일부터는 “장애인 차별금지 및 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 시행됨으로써 장애인에 대한 일체의 차별이 금지되고 장애인에 대한 권익 보호를 한층 강화하게 되었습니다. 이 법의 큰 의의는 장애인을 복지의 시혜 대상이나 배려의 대상으로 한정하는 데에서 벗어나 비장애인과 동등한 권리주체로 자리매김하고, 새로운 인권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점을 제시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제 장애인 당사자도 정부의 정책과정이나 복지시설의 운영 및 서비스 과정에 참여하고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장애인들이 스스로 결정하고 자신을 옹호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 나아갈 수 있도록 장애인 자신은 물론, 국가 공공 기관, 민간단체나 일선 사회복지기관, 나아가 교회도 이를 적극 도울 수 있도록 구체적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은 국가의 법과 제도로써만은 부족합니다. 특히 장애인과 장애인 복지에 있어서도 아무리 국가가 장애인에 대해 인권과 복지를 강화시키고 증진시켜도 부족한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우리의 사랑입니다. 하느님 사랑에 기초한 이웃 사랑의 마음이 장애인에게 더욱 필요합니다. 사랑은 언제나 필요하며, 사랑의 봉사가 필요 없을 만큼 완전한 국가 질서는 없습니다. 위로와 도움을 찾는 고통은 어디에나 있기 마련입니다. 외로움도 어디에나 있습니다. 또한 물질적인 도움이 필요한 상황도 어디에나 있습니다. 교회는 그리스도의 성령께서 불러일으키시는 사랑으로 살아갑니다. 이 사랑은 사람들에게 물질적인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영혼을 돌보고 그 힘을 북돋아 줍니다. 이 사랑이야말로 모든 이를 하느님의 모상이 담긴 소중한 하느님의 자녀로 바라보게 하고, 부활하신 예수님의 참된 평화를 모두가 함께 누리기 위한 전제 조건입니다.

  다시 한 번, ‘장애인의 날’을 맞이하여 장애인 여러분과 그 가족들 그리고 장애인을 위하여 수고하시는 선의의 모든 분들께 부활하신 주님의 은총과 평화가 함께 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

대표이사 김운회 주교

 



363

추천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리스트